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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

AI 고등학교·코스형 고교학점제로 새 도약

글  양지선 기자



상업계열에 특화된 실무인재를 길러온 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는 내년도 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재편되면서 빅데이터 기반 상업·비즈니스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 1  (사진은 코로나19 이전에 촬영된 것임)

  상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이자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교장 안재민)는 내년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고교학점제를 위해 9개의 코스와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공모한 인공지능(AI) 고등학교에 선정돼 내년부터 학과가 전면 개편되기도 한다. 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를 통해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빠르게 대처하며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는 마케팅경영과, 스마트금융회계과, 글로벌무역과, 디자인콘텐츠 등 4개 학과를 운영하며 상업계열에 특화된 실무인재를 양성해왔다. 학교는 70%에 달하는 높은 취업률로 ‘낙오자 없는 학교’를 자랑한다. 서울시 관내 특성화고 중 취업률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안재민 교장은 “직접 학교를 선택해서 온 아이들인 만큼 상위권 학생들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진로를 설정해서 졸업하도록 책임지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졸업생들은 주로 금융·회계·무역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이중 대기업과 공기업이 30%, 강소·중소기업에 70% 해당한다. 또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통해 매해 30명 이상이 동국대, 중앙대, 홍익대, 경희대, 숭실대, 숙명여대, 한양대 등에 입학하고 있다.

  학교는 특히 창업·발명교육을 강조해 특허를 출원하고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등 체험중심교육에 강점을 둔다.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창업경진대회 등에서 꾸준히 수상자를 배출해왔으며, 학교 차원에서의 특허출원만 20여 건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도부터는 빅데이터 교육을 더해 빅데이터 기반 상업·비즈니스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안재민 교장은 “특성화고는 학령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매우 어려워진다.”라며 “이제 진학이 아닌 진로를 중점으로 두고, 국가 차원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상업계열에 특화된 실무인재를 길러온 선일이비즈니스고등학교는 내년도 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재편되면서 빅데이터 기반 상업·비즈니스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 2


빅데이터 교육과정 더해 미래인재 양성 준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선일이비즈니스고를 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선정한 바 있다. 이로써 학교는 빅데이터소셜미디어과와 빅데이터소셜마케팅과로 학과가 전면 개편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공지능 교육을 강화한다.

  학교 측은 기존 학과 교육과정에 빅데이터 관련 내용을 추가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교육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빅데이터마케팅4.0’, ‘미디어빅데이터분석’, ‘마케팅빅데이터분석’ 등을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실무 중심의 신규 교과서 개발에도 나선다.

  교사들도 빅데이터 관련 연수를 통해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교과 교사 대상으로 우수 기업체 및 AI 대학원 연계 심화과정 등의 유관 연수도 진행한다. 학교는 미래 맞춤형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용 실습실을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자재도 확보한다. 이미 지난 2018년 구축된 미디어실에서는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업 콘텐츠를 녹화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덕분에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교사가 전부 직접 만든 수업 콘텐츠를 올리거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안재민 교장은 “특성화고는 보통 공업계열이 중심이 되는데, 본교는 전통 상업교육을 고집해오면서도 신입생 미달 없이 매년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내년도 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재편되면서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내 미디어실에는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업 콘텐츠를 녹화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내년도 9개 세분화된 코스형 고교학점제 운영

  지난해 말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도 선정된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올해 학점제 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2학년(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나선다.

  선일이비즈니스고 고교학점제의 특징은 학과 내 코스형 교육과정을 만들어 단순히 과목 선택이 아닌 진로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한 점이다. 내년에는 △마케팅 △총무인사 △재무회계 △창구사무 △보험손해사정 △유통관리 △수출입관리 △시각디자인 △콘텐츠 제작 등 총 9개로 세분화된 코스를 운영,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해 관련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같은 전공 안에서도 학생 개개인이 선택한 코스에 따라 과목은 다시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마케팅경영과여도 마케팅 코스를 선택한 학생은 ‘창의경영’, ‘전자상거래일반’, ‘비즈니스프레젠테이션’ 등의 과목을 듣지만, 총무인사 코스를 선택할 경우 ‘세무일반’, ‘회계실무’, ‘사무행정’ 등 별개의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이로써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 인근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학교 밖 교육과정 운영도 추진 중이다. 계절학기 형태로 학생들이 방학 중 대학에서 원하는 과목을 듣고, 학점으로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 학생들에게 배부할 코스안내서 책자와 실제 졸업생들의 코스별 진로 사례집


학점제 대비 졸업생 추적·진로동아리 활성화

  선일이비즈니스고가 실시할 코스형 고교학점제에서는 사전 진로 탐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된 이후 구성된 교원학습공동체에서는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 교사들은 진로교육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교내 진로동아리 활성화와 학업계획서 경진대회, 고교학점제 학생지원단 등을 구체적인 지원 방법으로 내세웠다.

  교내 진로동아리에는 졸업생 선배의 직장을 탐방하며 실제 직업 현장을 둘러보는 ‘비즈니스 에듀케이션’, 선배 한 명과 일대일 멘토·멘티로 만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취업멘토반’이 있다. 학교 차원에서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한 졸업생과 인연을 이어오면서 재학생들은 선배들을 통해 막연하게 그려왔던 미래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달 2~3회씩 졸업생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 코스안내서에도 졸업생들의 코스별 진로 사례를 소개해 학생들의 선택을 돕는다.

  올해 새롭게 구상한 학업계획서 경진대회는 현재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본인의 희망 진로와 흥미, 선택 과목을 생각해보고 2~3학년까지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숙례 교사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흥미와 꿈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시간이 부족한데, 나만의 학년별 진로 로드맵을 세울 기회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고교학점제를 주제로 한 동아리도 운영한다. 학생들에게 직접 배우고 싶은 과목과 교과 난이도에 대한 의견을 받음으로써 교육 주체가 함께 학점제를 완성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된 이후 구성된 교원학습공동체에서는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



Mini talk



“학교 덕분에 취업 성공...
다시 돌아가도 특성화고로 진학할 것”


최경원 학생(마케팅경영과 3학년)


  현재 선일이비즈니스고의 학생회장이자 마케팅경영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최경원 학생은 이미 지난 겨울방학부터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수업을 들으며 취업 준비에 힘써왔다. 그 결과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 취업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와중에 당당히 합격한 것에 대해 그는 “100% 학교 덕”이라고 얘기한다.

Q. 특성화고에 진학한 이유는?

A. 일반고에서 공부로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보다 사회 경험을 먼저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Q. 학교에서 취업에 어떤 도움을 줬나?

A. 처음에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어요. 3학년이 되면서 자기소개서 쓰는 법과 취업 대비 면접을 준비하는 교과목을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3학년은 방과후학교가 무료로 진행되는데, 수업 외적으로 유용한 취업 관련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Q. 특성화고의 장점은?
A.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특히 남들과 다른 특별한 스펙을 쌓을 수 있어요. 고등학생이지만 예비 사회인으로서의 융통성도 기르고, 여러 대회에 나가 미리 관련 경험도 해볼 수 있어요. 저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은?

A. 후진학 제도를 이용해 지식을 쌓고 전문성을 기르는 게 목표입니다.

Q. 특성화고 진학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아무리 성적이 높아도 스스로 공부에 대한 확신이나 재미가 없다면, 굳이 일반고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성화고에서는 3년 동안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어요. 기업 운영과 창업 교육 관련 경험을 한 후 진로를 선택하거나, 선취업 후진학 제도도 이용할 수 있죠. 만약 다시 중학교로 돌아가도 특성화고로 진학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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