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부산 첫 공립 대안학교 ‘송정중학교’

어른들의 따듯한 돌봄과 관심
잠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깨운다

글_ 이순이 편집장

기사 이미지

[도서관 겸 "꿈이룸터"]

부산광역시교육청은 지난 3월 5일, 부산의 첫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를 설립, 학교 부적응 및 학업중단 위기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6학급 60명 정원의 기숙형 대안학교인 송정중(교장 정현섭)은 현재 개교와 동시에 입학한 1학년생 19명이 생활하고 있다. 2~3학년생은 일주일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최종 선발 중에 있다.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들의 돌봄과 치유 그리고 배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과 송정중학교의 비전을 들었다.


  송정중학교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첫 공립 대안학교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2017년, 말투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후배를 가혹하게 폭행한 일명 ‘부산 여중생 폭력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부산시교육청은 단위학교 차원의 예방교육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공교육 차원에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고위험군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때부터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여 올해 그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교사(校舍)는 2017년 폐교한 교실 18칸 규모의 송정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으며, 기숙사동은 현재 한창 공사 중에 있다. 곧 완공될 기숙사동 1층에는 식당과 PC방, 체력단련실, 당구장이, 2층에는 학생 기숙사와 사감실이, 3~4층에는 체육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안학교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공간도 눈에 띈다. ‘꿈이룸터’는 일반학교의 도서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소규모 발표를 할 수 있는 무대 공간을 비롯해 열람석, 자유공간, 온돌방, 컴퓨터 검색대, 수업 공간 등을 갖춘 복합적인 학습 공간이다. ‘멋공간’은 네일아트 및 피부미용 수업을 하는 공간으로 일반 미용실 공간을 떠올린다. ‘맛공간’은 다양한 요리, 제빵 실습 및 바리스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아픔이나 고민을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Wee 클래스’와 ‘보건실’은 여느 가정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드럼·사물놀이 등 악기연주를 할 수 있는 방음시설을 갖춘 ‘음악실’도 있다. 교내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기에 대안으로 복도에 전화기와 컴퓨터를 설치해두고 있으며, 컴퓨터는 중앙 서버로 관리한다. 학교 나무숲 사이로 산책길이 있고 원예 실습을 위한 텃밭, 동물사육장, 야외수업을 위한 정자도 조성 중에 있다.


기사 이미지

[요리 및 제빵실습이 가능한 ‘맛공간’ ]

기사 이미지

[ 네일아트 및 미용수업을 위한 ‘멋공간’ ]

‘관심’을 먹고 크는 아이들
  송정중학교에는 일반학교와는 다른 아늑한 교실을 만나볼 수 있다. 교실 한 칸의 넓이 34m². 일반교실의 절반에 해당하는 딱 그만큼의 공간에 2열 횡대로 배치된 책상 앞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마주한다. 심장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선생님은 그날의 아이들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일반교실보다 조금 더딘 속도로 수업을 이끈다.


  한정동(기술·가정) 교무부장은 “우리 아이들은 자기표현이 강하고 교과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한 편”이라며 “숨소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릴 만큼 아이들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뭔가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발견하면 슬쩍 다가가 한 마디 거둠으로써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기사 이미지

[  맞춤식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

기사 이미지

[  송정중학교 전경]

기사 이미지

[ 체력단련실 ]

기사 이미지

[  방음 시설을 갖춘 음악실 ]


  이러한 물리적 거리 외에도 모든 교사와 전교생이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고민 상담은 물론,  문제 해결을 돕고 있어 교사와 학생 간의 심리적인 거리도 무척 가까운 편이다. 한정동 교무부장은 “오랫동안 교무부장, 생활지도 부장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규율을 정해 벌점을 주기도 했는데,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라고 말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을 데리고 주말이면 여행을 비롯해 등산, 전시회 등을 데리고 다니며 많은 관심을 쏟았더니 자연스레 문제행동이 치유됐고 학교폭력 제로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 깨달은 것이 ‘관심’이었다. 생활지도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모든 아이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관심을 갖고 이끌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대안학교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활지도 노하우를 이곳에서 모두 쏟아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정현섭 교장, 이기원 교감을 비롯해 18명의 교원이 같은 이유로 송정중학교를 지원했고 이곳에서 그동안 꿈꿨던 대안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마음을 깨우는 소리, 교실을 깨우는 소리
  송정중은 일반 중학교와는 달리 국·영·수 수업은 적고 다양한 진로 체험과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고려한 선택(필수)교과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예술체험을 비롯해 개별·융합 프로젝트, 산악등반, 미래주제연구, 소통공감 등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선택필수교과를 전 학년에 걸쳐 운영한다. 또 전문성을 갖춘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성공적인 직업생활(목공, 코딩, 미용, 요리, 원예, 실용음악 등)과 생활체육(검도, 댄스, 축구 등) 등의 선택교과를 무학년제로 운영 중이다.


  정현섭 교장은 “학급당 인원수가 10명 수준으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전달이 아닌 학생 개개인에게 발문과 응답, 상호토론, 모둠학습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일반학교보다 높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개교와 함께 입학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1학년은 총 19명. 이중 50%는 학교 부적응 문제로, 50%는 대안학교의 다양성 교육에 매력을 느껴 진학한 경우다. 이기원 교감은 “2~3학년의 경우 학교 부적응에 따른 어려움을 겪다 우리 학교로 전학 오는 아이들의 비율이 높다.”라며 “많은 학부모들이 내 아이는 문제없다, 착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두 조금씩 아픔을 안고 있다. 일주일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최종 선발 중에 있다. 이 아이들이 골고루 섞여서 공동체 속에서 배려를 익히고 꿈을 키워나갔으면 한다.”라고 설명한다.   

기사 이미지

[  송정중 첫 입학생들]


  “예전에 학교 적응도 어려웠고 교실에서 잠만 자다보니 학교 가는 게 정말 싫었어요. 자연스럽게 결석도 잦아졌고요. 제가 보컬, 밴드에 관심이 많은데, 송정중학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배울 수 있으니까 목이 아파도 결석은 하지 않아요.” 한 학생이 살며시 다가와 한때는 자기가 학교 부적응 학생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학생은 올해 중1이 두 번째인 복학생이다. 선생님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어서일까? 고작 3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이 학생은 “학교에서 결석과 잠은 안 잔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가끔 몸이 피곤하단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아이라서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뿐이다.


[INTERVIEW]


정현섭 교장 인터뷰
“아이들이 세상을 향한 꿈 키우도록 도울 터”

기사 이미지

[ 정현섭 교장 ]

송정중학교는 부산의 첫 공립 대안학교인데,
어떤 배경에서 설립하게 되었나?

  2년 전 ‘부산 여중생 폭력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학교폭력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 부적응·학업중단 위기학생의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 방안이 논의됐다.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추진됐으나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러다 2016년부터 금정구 부산학생교육원 내에 한빛학교를 위탁형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이번에 위탁형이 아닌 공립형 대안학교를 서부산권에 설립하게 된 것이다.


초대 교장으로서 중점을 둔 교육활동이 있다면.
  송정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근절과 생활지도 담당을 오랫동안 했으며, 위탁형 대안학교인 한빛학교의 교감을 지냈다. 이기원 교감선생님 또한 오랫동안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대안학교 설립 실무를 맡아왔다. 우리 학교는 교장, 교감 외에도 정규교원 18명 중 9명이 1지망으로 오신 분들이다. 나머지는 까다로운 면접을 통해 대안교육에 열정이 있는 기간제교사 중에서 선발했다. 대안교육에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과 학생이 함께 멘토-멘티가 되어 몸과 마음을 키우고 세상을 향한 꿈을 키우도록 돕고 싶다.


멘토-멘티를 통한 교사·학생 간의 소통과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나?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학급당 10명 수준이다. 멘토-멘티는 담임교사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모든 교원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1대 4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에게 못했던 어려운 이야기를 멘토교사를 통해 상담하기도 하고 심리적 지지를 얻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담임과 멘토교사가 충분히 협의해서 학생들을 밀착해서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달라.
  아직 기숙사동이 완공되지 않아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하교하고 있다. 사실 방과 후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혹여 하교하는 과정에서 원적교 학생들의 만날 수도 있고 주말 동안에도 일탈의 유혹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교해서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사례가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순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곧 기숙사동이 완공되면 우리 교원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우리 학교가 문제아의 집합소가 아닌 돌봄과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 생각이 자유로운 학생들이 적성을 살려 꿈과 끼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전 교원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