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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섭 강원 사북고등학교 교사

“폐광촌 아이들과 함께 꿈을 그려갑니다”

글_ 한주희 기자



[학교 운동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문섭 교사 ]


  탄광의 부흥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된 교육자로서의 삶. 열정 하나로 만났던 폐광지역 아이들이 그 시절 그를 스승으로 이끌었다. 밤 10시까지 아이들 가르치길 마다하지 않고 집까지 태워주던 그때 그 마음으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고 있는 교사. 올해 대한민국 스승상 주인공인 김문섭 강원 사북고 교사를 만났다.

  이르면 오는 12월 강원 사북고 학생들이 주도한 탄광테마카페가 문을 연다. 폐광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의지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이룬 쾌거다. 연탄빵, 열차빙수 등 제품 연구부터 기념품,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지난 2017년 강원랜드 주최로 열린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창업대회에서 청소년 최초로 최종 선정되며 이뤄낸 결과다.

  “열차 분위기를 조성한 내부 인테리어, 사북 탄광 감성 사진을 담은 포토 엽서, 곡괭이 병따개 등은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계획을 세웠어요. 이러한 활동과 연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관련 진로 분야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요.”

  김문섭 사북고 지도교사는 아이들의 든든한 조력자다.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경험을 진로지도로 이끈다. 올해 교육부와 교직원공제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스승상(근정포장)은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지도에 힘을 쏟은 그에게 수여됐다. 20여 년의 교직생활 대부분을 고3 담임과 대입진학부장을 해 온 그는 “진로교육은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꿈을 만드는 진로 · 진학지도


   “학생들은 꿈을 찾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고 싶어 하지요. 만약, 자신의 진로 분야에 대한 부분이면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근무지마다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주로 사교육 도움을 받기 힘든 군 단위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한 터라 학교 교사의 역할이 더욱 막중했다.

  사북고 아이들과는 탄광테마카페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인구수가 점점 줄어드는 강원도 정선의 인구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한때 6만 명을 넘어섰던 정선 사북면의 인구는 4,000여 명. 아이들은 타지에 사는 사람들도 정선군 가상군민이 되면, 정선 명예군민 및 지역 내 다양한 시설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이디어로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정선군 인구정책과에 제안했다.

  자연과정 학생들과는 지역의 특산품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상품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다채롭게 진행한다. 지역 대표 농산물인 옥수수 추출물을 이용한 구강청결제, 개똥쑥을 이용한 입욕제, 천연색소를 이용한 립스틱과 립팝도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제23회 전국 과학동아리발표대회 금상, 2018 STEAM R&E 우수상 등 각종 대회에서 다수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산간벽지의 작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대도시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겨뤄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많은 자신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지요.”

  그는 매년 학생과 학부모 대상 진학지도와 학생 생활상담을 100시간 이상 해오고 있다. 또한, 연간 10회 이상 대학초청 입시설명회, 학교 자체 입학설명회 등을 운영하는 등 체계화된 진학지도 프로그램 및 상담으로 그에 대한 학교 안팎의 신뢰가 두텁다.


[ 여름방학 과학실험 프로젝트 수업 참여 학생들]


[지도 모습]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변화된 과학 수업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김 교사는 꿈에 그리던 아이들과 만났지만 교단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에서 배운 교수·학습 이론은 고교 수업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과학에 대해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줄곧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고 깨워도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였다.

  “김화 와수리라는 북한과 맞닿은 지역의 공업계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였죠. 대다수 학생이 늦은 새벽까지 지역의 식당 등에서 배달과 서빙 일을 하곤 했고,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에 자거나 장난을 치며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아이들에겐 어쩌면 지금이 과학과 만날 마지막 수업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다양한 실험과 체험중심 활동을 수업 안으로 들여왔다. 매 과학 시간 과학실에서는 과학마술을 통한 마술사 되어 보기, 버블아티스트 되어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 인근 논과 개울을 거닐며 우리 지역 식물, 동물 이름을 외워보는 시간도 가졌다. “1평도 안 되는 공간에 아침 9시부터 앉혀놓고 공부시키는 건 아동학대나 다름없다.”라는 그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근무지마다 자연과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 연구 활동과 탐구동아리를 병행하며 아이들의 과학적 흥미를 이끌었다. 강원과학고 최초로 로봇동아리를 운영하는가 하면, 신철원고, 철원고에서는 창의·인성 신장 프로그램과 탐구 동아리를 다채롭게 운영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냥 무료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다양한 실험과 체험활동을 하게 되고, 이것이 창의·인성 수업으로, 융합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더군요.”

  그는 여전히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교수-학습 개선과 연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유튜브를 활용한 수업자료나 지역과학자원지도(RSM) 등을 개발하는 등 교육자료 개발·적용에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2011년부터는 융합인재교육(STEAM)의 원활한 현장 정착을 위해 교사연구회를 조직해 활동하며 동료들과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하고 있다. 


[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김문섭 교사와 사북 고 학생들 ]



가르침의 기쁨을 일깨운 교육봉사


  현재 근무하고 있는 사북고는 긴 세월을 돌아 다시 부임한 그의 첫 발령지다. 부임 첫해인 2001년 그는 한 달간 말썽을 피운 학생들과 함께 음성 꽃동네를 찾아 레크리에이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폐광으로 인해 가정 문제를 갖고 있던 학생들은 봉사활동 과정에서 삶의 태도가 변화했고, 그 이후부터 봉사활동은 그에게 또 다른 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과학체험 행사와 수업도 진행했다. 강원과학고에서는 동료 교사와 함께 매년 ‘과학싹잔치’ 행사를 열고 1,000여 명 이상의 지역 초·중등 학생들과 만났다. 특히 2016년부터는 프놈펜과 캄퐁톰 등 캄보디아 학생을 위한 STEAM 캠프를 열면서 교육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들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가르침에 대한 갈구와 애정이 아이들 눈에 그대로 드러나요. 가르치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도움을 주는 일이지만 봉사가 아닌 힐링이라고 말하는 이유지요.”

  2017년부터는 태백, 정선 지역의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진로진학체험 과학캠프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강원 지역 교사 20명과 함께 봉사단체인 한국미래융합교육협회를 설립하고, 교육적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 보다 체계적인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오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서 뭐든 하려고 했던, 교단에 처음 섰던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밤 10시까지 열정 하나로 가르쳤던 그 마음을 모든 일에 바로미터로 삼고 있어요. 처음처럼요!”


[가장 듣기 좋은 첼로 소리를 찾기 위해 여름방학 과학실험 프로젝 트에 참가한 학생들과 실험을 돕 는 김 교사 ]


[탄광테마카페 브랜드를 설명하는 사북고 학생]


[대한민국 스승상을 축하하며 담임반 학생들이 수여한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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