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홍동초등학교

학교 텃밭에서 자연을 배우는 아이들

글  양지선 기자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은 생명을 기른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겉돌던 아이들은 함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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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풍년!” 농어민 명예교사 주형로 씨의 지도로 홍동초 3학년 아이들이 벼 베기 체험에 나섰다

  친환경 농업의 메카인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홍동초등학교(교장 조국현)는 생태교육과 수확체험 등 농촌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 150명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텃밭을 기르며 자연과 생명을 익히고, 마을 농부는 명예교사로 활동하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을걷이가 시작될 무렵, 벼 베기와 고구마 캐기 등 수확체험을 진행한 홍동초에 다녀왔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10시, 충남 홍동초등학교 운동장 옆 작은 논에 3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이날은 벼, 고구마 등 아이들이 지난봄 심었던 작물을 수확하는 날이다. 200㎡ 남짓한 논에는 황금빛 벼알이 주렁주렁 달린 벼이삭으로 빼곡하다.

  “저번에 심은 볍씨 하나가 자라서 2,000알이 넘는 벼로 자란 거야. 누가 이렇게 잘 자라게 도와줬을까?” “자연이요!” “맞아. 햇빛과 바람, 비, 맑은 공기가 도와줬지?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벼를 베어보자.”

  농어민 명예교사 주형로 씨의 시범에 따라 안전 낫을 든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벼를 한 움큼씩 잡고 밑동 부분을 공략한다. 작은 손에 힘을 주고 베어낸 벼 한 다발을 마치 승리의 꽃다발처럼 의기양양하게 집어 든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도 뿌듯함이 느껴진다.

  주형로 명예교사는 “작물이 자라는 걸 보고 아이들이 그대로 닮아간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연의 도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벼를 보면서 아이들은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라고 전한다.


  추수 체험은 벼 베기에 이어 탈곡으로 이어진다. 재래식 탈곡기인 홀태와 호롱이는 도시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지만, 홍동초 아이들에겐 낯설지 않다. 촘촘한 머리빗처럼 생긴 홀태와 발을 굴러 탈곡하는 호롱이에 이삭을 훑으니 낟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체험에 참여한 리아는 “우리가 먹는 밥이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지는 걸 알았다.”라며 “앞으로 밥투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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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이에 이삭을 훑으며 탈곡하는 모습


과학 시간엔 관찰일지 작성, 미술 시간엔 텃밭 그리기

  탈곡 후 남은 볏짚을 가지고 한쪽에서는 새끼꼬기가 한창이다. “플라스틱이 없던 옛날에는 새끼를 꽈서 그릇을 만들었어. 줄넘기를 만들어 놀거나, 멍석도 만들 수 있지.” 명예교사의 설명에 따라 소영이는 발가락 사이에 짚을 끼워 고정하고, 손바닥을 비비며 열중했다. “전 이걸로 줄넘기를 만들 거예요. 제 키보다 더 높이 만들려고요.”

  3학년 도움반 아이들도 함께 체험학습에 나섰다.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홍동초에서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같이 수업을 듣는다. 특수교육실무원의 지도 아래 아이들은 벼 방아찧기에 도전했다. “이렇게 찧다 보면 쌀이 만들어지는 거야. 이걸로 나중에 떡볶이 만들어 먹을까?” 김경희 교사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으며 참여를 이끌었다. 그는 “학교에서 생태교육과 더불어 다양하게 체험할 요소가 많다. 봄가을에는 논 생물을 관찰하고, 1주일에 한 번 있는 산책시간에는 학교 앞 하천이나 공원을 따라 걷는다.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기 참 좋은 환경”이라고 전했다.

  홍동초의 텃밭 가꾸기 활동은 씨앗 뿌리기부터 수확까지 일련의 전 과정을 아이들이 책임지고 진행하게 된다. 이는 인성교육으로도 이어진다. 생명을 기른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아이들끼리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겉돌던 아이들은 함께 어우러졌다. 자연스럽게 왕따와 학교폭력도 줄었다.

  텃밭 가꾸기는 다양한 교과와도 연계되는 활동이다. 과학 시간에는 작물을 기르는 과정에 대한 관찰일지를 작성하고, 미술 시간에는 텃밭에 나가 직접 그림으로 그렸다. 국어 시간에는 발로 진흙을 밟고 나서의 느낌을 글짓기로 표현했다. 교과 활동을 통해 생태를 이해하며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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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 후 남은 볏짚을 가지고 새끼꼬기 체험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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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낫을 이용해 노랗게 익은 벼를 한 움큼 베어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도 뿌듯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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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 후 벼 방아찧기에 도전한 아이들


놀이·체험학습 위주 교육과정으로 높은 만족도

  학령인구 감소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 작은 학교가 많아지고 있지만, 전교생 150명의 홍동초는 홍성군에서 유일하게 매년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친환경 농법을 배우러 귀농한 젊은 농부가 늘고 생태 친화적인 환경, 체험학습 위주로 이뤄지는 교육과정 덕분이다.

  홍동초에 다니는 두 자녀의 학부모이자 농어민 명예교사 부부인 박재은 씨와 김준호 씨도 아이들의 추수체험을 돕기 위해 학교에 나왔다. 귀농한 지 만 3년째라고 전한 이들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을 느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제는 막내가 산에서 메뚜기를 잡아 왔어요. 학교에서 메뚜기를 튀겨 설탕을 묻혀 먹었더니 맛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체험이죠. 선생님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해 체벌도 없고요. 학교 앞 원두막에 앉아서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게 행복이에요.”

  지역 주민들은 종종 학교에 와서 아이들의 체험학습과 방과 후 활동을 돕는다. 홍동초의 방과후학교 ‘아싸놀이단’은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어 운영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학교 수업이 끝난 후 1~2시간씩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깡통차기’ 등 전통 놀이를 함께 즐긴다. 인근 홍동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와서 어울려 논다. 이곳에서는 마을이 곧 학교고, 학교가 곧 마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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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뒤편 텃밭에서는 고구마 줄기를 먼저 걷어내며 수확 준비를 했다


기사 이미지 학교와 지역사회 잇는 농어민 명예교사

  농어민 명예교사는 홍동초와 지역사회를 잇는 통로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농어민 명예교사 제도를 5년째 운영 중인 충남교육청은 올해 109명의 명예교사를 위촉했다. 이들은 홍동초처럼 농촌체험학습과 텃밭 가꾸기 사업을 운영하는 충남 지역 274개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 농어민이 직접 학교교육에 참여하게 되니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농사와 지역에 대한 지식과 흥미를 기르는 효과를 얻는다.


충남교육청 공정희 장학사는 “앞으로 더 많은 학교가 텃밭 가꾸기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며, 교사를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상담연수도 함께 진행해 식물을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