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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예술교육 우수사례_ 경북 울진고교 로터스심포니오케스트라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 오케스트라”

글_ 하헌우 명예기자(울진고등학교 음악교사)

 

 

  자율형 공립고인 울진고등학교(교장 장인기)는 본래 예술교육과는 거리가 먼 학교였다. 2012년 교육부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을 통해 오케스트라단을 꾸렸지만 교사에게는 기피업무였고 학생들의 중도 이탈은 늘기만 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는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 오케스트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학생 자율활동을 기반으로 한 학생오케스트라를 운영하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쁜 꽃을 피워내는 연꽃을 본받고자 ‘로터스심포니오케스트라’라는 예쁜 이름과 로고도 만들었다. 자치회가 생긴 후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학생 자율활동에 기반한 오케스트라

 

질문: 어디 근무하세요?
나: 경북 울진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질문: 아~ 그러시구나 울산은 그래도 큰 도시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보면 위와 같은 질문과 답을 많이 받는다. 경상북도 울진군이 울산광역시 속 한 구(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 이유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광역시는 200km 이상 떨어져 있고, 인근의 큰 도시인 포항시나 강릉시는 차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는 교통의 오지며, 서쪽으로는 태백산맥이 품어주고 있고, 동쪽으로는 넓은 동해가 펼쳐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소규모 농어촌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 위치한 자율형 공립고인 울진고등학교(교장 장인기)는 본래 예술교육과는 거리가 먼 학교였다. 대학입시를 위해 늦은 밤과 주말까지 항상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였고,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할 환경과 여건도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아이들은 성적에 민감하고, ‘너와 우리’ 보다는 ‘나’를 위해서만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생활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 전인교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했다. 다양한 예술교육 중 특히 학생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음악을 통한 감성 및 정서 순화, 단체 활동을 통한 협동심, 배려심, 단결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울진고등학교는 지난 2012년 교육부 학생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에 공모하였고, 최종 선정되었다.

 울진고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하헌우 교사

 

 

‘울진고, 악기지도 도와주실 강사님을 찾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 불편하고 먼 울진까지 악기지도를 도와주실 강사모집이 쉽지 않았다. 당시 학생오케스트라를 이끈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면, 강사모집을 위해 직접 전화를 걸고 수소문하여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해법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의 연계에서 찾았다. 원활한 강사수급을 위해 포항시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포항아트쳄버오케스트라와 울진교육지원청의 강사수급에 관한 MOU를 채결하였고, 강사들이 음악 바우처 사업과 인근학교의 오케스트라 수업을 위해 울진에 출강하는 요일에 맞춰 오케스트라 수업이 진행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강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오전부터 저녁까지 울진군에서 모든 음악 수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면서도 수입이 보장되면서 울진군은 예술 강사들이 수업을 가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초창기 울진고 학생오케스트라를 이끈 윤인한 선생님(현 선주고 교감)은 기존 학생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지출 비율을 차지하는 악기 구입비 및 수선비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악기는 개인구매를 원칙으로 정했다.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12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로 악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악기사에 협조를 구했고, 매달 1~2만 원만 지불하면 자녀가 악기를 배울 수 있고 아이들은 재학 중 자신만의 멋진 악기가 생기게 되었다. 개인악기를 사용하게 된 결과 악기 관리가 잘 되었고, 악기 구입과 유지비용에 사용되는 예산이 크게 절감되었으며 연습실 확충,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예산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울진고 학생오케스트라가 서서히 기반을 다져감에 따라 눈에 띄는 성과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여수에서 열린 행복학교박람회의 메인무대에서 연주를 시작으로 2016년 KBS 도전골든벨 오프닝 무대, 전국해양스포츠제전 특별연주, 2018 대한민국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수상 등 아이들은 교내외에서 잊을 수 없는 음악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KBS 도전 골든벨 오프닝 무대

 

뉴욕 자매학교와의 교류 연주회

 

 

오케스트라는 학교의 자랑, 아이들 자존감 높아져
  그 동안 아이들도 많이 변했다. 교우관계도 좋아지고,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학교의 자랑이라는 인식이 강해 자존감도 높아졌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 가지 과제가 더 남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러하듯이 학생오케스트라는 교사를 중심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사에게는 피로감과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을, 학생은 재미있게 시작한 오케스트라가 점점 부담이 되어 중도 이탈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2016년
부터는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 오케스트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학생 자율활동을 기반으로 한 학생오케스트라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수년간 이름도 없이 활동하던 울진고 오케스트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쁜 꽃을 피워내는 연꽃을 본받고자 만든 ‘로터스심포니오케스트라’라는 예쁜 이름과 로고도 생겼다. 대표, 부대표, 악장, 파트장 등 자치회와 보면대 도우미, 악보 도우미, 튜닝 도우미, 홍보 도우미 등 전 단원 1인 1도우미 제도도 생겼다. 자치회가 생긴 후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신입 단원을 뽑을 때 아이들이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선배와 후배가 1:1로 매칭 되어 함께 연습하고 오케스트라 활동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고민을 나누는 멘토링 제도도 이때부터 운영되었다.
  아이들이 연주하고 싶은 곡들을 모아 직접 악보집을 만들어 1년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소규모 합주단을 만들어 지역사회 음악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모든 연습과 교내외 행사는 학생오케스트라의 주인인 학생들의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외국 오케스트라단원과 함께한 마스터클래스와 미국학교와의 합동공연, 동아리 축제체험 부스운영과 버스킹은 모두 자치회의 토론과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제 아이들은 교사가 제시하는 악보를 지휘에 맞춰 연습하고, 연주를 하고 공연을 가거나 대회를 갈 때 일방적으로 통보 받고 준비하지 않는다.
  로터스심포니오케스트라는 ‘너와 내가 함께 만드는 우리의 오케스트라’기 때문이다. 학교 내 학생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동아리로 인식되어 지금은 전 학년에 걸쳐 8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하는 대규모 학생오케스트라가 되었다. 지난 3년간 학생오케스트라를 원래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돌려주는데 성공한 것이다.

경북교육청의 1만 동아리 대축제 부스 운영

 

지역연계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공연


 

 

오케스트라, 삭막해지는 사회문제의 훌륭한 해답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활동은 자꾸만 개인화되고 삭막해지는 사회문제의 훌륭한 해답이 될 수 있고, 자율적인 공동체 활동은 아이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숙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필자는 학교오케스트라 운영을 고민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반드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 스스로 즐겁게 운영하는 장을 마련해주어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학교예술교육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함께 즐기는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인공지능이 주를 이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소중히 지켜 가야할 감성을 잃지 않게 도와주면 좋겠다.

 

 

로터스심포니오케스트라 파트장들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학교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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