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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필 한영고등학교 교사

1등보다 꼴찌에게 더 마음 쓰는 ‘맹자선생님’

글 김혜진 객원기자




[ 짧은 휴식시간도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교실 한편에는 신 교사의 책상이 마련되어 있다. 그가 교실을 떠나지 않은 건 담임교사로서의 책무, ‘무한책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

  30년 교사생활 동안 28년간 담임을, 더욱이 고3 담임만 18년 동안 맡으면서 쉼 없이 달려온 서울 한영고 신동필 교사. 지난 3월엔 역사소설 <창업>을 집필, 책으로도 펴냈다. 시대의 모순과 문제를 바로 보며, 신념과 열정으로 살다 간 정도전 이야기. 이 책은 건강한 어른으로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 제자들에게 건네는 선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사로서는 최고의 영예일, 올해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대상을 받은 그를 만났다.


“우리 반 꼴찌를 좋은 학교, 원하는 학교에 보내는 게 선생님의 첫 번째 목표다.”


  그는 늘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10분의 자투리 휴식시간조차도 학생들에게는 허투루 보내지 말 것을 당부하곤 했다. 그가 맡았던 28년간의 담임, 그중에서도 18년은 3학년 담임이었다. 그가 교실을 떠나지 않은 건 담임교사로서의 책무, 그 ‘무한책임’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정년을 4년 앞둔 현재도 그는 어김없이 1학년 1반 담임이다. 서울 강동구 한영고등학교(교장 구영진)에서 역사 교과를 담당하는 신동필 교사(59). 그는 지난 5월 22일, 제9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교사로서는 최고 영예인 대상 및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그동안 담임을 맡아 졸업시킨 학생 수만도 1,500명 남짓. 어느덧 40대에 들어선 졸업생 제자들은 늘 곁을 지켜주었던 스승께 헌정하듯, 그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만들었다. ‘동필장학회’다. 한영고에서는 4년 전부터 해마다 6명씩, 동필장학금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 신 교사는 올해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교사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대상 및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하였다. ]


그를 웃고 울렸던 ‘DP사단’ 제자들

  “1990년 교직에 첫발을 들이면서 가장 먼저 기본에 충실한 교사가 되자고 결심했었죠. 아이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했고요. 제가 1993년부터 그렇게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면서 졸업시킨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모임이 ‘한영고 DP사단’입니다.”

  이번에 신 교사가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으면서 누구보다 기뻐하고, 또 축하해 준 이들이 바로 ‘DP사단’ 제자들이었다. 이들은 스승의 재학생 제자들에게 든든한 멘토 역할을 자청하기도 한다. 특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대학생 선배 멘토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미국 MIT와 하버드대학 등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후배들을 위한 특강을 마련해 주는 제자들도 많다.

  담임을 맡았던 졸업생 수가 1,500명을 훌쩍 넘다 보니, 그를 아프게 했던 제자들의 사연도 적지 않다. 1993년 첫 담임으로 만났던 그 아이도 그랬었다. 부모님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을 때, 2주 만에 기어이 자신을 찾아낸 선생님과 학교로 돌아오면서 목놓아 울던 아이였다. 신 교사는 그 아이와 함께 걸으며 흘렸던 그 날의 눈물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했다. 또 10년 전,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만 비로소 행복하다던 아이, 졸업 후에도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더니, 이내 하늘의 별이 되어 스승의 가슴에 묻힌 애달픈 제자였다.


유년의 글공부에서, 맹자강독 샘으로!

  신 교사가 담임을 맡으면, 가장 먼저 학급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말이 있다. “우리 반 꼴찌를 좋은 학교, 원하는 학교에 보내는 게 선생님의 첫 번째 목표다”라고. 교직 부임 초기, 그렇게 일등보다 57등에게 더 눈길과 마음을 주었었다는 신 교사. 현재도 그와 같은 생각과 목표에는 변함이 없단다. 꼴찌들의 무한한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는 게 교사로서는 더 없는 감사이고, 행복이기 때문이다.

  “학기 초에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묻고, 또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면, 강제성을 띠지 않아도 공부해요. 저는 반 아이들에게 첫 번째 중간고사에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합니다. 그런데 어느 해, 중간고사에서 150등을 한 아이가 있었어요. 좀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죠. 상담하면서 그 아이에게 ‘네가 가진 능력의 반의반도 사용되지 못한 것 같다’라고 깨우쳐줬죠. 아이는 이후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승승장구, 결국 1등의 자리까지 올라갔어요. 한 학기 만에요.”

  신 교사에게는 ‘3초 강사’라는 닉네임이 하나 있다. 방과후 학교 수업이 개설되면, 3초 이내에 마감되면서 붙여진 별명. 그가 20년째 운영하는 ‘맹자강독 동아리’ 역시 한영고의 대표적인 동아리 수업으로 평가받는다. 50여 년의 시간을 거스른 유년 시절, 충북 괴산의 외가에서 공부했던 한학과 고서의 향이 마냥 좋았다는 신 교사. 외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웠던 이 유년의 추억들이 그를 역사교사와 역사소설가, 또 맹자강독 선생님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단다.

  “맹자와 논어 강독은 이미 선배들로부터도 대입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는 입소문이 난 터라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요. 학업 성취도가 낮았던 국·영·수 주요 교과목에 흥미를 잃었던 아이들도 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학업에 자신감을 되찾은 사례도 있을 정도입니다.”


[ 신동필 교사는 30년간 기본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


정도전을 품은 소설 <창업>의 작가로!

  한국사 수업에서 신 교사가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는 바로 토론 수업이다. 예를 들면,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로의 이행, 시대를 쥐락펴락하던 인물을 대상으로 토론 수업이 진행되곤 한다. ‘이방원, 정도전, 정몽주’에 대해 친구들끼리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의 격론이 갈무리될 즈음, 신 교사가 마지막으로 늘 빠트리지 않는 강의가 있다. 500년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론’이다. 언젠가 ‘동필장학회’ 정기모임에서 신 교사는 선뜻 약속 하나를 하고 말았었다. 수업시간에 들려줬던 ‘정도전’에 대한 서사를 책으로 엮어 한 권씩 선물한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그가 직접 집필한 정도전에 관한 역사소설 <창업>은 발간됐다.

  “수업과 병행하다 보니 책이 나오기까지 5년 이상 꼬박 걸린 셈입니다. 사료를 수집하고, 소설작법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공부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원고 집필하고, 수정하고, 다시 고쳐 쓰고. ‘내가 어쩌자고 제자들과 이런 무모한 약속을 했을까?’ 했을 만큼, 힘든 작업이었죠.”

  약속처럼 소설 <창업>은 제자들에게 한 권씩 이미 우편으로 전달됐다. ‘한영고 DP사단’ 졸업생 모임은 스승의 날이 있는 매년 5월에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위험이 장기화되면서 9월 둘째 주로 미뤄졌다. 후배를 돕는 일에 늘 발 벗고 나서주는 졸업생 제자들에게 ‘사단장으로서’ 들려줄 만한 인사말을 요청했더니, 신 교사는 마치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짧게 들려줬다.

“DP사단 친구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앞으로 남은 4년, 신 교사는 30년 전의 그 자신처럼, 교직에서 막 첫발을 떼는 후배 교사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 30년간의 교직생활 중 28년을 담임을 맡았던 신 교사. 그의 손을 거쳐 간 제자만 1,500명으로 선후배가 서로 밀고 당기며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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