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서울교동초등학교 도심 속 작은학교 전통과 미래가 만났다

글 _ 양지선 기자

지난 1894년 설립된 서울교동초등학교(교장 김정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초등교육기관(당시명 관립교동왕실학교)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이지만, 한때 5,250명에 달했던 전교생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2011년 97명까지 급감했다. 학교는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지는 특색교육을 대안으로 삼았고, 2021년 현재 전교생은 185명으로 늘어났다. 서울교동초를 방문해 도심 속 작은학교가 살아나는 방법을 알아봤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인 서울교동초등학교는 역사적 장소들이 모여있는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다. 근대식 건축양식을 그대로 살린 고풍스러운 교문의 양쪽에는 ‘관립교동소학교’와 ‘서울교동초등학교’라는 문패가 나란히 달려있다. 127년 전 세워진 학교는 옛 이름을 간직한 채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학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서울 4대궁과 종묘, 북촌한옥마을 등이 지척이다.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역과 연계한 체험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교육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이지만, 거주지가 아닌 상업지이다 보니 학구 내 학생들은 계속 줄어들었다. 1963년에 59학급 5,250명의 학생이 다녔던 학교는 2011년에 7학급 97명까지 전교생이 급감했다. 학생 수 늘리기에 나선 교동초는 2017년 서울형 작은학교로 지정된 후 공동학구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어느 지역에서든 전입할 수 있게 했다. 올해는 1학년 신입생 32명 중 5명만이 학구 내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서대문구, 광진구, 성북구 등 서울 내 10개 구와 멀게는 경기도 남양주, 일산에서도 오고 있다. 



교동초는 교문에 학교의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건축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개교  당시의 건축양식으로 재정비했다교동초는 교문에 학교의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건축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개교 당시의 건축양식으로 재정비했다



공동학구제 도입·탄탄한 프로그램으로 학생 수 꾸준히 증가

  현재 전교생은 185명으로 2017년 126명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학생 수가 적어 매일 전면등교가 가능하고,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활성화돼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방과후학교는 올해 25개 강좌, 49개 반을 개설해 학생 1인당 3개 강좌씩 들을 수 있다. 영어, 창의 수학, 생명과학 등 교과 관련 강좌와 공예, 요리, 미니어처 만들기 등 취미 교실을 비롯해 축구, 농구, 바이올린 등 예체능 강좌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학생들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최소 5명부터 개설되게 했다. 돌봄교실은 총 3반으로 45명을 수용하며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김정이 교장은 “요즘 학부모들은 학교 SNS와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비교하며 자녀가 다닐 학교를 고르는데, 교동초 프로그램이 탄탄하다는 것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학교는 2019학년도에 1학년 입학 대기자만 80명을 기록했으나 교실이 부족해 수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기사 이미지 127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는 작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졸업생 선배들이 쓰던 책걸상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올해 역사관 도우미로 활동하게 된 6학년  이가영·최수아·박건휘 학생(왼쪽부터). 관심  있는 사료를 골라 담당 교사와 함께 공부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해 연습한다. 올해 역사관 도우미로 활동하게 된 6학년 이가영·최수아·박건휘 학생(왼쪽부터). 관심 있는 사료를 골라 담당 교사와 함께 공부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해 연습한다.



학교 특색 살린 전통예술·역사 계승 교육

  학교는 학생 맞춤형 수업, 상담, 지원과 학교의 특색을 살린 전통 연계 프로그램을 강점으로 꼽았다. 현재 한 학급당 평균 인원은 15명. 덕분에 수업 지도에 대한 교사의 부담감은 줄고,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게 가능해졌다. 담임교사는 특별히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들과 사제 멘토링 시간을 통해 체험활동을 실시하며 학교생활에 흥미와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특색교육 활동으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 ‘1인 1국악’ 교육이 있다. 1~2학년은 국악 동요 부르기와 소고, 3~4학년은 가야금, 5~6학년은 사물놀이를 배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모여 연주하는 것이 힘든 만큼 현재 고학년도 가야금으로 대체해 배우고 있다. 이성윤 교사는 “아이들이 국악을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다 보니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배운다.”라고 전했다. 학년 말에는 전교생이 강당에 함께 모여 발표회를 실시한다. 판소리, 마당놀이,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공연단을 초청해 학부모와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함께 즐기는 예술공연 관람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인 만큼 학교 역사 계승 교육도 이뤄진다. 건물 4층에 마련된 교동초 역사관 ‘나이테1894’는 2,011점의 사료가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역사관 도우미로서 안내를 맡는다. 6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선발되는 역사관 도우미는 관심 있는 사료를 골라 담당 교사와 함께 공부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해 연습한다. 올해 역사관 도우미로 활동하게 된 박건휘 학생은 “학교에 대한 역사를 배우며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가영 학생은 “우리 학교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저학년 후배들에게 설명해주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학교는 지난해 1층 현관에 옛 학교 건물과 현재 학교 건물을 비교한 미니어처와 디지털 역사관을 마련했다. 디지털 역사관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교동초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문도 학교의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건축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개교 당시의 건축양식으로 재정비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도 학교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됐다.



건물 4층에 마련된 교동초 역사관  ‘나이테1894’에는 2,011점의 사료가 있다. 학교는  지난해 역사관을 재정비하고, 1층 현관에는  디지털 역사관도 마련했다건물 4층에 마련된 교동초 역사관 ‘나이테1894’에는 2,011점의 사료가 있다. 학교는 지난해 역사관을 재정비하고, 1층 현관에는 디지털 역사관도 마련했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협력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운현궁에서 펼쳐진 예절교육  모습(코로나19 이전 촬영)학교는 지역사회와 협력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운현궁에서 펼쳐진 예절교육 모습(코로나19 이전 촬영)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 행복 쌓기

  교동초는 지역과 함께 하는 ‘어울림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통문화예술인과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 전통 교육 시간에는 각 분야 장인들의 강의가 이뤄진다. 지난해 부채·족자·솟대 만들기, 지푸라기 공예, 칠보공예 체험이 진행됐고, 인근 운현궁에서는 저학년생들의 예절교육이 이뤄졌다. 김정이 교장은 “장인들이 강사료 없이 재료비만 받으며 기쁜 마음으로 교육해주신다.”라며 “전통문화예술협회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덕분에 도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소외계층 나눔 활동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그동안 지역자치센터와 쪽방촌을 방문해 헌 옷, 책, 생필품, 김장 나누기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도 전교생과 학부모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전통 음식을 만들며 나눔을 이어간다. 


  교동초는 올해 내실 있는 수업을 위한 교사들의 연구 활동과 연수를 지원하고, 특히 원격수업에 대한 교원 역량 강화에 나선다. 학교는 이미 전교실에 무선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태블릿PC 108대를 확보했다. 건물 2층에는 스마트 교육을 위한 ‘올제누리실’을 새롭게 구축했다. 이곳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3D펜을 활용한 메이커 교육도 이뤄질 계획이다.  



기사 이미지




Mini Interview



기사 이미지


김정이 

서울교동초등학교 교장


Q1 학교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다 함께 즐거운 교육을 하고 싶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매일 아침 교문 지도를 통해 학생들을 한 명씩 살피고, 소규모로 학생들을 모아 ‘눈맞춤 시간(인성교육)’을 가진다. 인근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책방 나들이,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스케이트와 스키캠프도 소소하지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이다.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든 아이가 학교에 더 오고 싶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급식 식단 조정도 그런 차원에서 하나의 배려다.


Q2 학교 운영상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해나갔나?

교원 수가 적다 보니 담임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기도 하는데, 교육지원팀과 교장·교감이 더 발로 뛰면서 최대한 업무를 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최근 학생 수가 늘면서 교실 수가 증가한 대신 특별교실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 이에 건물 지하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특별교실과 다용도 수업 공간을 확보했다. ‘상상누리실’, ‘라온누리실’, ‘창의누리실’, ‘지혜누리실’ 등 4개의 공간은 소체육 활동, 음악 수업, 방과후학교, 학생 자치, 기초학력 지원 수업, 학교 행사공간, 미술 작품 전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Q3 향후 학교 운영 계획은?

교동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채널로 홍보를 이어가고, 우리 학교와 비슷한 소규모 학교들과 작은학교로서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교동초’라는 이름의 학교가 많은데, 전국의 교동초등학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고 싶다. 학교의 상징성을 살려 각국 최초의 초등학교와 교류하는 것, 교동초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테마여행도 기획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업에 본질을 두고 아이들이 배움에서 즐거움을 깨우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