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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세계 속 한류 이끌 전통예술 인재 기른다


글_ 양지선



[ 2019학년도 제2회 국립전통예고 한국음악과 발표회 현장. 국악 관현악(사진 1), 판소리(사진 2), 가야금 병창(사진 3) 등 우리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

  “얼쑤! 잘한다~” “얼씨구!”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무대 위에선 우리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국악 관현악 협주부터 구성진 판소리, 신명 나는 타악연희까지.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공연으로 한 시간이 꽉 채워졌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급의 공연이지만, 무대의 주인공은 아직 앳된 학생들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교장 왕기철) 향사기념관에서는 2019학년도 제2회 한국음악과 발표회가 펼쳐졌다. 이 학교 2학년 한국음악과 학생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갈고닦은 솜씨를 뽐내는 자리다. 한국음악과에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피리, 아쟁, 판소리, 민요, 병창, 정가, 타악(장단·연희), 작곡과 이론 등 다양한 세부 전공이 있다.

  국악 관현악 ‘신뱃놀이’ 연주로 힘차게 시작된 공연은 단숨에 객석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해금 협연자로 나선 고은비 학생이 애절한 음색과 극적인 속도 변화로 화려한 기교를 선보였다. “새가 날아든다~”로 시작하는 익숙한 판소리 새타령이 흥을 돋우고, 자유로운 율동이 더해진 퓨전 스타일 정가를 선보인 오지윤, 조남훈 학생의 무대도 호응을 이끌었다. 피날레는 타악연희 전공생들의 ‘판굿’. 장구, 꽹과리, 징 등 신명 나는 타악 소리에 상모를 돌리며 넘어질 듯 빙글빙글 무대 위를 도는 퍼포먼스까지 더해져 객석은 환호로 가득 찼다.


교내외 공연 통해 다양한 무대 경험

  이날 무대를 오롯이 완성한 국립전통예고 학생들은 이처럼 1년에 두 번 있는 전공 발표회 이외에도 매년 펼쳐지는 학교의 대표 예술제인 ‘민족예술대제전’ 등 교내외 여러 공연을 통해 무대에 서는 경험을 가진다. 덕분에 프로 못지않은 예술인의 면모를 자랑한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국립전통예고는 우리 전통예술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60년 설립돼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국악예술학교로 시작해 한국국악예술학교,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등 여러 번 이름을 바꿔온 학교는 지난 2008년 사립에서 국립으로 전환되면서 지금의 교명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교육기관으로 전교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 대금이 국비 지원된다. 올해부터는 고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지원비와 급식비도 지원된다.
전통예술을 가르치는 고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두 곳, 국립전통예고와 국립국악고가 꼽힌다. 왕기철 국립전통예고 교장은 “국립국악고가 궁중음악을 중심으로 다룬다면, 우리 학교는 민간에서 이뤄졌던 국민들의 예술을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음악과·무용과·음악연극과 등 전통예술 총집합

  국립전통예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음악연극과를 포함해 한국음악과, 무용과 등 3개 과가 있다는 것이다.

  음악연극과는 지난 2000년 국내 고등학교 과정에서 최초로 신설된 학과다. 음악연극, 즉 뮤지컬을 우리나라 말로 풀이한 것처럼 연극과 뮤지컬의 전반적인 이론과 기초, 전공 실기를 중점적으로 교육한다. 이외에 무용, 성악, 판소리 등도 함께 배운다.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을 융합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무용과에서도 일주일에 4시간의 창작무용과 2시간의 전통무용 전문교과 수업 이외에 현대무용, 발레 수업은 물론, 장구와 소리를 배우는 시간도 따로 있다.

  왕 교장은 “기본적으로 과에 상관없이 발성, 타악, 무용, 악보 보는 법 등을 전부 가르치며 종합예술인을 양성한다.”라며 “무용 전공 학생들이 박자를 알고 장단을 알면 춤을 더 잘 출 수 있듯이, 세 과가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는 박헌봉, 박귀희, 김소희 등 당대의 명인·명창이 설립한 학교인 만큼 본교 대표 학과로 꼽힌다. 현재 현장에서도 판소리 이옥천 명창 등 무형문화재 보유 교사가 직접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전공 시간에는 산조, 정악, 창작 음악 등을 다양하게 교육하며 학생들이 전통음악의 저변을 넓히도록 한다.


아리랑 예술단·두레소리 등 대내외 유명 동아리 운영


  학교에는 야외공연장과 학생들의 연습 공간이자 전공 수업이 이뤄지는 예술관 두 곳, 인문관,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예술관은 저녁 10시까지 개방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제2예술관은 지난 2015년 준공돼 학생들이 한층 여유롭게 수업을 듣고 연습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정규수업 이외에 방과후 수업과 동아리, 특강 등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교내 상설동아리 ‘아리랑 예술단’ 학생들은 문체부와 교육 관련 기관, 지역사회 등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공연 기회를 맛본다. 지난해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DC의 존 에프 케네디 센터와 제퍼슨 광장에서 다채로운 한국음악과 전통무용 공연을 펼쳤다. 김혜민 학생은 “현지 교민들에게 우리의 전통음악을 오랜만에 들려드린 기회여서 무척 뜻깊었다.”라고 회상했다.

  국악 합창 동아리 ‘두레소리’는 지난 2012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영화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고의 동아리 ‘두레소리’의 창단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함께 하는 소리, 즉 합창의 우리말 표현인 ‘두레소리’는 대중적으로 풀어낸 국악으로 소통의 메시지를 던진다. 교내외 공연과 재능기부 봉사활동 등을 통해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부원인 이건혜 학생은 “국악 합창이다 보니 한국음악과만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에 상관없이 노래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 학교에는 야외공연장이 있어 이곳에서 학생들이 무대 기회를 가진다. ]


[ 교내 동아리 ‘아리랑 예술단’ 학생들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제퍼슨 광장에서 한국음악과 전통무용 공연을 펼쳤다. ]


“세계 속 한류화 앞장서는 예술 인재 육성”


  학교는 지난해 금천구청, 금천문화재단과 지역문화예술 발전 및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지역축제 콘텐츠 개발, 지역 신진예술가 육성 등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예정이다.

  개교 이후 1만2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국립전통예고는 민족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며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왕기철 교장의 목표는 이제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 속의 한류에 앞장서는 예술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막연하게 꾸는 꿈도 이 학교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라고 전했다.




MINI INTERVIEW


왕기철 교장     


  지난 2017년 부임한 왕기철 교장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19회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교장이 됐다. 그는 학교 설립자인 박귀희 명창의 제자로, 스승을 따라 국악에 입문해 소리를 시작했다. 판소리 명창인 왕 교장은 현재도 교육 활동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병행한다. 그는 “스승이 설립한 학교를 졸업하고, 그 학교에 다시 돌아와 교장으로 부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왕 교장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힘쓴 것 중 하나는 바로 교직원 충원이다. 전문교과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진로 고민까지 상담해줄 전임교사가 부족하다는 점이 그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는 “현재 전문교과 담당 교사는 17명인데, 올해는 전문 기량을 가진 정교사 8명을 추가로 확보했다.”라며  “앞으로 훌륭한 교육철학을 가진 선생님들을 모셔와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은 국립전통예고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의 대표 예술제인 ‘민족예술대제전’이 오는 6월 2일부터 나흘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것. 그는 “음악, 무용, 연극까지 전통예술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공연에 전교생이 참여하게 되며, 그중 하루는 명인·명창 동문 선배들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또, “학교의 60년사를 담은 책을 편찬 중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왕 교장은 예술과 교육은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술을 진로로 선택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에게도 예술교육은 필요하다.”라며 “예술을 통해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기 때문에 동기유발 효과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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