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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복자여자고등학교 - 인문학 역량 갖춘 학교, AI 만나 미래로 나아간다

양지선 기자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교육은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화두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초연결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AI 기초소양과 융합적 사고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요구된다. 

충남 복자여자고등학교(교장 곽정아)는 지금까지 독서교육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 AI교육 선도학교로 선정된 복자여고는 이제 미래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도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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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에 있는 복자여자고등학교는 인성교육은 물론 학생들의 뛰어난 학업역량 덕분에 지역 내에서 전통 명문 사학으로 통한다. 곽정아 교장은 “천안지역은 2016년부터 고교 평준화가 시행됐지만, 비평준화 시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복자여고에 많이 지원해온 덕분에 여전히 학구열 높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년별로 체계화된 독서프로그램은 복자여고의 전통적인 특색교육으로 꼽힌다. 20년 넘게 이어온 독서프로그램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됐다.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고민해온 교사들은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게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토론과 연구·발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운다.


  교육과정부장을 맡은 서보경 교사는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선정한 책을 읽게 한 후 교사가 질문을 던져줬다면, 2학년부터는 책 선정부터 질문 던지기까지 스스로 하게 된다. 3년간 아이들이 직접 완성한 연구보고서를 모아보면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AI 기초 함양을 위한 융합수업·동아리 운영

  독서교육과 함께 복자여고가 미래교육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AI·SW교육이다. 독서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왔다면, 이제 미래역량까지 갖춘 융합형 인재로 키운다는 포부다. 지난해 AI교육 선도학교로 선정된 복자여고는 AI 기초소양과 활용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현재 AI·SW교육 관련 정규수업으로 1학년 ‘정보’, 2학년 ‘정보과학’, 3학년 ‘프로그래밍’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인공지능 기초’와 ‘인공지능 수학’ 과목이 개설된다. 이외에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수학 문제해결 등을 주제로 수학·정보 융합 수업도 진행한다.


  AI수학코딩 동아리, AI융합코딩 동아리는 복자여고의 대표적인 AI 관련 동아리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실생활과 수학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목표로 한다. 동아리 학생들은 여름방학 기간에 대학 전공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AI와 드론 관련 강의를 듣고 실습 체험도 했다. 학교 주변에 10여 개의 대학이 있어 대학연계 프로그램과 교수 특강 등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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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AI교육 선도학교로 선정된 복자여고는 AI 기초소양과 활용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로봇 축구, VR·AR,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체험 활동을 운영하고 방학 중에는 AI, 수학, 빅데이터 등 여러 분야의 외부 전문가 특강도 진행했다.



모두를 위한 AI 축제

  학교는 AI 관련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SW교육의 날’, 학교는 박람회장으로 변신했다. 자유롭게 오가며 체험해보는 9개의 체험부스, 전문 강사를 모시고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제작하는 7개의 체험교실과 함께 외부 전문가의 AI 특강까지 풍성하게 꾸며졌다. 


  나준영 정보교사는 “그동안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코딩 로봇을 만들어보거나 AI와 과학·환경·수학·한국사를 융합하는 활동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자칭 ‘컴맹’이라고 강조한 백지연(1학년) 학생은 “정보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수업 시간에 이론 위주로 학습했다면, 이렇게 체험을 통해 로봇을 실제로 만들어보니 이해하기도 쉽고 재밌다.”라고 말했다.


  교내 AI 동아리에서도 직접 체험 부스 운영에 나섰다. 포토 머그컵 제작과 로봇 축구, VR체험, 아두이노(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 중앙처리장치가 포함되어 있는 기판)를 활용한 과자 뽑기 등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AI융합코딩 동아리 소속 유채원(2학년)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수업 이외에도 캠프에 참여하거나 대학에서 전공 체험도 해보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꿈인데, 진로와 관련해 흥미로운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로봇 축구 체험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로봇 축구 체험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포토 머그컵 제작 체험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포토 머그컵 제작 체험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자율주행 자동차 체험 교내 AI 동아리에서 준비한 자율주행 자동차 체험




AI와 연계한 환경교육 강조

  복자여고는 올해부터 AI·환경융합 교과특성화 학교를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교육과정 속에서 AI와 환경교육을 융합해 녹여낸다.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을 살리는 교육을 강조해온 복자여고는 10년 넘게 학교 안에서 ‘녹색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다. 녹색가게에서 학생들은 교복과 문제집, 안 쓰는 물품들을 사고팔며 친환경 EM(Effective Micro-organisms)비누 만들기 등의 활동도 진행한다. 


  서보경 교사는 “우리 학교 AI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SW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을 활용해 우리 인류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며 “이와 연계해 학교 건물에 설치한 태양전지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성 검사를 실시했고, SW의 날을 맞아 AI 미니보드를 활용한 미세먼지 경보기 만들기, 버려진 머그컵으로 스마트 화분 만들기 체험교실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종락 서강대 수학과 교수의 AI 특강 시간, 집중하는 학생들김종락 서강대 수학과 교수의 AI 특강 시간, 집중하는 학생들



아두이노를 활용한 스마트 화분 제작 체험교실아두이노를 활용한 스마트 화분 제작 체험교실



자유롭게 탐구하며 성장하는 학생들

  학교는 학생들의 탐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교구가 있는 수학실 3곳과 첨단 실험장비를 갖춘 과학실 4곳, 메이커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리소스 센터 2곳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방과 후 2시간씩 열리는 ‘오픈랩(Open Lab)’ 시간에는 과학실 4곳과 메이커실, 리소스센터 2곳을 개방해 희망하는 학생들의 실험과 메이커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료 준비와 안전을 책임지는 실험교사를 별도로 채용했다. 실험계획서만 사전에 제출하면 공간과 필요한 모든 재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방과후학교, 소프트웨어 관련 캠프 활동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친다. 김종욱 교감은 “연간 실험재료비 예산만 천만 원이 넘으며, 부족하면 추경예산을 통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라고 귀띔했다.


  학교에는 3D 프린터, 각종 센서를 겸비한 아두이노 실험 세트, AI 실습을 위한 코딩 로봇 레고 마인드스톰, 천체망원경, MBL(컴퓨터 기반 과학실험) 기자재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생명과학실에는 학생들이 직접 배지를 만들어 세균배양 실험이 가능한 장비를 구축했다. 


  ‘문제발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미래 핵심역량으로 꼽는 복자여고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협력해 답을 찾는 형태로 운영한다. 전교생은 ‘창의주제활동’에 참여해 1년 동안 자신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탐구 활동을 진행한다. 서보경 교사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 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되면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복자여고는 앞으로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학생 선택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공간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AI·SW교육을 위한 시설로 기존 3개의 교실(컴퓨터실, 수학실, 메이커실)을 창의융합형 정보교육실로 리모델링한다. 올해 학교는 충남교육청의 예산지원으로 노트북 120대, 크롬북 90대 등 기자재를 확충하고, 전 교실에는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했다. 나준영 교사는 “장기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1인당 1대씩 스마트 기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돼서 모든 교실을 컴퓨터실처럼 활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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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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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아

복자여자고등학교 교장


Q1 _____ 지난 9월 1일 자로 부임했다. 그간 학교 운영 소감은?

  그동안 학교에서 기술·가정 과목을 담당하는 평교사로 근무하다가 이번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학급 운영이나 수업 준비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이제 학교 전체를 이끌어야 하니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교사의 자리를 떠나고 보니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생님들이 참 많이 애쓰고 계신다는 걸 느낀다. 우리 학교는 1963년 개교해 올해로 58주년을 맞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학교를 위해 헌신해오신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Q2 _____ 복자여고의 강점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 마치 가족처럼 믿고 따른다. 정성껏 수업 준비를 해주시고,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배려하며 따뜻하게 상담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선생님들의 열정이 학생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었다. 또 다른 강점은 학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독서교육과 환경교육은 우리 학교의 전통적인 특화 교육이다. 덕분에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


Q3 _____ 앞으로 학교 운영 비전은?

  학생, 선생님,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가 연계해 서로 신뢰 안에서 소통하며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또한 양심에 따라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들과 공감하는 사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학생들을 기르고 싶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워 이웃을 위하고, 나아가 세상을 위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인성, 독서, 진로, AI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지식교육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을 자신과 이웃을 돌보며 사랑하는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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