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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아이들, 어떻게 지도할까

글_ 김성효 전라북도교육청 장학사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샐리그만(Martin Seligman)은 1964년에 아주 유명한 실험을 하나 합니다. 개를 우리에 가두고 전기를 흘려보낸 다음 반응을 살펴본 것이지요. 한 우리에는 갇힌 우리 앞 패널을 코로 누르면 전기충격이 사라지게 했고, 다른 우리에는 패널을 설치하지 않고 충격을 그대로 받게 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뒤,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가 흐르는 상자에 개들을 가두고 다시 실험을 했습니다.
  패널이 있던 우리의 개는 전기가 흐르자 칸막이를 넘어 도망갔지만, 패널이 없어서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했던 우리의 개들은 전기가 흐르는 동안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실험에서 도망가는 것을 포기했던 반응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교실에서 만나는 무기력한 학습자들에게도 학습된 무기력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해도 나는 안 된다고 믿는 학생의 내면에는 실패를 반복해서 경험한 강력한 틀이 있습니다. 내면을 먼저 바르게 세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셀리그만 교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비관이 학습되듯이, 낙관도 학습된다고 말입니다. 셀리그만은 이를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이라고 했습니다. 낙관을 연습하듯이 꾸준히 시도하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믿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교실에서 무기력한 학습자들에게 어떤 지도를 해야 할지 보여주는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무기력한 학습자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이렇게 다가가자

 

1 성취의 경험을 맛보게 한다.
큰 목표를 이루는 것만 훌륭한 게 아니라, 작은 것을 해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일입니다. 작은 성취가 큰 성취로 가는 디딤돌이 되어줍니다. 교사가 먼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2 자신의 강점을 찾아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게 한다.
조금 넓혀 생각하면 어떤 것도 사회에선 훌륭한 재능으로 쓰입니다. 학생들이 서로 잘하는 것을 배우고 가르쳐주게 하세요. 영어, 수학 잘하는 아이만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달리기 잘하는 아이도 공부 잘하는 아이고,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도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인식을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3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한다.
사소한 일에 가치를 부여하면 일하는 이의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공부가 가치 있고 발전적인 일임을 학생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저는 주로 ‘공부를 왜 하지?’,‘내가 공부를 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등의 주제를 주고 학생들에게 1천자 이상 에세이를 써오게 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게 했습니다.

 

4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고 믿게 한다.
우리 뇌는 가소성이 있다고 합니다. 뇌는 언제든 성장할 준비가 돼 있는 겁니다. 아이들에게도 나무처럼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믿게 해주어야 합니다. 성장하고 있다고 믿으면 지금 조금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요. 이렇게 꾸준히 지도하면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단원평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노력하고 있으니까 다음엔 잘할 거예요”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쯤 되면 낙관이 학습된 상태라고 봐야겠지요.

 


매일 조금씩 나아진다는 믿음은 학생에게도 중요하지만 교사에게도 중요합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믿는 교사는 쉽게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앞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기에 잠시의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것이지요. 아이와 함께 교사 또한 자라고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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