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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선화초등학교

가정-학교-지역사회 협력 속에서 ‘인성이 자란다’



글_ 이순이 편집장



[ 대전선화초 5~6학년 아이들이 학부모와 마을 어른들의 설명을 듣고 김장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


  “엄마랑 할머니가 김장하는 것만 봤지, 제가 직접 김장을 해 보기는 처음이에요. 날씨가 추워서 손도 얼얼하고 허리도 아프지만, 오늘 우리가 한 김장을 동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나눠준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올해 처음으로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했다는 남준혁(5학년) 학생은 낯선 어른들과 함께 김장을 하면서 살짝 들떠있었다. 학교 밖에서 동네 어른들과 김치를 담근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조금 특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대전선화초등학교(교장 이민)는 2015년부터 매년 5~6학년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김장 나눔’ 행사를 해오고 있다. 은행선화동행정복합센터(이하 복합센터)와는 지난해부터 인연을 맺고 김장 나눔에 부족한 일손을 보태고 있다.
이민 교장은 “인성교육의 핵심은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하면 개념적 지식, 교실 속에서 이뤄지는 교육만 생각하기 쉽지만, 교실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라며 “체험을 통해 협력을 배우기에는 지역사회의 어른들과 부모님과 함께하는 활동이 최고”라며 김장 나눔의 숨은 뜻을 소개한다.

  김장에 필요한 배추와 각종 양념은 복합센터에서 준비하고 학교는 양념구입에 필요한 일부 경비와 부족한 일손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학생 80명과 학부모 1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복합센터 야외에 천막과 간이 테이블이 마련되고 그 위에 절인 배추와 양념이 쌓이면서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어린 자원봉사자도 동네 어른들 사이사이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어른들의 손놀림을 따라 열심히 김치를 버무리는 중이다.

  김균회(5학년) 학생은 “김장을 해보니 엄마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라며 “동네 어른들이 고생한다며 입에 슬쩍슬쩍 넣어준 김장이 정말 맛있었다.”라고 말한다. 손혜경 학부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손놀림이 무척 빨라졌다. 요즘 가정에서 김장하지 않는 집들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인 것 같다.”라며 “특히 김장을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평소 서먹했던 동네 어른들과 김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가까워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은행선화동 주민들과 선화초 5~6학생들이 만든 김장은 300상자로 동네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이날 만든 김장 300상자가 은행선화동행정복합센터 앞에 가득 쌓 여 있다. 이 김장은 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랑 의 마음을 담아 전달할 예정이다. ]

  
사계절 인성이 함께하는 학교

  대도시 구도심에 위치한 학교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고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2016년부터 인성교육을 시작, ‘행복한 선화 인성 四(사)계절 思(사)움 가꾸기’ 프로젝트를 통한 인성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는 선화초만의 특색교육으로 생활 속에서 참여하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의 계절성을 바탕으로 4가지 역량(건강, 인성, 지성, 개성) 중심의 주제통합 프로젝트학습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 덕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민 교장은 “인성을 흔히 선행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는데, 우리 학교는 이보다 넓은 개념으로 ‘관계 맺기’와 시민성에 역점을 두고 교육한다.”라고 소개한다.

  선화초의 인성교육은 크게 3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나와의 관계’다. 용기·성실·성찰·절제 같은 덕목에 학생 스스로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피도록 돕는다. 교사들이 개발한 체크리스트로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도 있다. 두 번째는 ‘너와의 관계 맺기’다. 친구·가족·교사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익힌다. 마지막 단계는 ‘우리의 관계 맺기’로 동아리나 지역 봉사에 참여하며 책임감·협동·준법정신을 배운다.

  지난 11월 21일, 복합센터에서 진행된 ‘김장 나눔’은 인성교육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의 관계 맺기’의 일환이며, 이는 인성수업 ‘선화 효동이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가정에서 효행을 실천하고 100원의 용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나라의 친구를 돕는 ‘100원의 기적’은 그중 하나다. 가정에서 1일 1효도하기를 실천하는 학생들은 굿네이버스를 통해 동전을 모아 해외 친구 3명을 후원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기부한 누적액이 450만 원에 이른다.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나의 뿌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5월과 7월에는 효 주간을 운영하여 외부 강사를 활용한 연수도 진행한다. 연수를 통해 효와 예를 익히고 효 문화 축제, 박람회 등에서 효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가 하면, 지역사회로 나아가 실제 효를 실천해 본다. 즉 학교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김장 나눔 행사나 노인 공경 경로당 위문 공연 활동 등 다양한 가정·지역 연계 활동들을 구성하고 가정과 지역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효 실천 습관 형성을 돕고 있다.


[ 올해 6년째 대전선화초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민 교장 ]


[ 학교 전경 ]


[ 인성이 자라는 인성나무 ]


협력 관계에서 싹트는 ‘희망 교육’

  이민 교장은 학교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협력’을 꼽았다. 그는 “사회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면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진다. 때로는 교육 본질을 벗어나 방관자가 된다.”라며 “가정, 지역사회, 학교가 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협력’의 중심에는 교육공동체가 있고 온 마을이 함께한다. 선화초는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 대전다문화센터, 대전충남녹색연합, 은행선화동행정복합센터, 계룡문고 등 11개의 지역사회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2016년부터 학생 동아리활동에 연극 강사를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소질계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학교폭력, 금연, 다문화를 주제로 연극공연을 해왔으며 학교 밖의 초청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또한 선화초는 4가지(건강, 인성, 지성, 개성) 역량에 대한 영역별 인증제를 시행해 목표 지점에 도달한 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지급한다. 마을의 작은 서점과 협력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바른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증제 도전과 보상(도서상품권), 독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인성교육 시범·중점학교를 운영해 온 선화초는 생활 속에서 체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성교육 모델을 연구해왔고 지난 11월 19일에는 그동안의 인성교육의 성과를 인정받아 제7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단체 부문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협력이고 가정-지역사회-학교가 함께할 때 시너지가 납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담긴 ‘콩콩 놀이터’


“중간놀이 시간에도 맘껏 놀 수 있도록 놀이터가 실내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미끄럼을 타고 싶어요.”
“놀이터에 숨을 수 있는 터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놀이터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린이들이 친구와 함께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놀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대전광역시교육청과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추진한 ‘잘 노는 우리 학교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대전선화초는 지난 9월경 기존의 낡고 노후화된 놀이터를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 활동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해 계단과 미끄럼틀을 응용한 계단형 쿠션 미끄럼틀 놀이터로 탄생했다. 공모를 통해 이름도 ‘콩콩 놀이터’로 정했다. ‘콩콩 놀이터’는 학교의 핫 플레이스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놀이터에서 ‘더 잘 놀기’ 위해 아이들은 전교생이 함께하는 다모임에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이용자가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학년별로 요일과 시간을 정해 이용할 것,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놀기 위해 실내화를 벗고 이용할 것,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실내화를 한쪽 공간에 정리할 것 등이다.


‘나, 너, 우리’가 함께 이용하는 놀이터에서 더 잘 놀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미 교육과정에 깊게 뿌리내린 선화초의 인성교육은 이렇듯 학교생활 전반에서 선순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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