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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교육공동체의 힘! 폐광촌에 학생들이 모인다 (충남 청라중학교)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외갓집에 보낸 것 같아요.” 충남 보령 청라중학교 졸업생 학부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학부모와 소통이 잘 되는 학교로 꼽히는 청라중을 방문한 날, 교장실에 둘러앉은 세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들이 앞장서 칭찬하는 학교인 청라중은 가장 깐깐한 ‘교육 소비자’ 학부모들로부터 먼저 인정을 받고 있다.


  충남 보령시 시가지에서 청라면으로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청라중학교(교장 조미선)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령산맥 줄기인 오서산과 성주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논과 밭이 펼쳐진 탓에 시골 학교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 학교는 과거 대표적인 광산벽지학교였다. 한때 충남에서 석탄이 가장 많이 생산된 성주산 자락 탄광굴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면 단위지만 학생 수가 1천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78년 당시에는 최고 18학급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후 광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점차 학생 수가 줄어들다 최근 들어 학교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교생 50여 명으로 감소될 위기의 학생 수가 100명을 넘어섰고, 4곳 초등학교 학생들이 멀리서 통학하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35명 중 타 지역 학생이 22명에 달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입소문 또한 자자하다.

 

 

 

진솔한 대화의 장, 가정방문의 날
  “학부모의 50~60%는 이 학교 졸업생입니다. 동문회는 매년 1천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지원할 정도로 든든한 지원군이지요. 지역사회에서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고, 학부모・지역사회・동문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하는 학교를 지향하고 있어요.”


  편수범 교감은 ‘작은 학교 살리기’에 교육공동체가 힘을 쏟으면서 학교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학부모를 교육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며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기 초 3, 4월에 열리는 학부모 상담주간에는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된다. 담임과 부담임 교사가 팀을 이뤄 가정을 방문하고, 가족 상담을 통해 서류상으론 알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 3학년이 된 이 양은 아버지가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평범한 가정의 자녀지만, 아이 건강에 문제가 생겨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가정방문을 통해 알게 됐다. 학교는 성금모금으로 300만 원을 전달하는 한편,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도왔다. 편 교감은 “가정방문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아이 지도에 필요하다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두 명 이상의 교사가 꼭 팀을 이뤄 방문하고, 사전에 흔쾌히 허락한 가정만 방문한다.”며 “가정방문이 어려운 학부모는 상담주간에 면담, 유선, SNS를 병행하면서 집중적으로 상담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고 말한다.


  학부모와 학교 간 문턱을 낮추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청라중은 학교설명회를 많이 여는 학교로 유명하다. 학기 초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여는가 하면, 지역 초등 학부모 및 동문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회를 여는 등 총 7~8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격주 목요일에는 자녀교육 강의와 독서토론을 위한 ‘청라 사랑’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하고, 학부모를 위한 진로특강 ‘진로의 밤’, 부모님이 함께 하는 인문학 캠프를 통해 파주 출판단지와 명동 난타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연 1회에 걸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1박 2일간 함께 야영을 하며 서로 이해의 폭도 넓히고 있다.

 

1) 방과후수업에서 만든 작품을 들고 활짝 웃는 학생들

 

2) 학교전경

 

3) 특기적성 위주 방과후학교 음악 수업

 

4) 전교생이 유도하는 학교

 

5) 적정 규모 이상으로 학생 수가 늘면서 교감직이 생겼다. 지난해 부임한 편수범 교감

 

 

 

광산촌 학교의 변신… 교육공동체 신뢰 기반
  학부모는 학교 교육활동의 중요한 일원이다. 체육대회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가족 체육축제’로 열리며, 아이들의 특기적성 발표회 때는 부모가 직접 사회자로 나선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라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주 4회 1시간씩 4개 소인수반에서 4명의 학부모가 기초학습 도우미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소통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학교교육 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긍정적 인식과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학교교육으로 학교 참여율은 지난해 200% 이상 증가했지요.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참여기회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편 교감은 무엇보다 학부모와의 소통이 원활한 데에는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특기적성을 강조한 방과후학교다. 교육적 여건이 열악한 농산촌지역이다 보니, 저녁 8시까지 학교가 아이들을 무한책임지고 있다. 야간통학차량 2대를 운영하며 지난해는 109개 강좌를 열었다. 올 1학기에 열리는 37개 프로그램 중 20개 이상은 음악 중심의 감성교육이다. 이용민 교무부장 교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롯, 난타, 보컬, 연극 등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1인 2악기 3예술동아리를 실천하면서 학생들의 정서순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방과 후에 갈고 닦은 실력은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자율마당에서 발표하도록 하여 자긍심도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새롭게 지은 유도관에서는 전교생이 유도를 배운다. 전교생 도복을 체육관에 비치해 틈틈이 훈련한 이후, 교내 갈등과 다툼도 크게 줄었다. 이를 위해 보령 유도협회가 학생들 유도교육을 지원하고, 청라자율방범대와 오삼건 자율방범대는 학생 야간 귀가 차량 운영을 돕는 등 지역사회 14개 기관이 서로 협조하며 교육활동을 돕고 있다.

 

6) 학부모와 함께 하는 1박 2일 야영 ‘셀프리더십 캠프’

 

7) 가정방문

 

8) 특기적성 발표회

 

9) 학생 활동 중심의 교과 수업

 

 

자긍심 높은 아이로! 스텝 UP
  교육과정도 변화를 꾀했다. 매주 월요일 7~8교시는 프로젝트 학습의 날로, 교과별로 프로젝트 학습 계획을 세우는 활동이 이뤄진다. 이 날만큼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신, 자율학습 시간을 마련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독서하고 토론하며 프로젝트 학습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10차시를 마친 후에는 꿈・끼 주간에 발표회도 갖게 된다.


  수업은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이 되도록 모든 교사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새롭게 생긴 수업혁신부장을 중심으로 교사학습공동체를 꾸리고 금요일마다 수업혁신 회의를 열고 있다.


  이 외에도 이달의 ‘맵시상’, ‘예절상’, ‘나의 미래 명함 만들기 대회’ 등 30여 개가 넘는 교내 상이 아이들을 위해 마련돼 있다.

  학생들에게는 부상으로 마일리지가 제공되는데, 연말이 되면 개인 통장에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최대 100만 원 상당의 목돈이 되기도 한다고. 뿐만 아니라 1학년 때부터 월3만 원씩 개인별로 적금을 들어 2학년은 내년에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다. 편 교감은 말한다.


  “자긍심을 높이는 스텝업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공동체를 기반으로 작은 학교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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