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판교대장초등학교 - 학교돌봄터 1호, 지자체·학교 협력 돌봄 지평 넓힌다

글 _ 서지영 객원기자


  ‘학교돌봄터’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방과 후 초등학생 돌봄시설로 학교에서는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기존의 돌봄교실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발굴·적용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돌봄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난해 6월 문을 연 ‘학교돌봄터 1호’인 판교대장초등학교를 찾아가 그간의 운영성과를 들어봤다.


기사 이미지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학교돌봄터 1호

  2021년 9월부터 전국 19개 학교에서 학교돌봄터 운영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부처 연계·협력 사업으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돌봄 수혜인원을 3만 명까지 확대하여 초등돌봄 사각지대 해소 및 맞벌이 가구의 양육부담을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에 들어서자 따뜻하고 안전한 아이들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의 정적인 공간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적인 공간을 가구의 색채로 구별해둔 점도 인상적이다. 최소영 센터장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라며 이끈 곳에는 아이들 키 높이를 배려한 책장과 책들,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커다란 모니터, 미술시간에 만들었음 직한 작품들이 책장 위에 일렬로 전시되어 있다.


  “방학에도 학교돌봄터는 쉬지 않아요. 공백 없는 보육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고 있어요. 긴 시간이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운영 중인데요, 여기서는 은빛독서나눔이와 미술 프로그램을 해요. 공간이 참 예쁘죠.”


  최 센터장은 학교돌봄터가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돌봄인 만큼 학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부에서 진행하는 독서활동 프로그램도 있지만, 학교에 있는 시설과 인프라를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활동을 제공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학교 체육관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요. 물론 이 모든 건 학교와의 소통과 협의가 전제되어야겠죠.”


  학교돌봄터 사업은 학교가 유휴교실을 지자체에 5년간 무상임대해주면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공공성이 보장된 돌봄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운영에 있어서는 지자체의 직접 운영을 권장하고 있지만 위탁도 가능하다. 위탁 시에는 공익법인인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위탁하고 지자체장의 책임하에 학교돌봄터 설치와 운영이 이뤄진다.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에는 아이들 키 높이를 배려한 책장과 책들,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에는 아이들 키 높이를 배려한 책장과 책들,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업 승인이 나면 학교가 빌려준 해당 공간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된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액 교육청이 부담하지만 이후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는 보건복지부, 교육청, 지자체가 1:1:2의 비율로 분담한다. 때문에 학교돌봄터 운영에 있어 관계부처 간의 협업은 필수적이고 학교와의 원활한 소통 또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는 성남시가 을지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개소할 당시 센터장, 교사 3명(종일제 2명, 반일제 1명), 조리사 1명 총 5명이 한 팀을 이뤄 출발했다. 교사들은 모두 보육과 복지 전공자로 채용하면서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인력으로 구성했다. 첫 학기에 40명의 아이들을 추첨했는데 대기자만 3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는 돌봄 수요가 많음을 입증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쏠림 현상의 또 다른 이유는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돌봄이라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의 조리실. 한 아이당 급·간식비  5만 원만 지불하면 양질의 돌봄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의 조리실. 한 아이당 급·간식비 5만 원만 지불하면 양질의 돌봄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학교돌봄터는 학부모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까지 문을 활짝 열어둔다. 학부모가 야근으로 늦어질 경우에는 저녁 8~9시까지도 아이들의 돌봄을 책임진다. 지역 내 돌봄 수요에 따라 오전 7시부터 9시에 문을 여는 틈새돌봄도 가능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에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한 아이당 급·간식비 5만 원만 지불하면 이 같은 양질의 돌봄과 교육서비스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돌봄터 입소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놀이체육·창의미술 등 수요자 의견 반영한 프로그램 구성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에서 자신 있게 강조하는 부분은 프로그램이다. 여타의 돌봄교실이나 돌봄센터와는 차별화된 수요자 중심의 수준 높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 성장발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최 센터장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다. 


  최 센터장은 과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돌봄센터에서도 센터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자유시간, 자율학습 등 프로그램 구성에 빈틈이 많아 결과적으로는 시간만 때우고 가는 식의 돌봄 비중이 높다는 것. 그래서 더더욱 공백 없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짜는 데 중점을 두게 되었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수요자 중심의 수준 높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학생들  성장발달에 보탬이 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수준 높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학생들 성장발달에 보탬이 되고 있다.



  “물론 인력이나 재정적 한계로 인해 시행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학교돌봄터에서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판교대장초가 1호점이기도 하지만 제가 마중물이 되어서 앞으로 생길 학교돌봄터의 본이 되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먼저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고려해 체육활동은 매일 필수적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외부강사가 매주 목요일에 와서 공놀이, 줄넘기, 피구, 요가, 달리기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학교돌봄터 체육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원이나 학교 내 방과 후 수업도 빠지고 학교돌봄터로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키즈팜 생태학습 수업이 진행된다. 따뜻한 돌봄터 공간에서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아이들이 직접 돌봄터 앞 베란다에 흙을 뿌려 텃밭을 마련하고 씨앗을 심어 새순이 올라오는 걸 관찰하는 시간이다. 곤충과 버섯 등 동식물을 돋보기로 관찰하고 만져보면서 성장과정도 알아가는 등 생명을 가꾸고 존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성남시 아동복지교사 파견사업과 연계해서 진행되는 창의미술 시간은 매주 수요일에 열린다. 아동복지와 미술을 전공한 외부강사가 와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미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해당 수업은 미술치료 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레고 활동 프로그램이다. 소그룹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멋진 작품을 만든다. 만든 작품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돌봄터 앞에 진열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작품은 레고왕으로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수여하고 있다. 


  또 성남시 중앙도서관과 연계한 은빛독서나눔이 프로그램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 퇴직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논술 지도도 해준다. 이외에도 지역 소방서와 연계한 안전교육 프로그램과 중국어, 도예체험, 음악, 시청각 수업 등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기꺼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 수두룩하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 학기 말에는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듣고,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묻고, 수요를 파악해 다음 학기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자체적으로 돌봄터 이용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 75%, 만족은 22.5%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부 항목에서도 만족 이상을 체크한 항목이 운영시간 97.5%, 응급조치 92.5%, 활동사진 공유 97.5%, 프로그램 90%, 아동 만족도 95%, 교사와의 소통 99.5% 등 대다수가 90%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학교돌봄터 운영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사 이미지




학교돌봄터 확충해야 양질의 보육·교육 서비스 가능해

  지난 6개월은 기존 돌봄과는 차별화된 수요자 중심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시기이기도 하지만 반면 입소를 희망하는 학부모들로부터 다수의 민원이 접수된 시기이기도 하다. 낙첨된 학부모들이 추첨 기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입소 인원을 확대하라는 요구까지, 교육청과 지자체에 접수된 각종 민원들은 모두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판교대장초 학교돌봄터는 개소 6개월 만에 또 다시 구조변경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민원 내용을 일부 수용하여 추가적으로 돌봄 인원을 20명 늘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3월부터는 기존 2반 40명에서 3반 60명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3반 60명의 아이들이 충돌하지 않고 잘 생활할 수 있도록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이번 리모델링 공사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사자 추가 인력확보는 아직 예정되어 있지 않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적은 돌봄전담사들이 사명감 하나로 수당도 없이 초과근무를 불사하면서 이끌어왔던 터라 최 센터장의 고민이 깊다. 


  “종사자들이 3교대로 일하고 있어요. 출근을 탄력적으로 하니까 오전 9시에 출근하는 교사도 있고, 11시에 출근하는 교사도 있어요. 이제 3월부터는 9시에 출근하는 교사 한 명과 센터장인 제가 60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거죠. 아이들 챙기느라 점심식사 못하는 건 다반사예요. 종사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해요. 호봉제 도입이나 수당지급 등 처우개선이 돼야 종사자들의 장기근속도 가능해질 것이고, 또 정부차원에서 예산이 더 투입돼서 추가인력 확보도 이뤄져야 해요.”


  종사자 처우개선과 인력충원에 더해 최 센터장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기존 돌봄교실 역량강화로 인해 자칫 학교돌봄터 사업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시들까 봐, 신규 사업이 설 자리를 잃을까 마음이 편치 않다. 


  최 센터장은 학교가 주체가 되는 기존 돌봄교실과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학교돌봄터의 역할에는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교사의 역량과 전문성에서도 큰 차이를 느낀다는 것. 


  “교육부에서 학교 주관의 돌봄교실 내실화를 강조하는 기사나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아동복지 실무자로서 아동복지 또는 사회복지 전공자의 역량은 확연히 구별되거든요. 이것은 단순히 역량 채우기식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봐요.”


  뿐만 아니라 센터장의 역할도 필수적이라며 강조한다. 학교돌봄터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센터장이 있어야 시설, 인력, 프로그램, 보육, 상담 등 일관성 있는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돌봄터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신규 사업이다. 온 것보다는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멀다. 앞으로 가야하는 그 길에는 제도, 예산, 인력, 시스템 등 사회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더 많이 남아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