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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경기 다원학교 교사 “자립을 위한 아이들의 꿈을 이뤄갑니다”

글_ 편집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 특수교사는 아이들에게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조금은 불편한, 그래서 더 특별한 아이들과 호흡하며 자립의 꿈을 심어 주고 있는 김윤현 경기 다원학교 선생님을 만났다.


  대학교 1학년이 되던 해, 특수교육 전공과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인근 특수학교 아이들을 가리키며 교수는 수업을 듣던 한 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아이들이 어떻게 보이는가?”
  “애처롭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특수교사가 될 자격이 없네. 저 아이들이 왜 애처로운가? 아이들은 교육의 주체이지 연민의 대상이 아니네. 그걸 깨닫지 못한다면 수업에 더 들어올 필요가 없네.”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잊히지 않고 머물러 있는 기억의 한 조각. 부끄러워 고개를 떨궜던 그 학생이 이제는 어엿한 27년 차 특수교사가 됐다. 김윤현(53) 경기 다원학교 교사는 지난날이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 나날이였다고 회고한다.

제자가 도기로 만든 김윤현 교사 얼굴. 그의 교무실 책상 위에 항상 소중하게 놓여 있다.

 

김 교사는 교내 카페를 직접 설계한 후,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반을 개설해 아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소외’된 아이들의 꿈·끼 찾기… 특수학급 연합캠프로 실현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달리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요. 그때 교수님의 불호령을 떠올리면서 특수교사로서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자 ‘장애’는 더 이상 교육활동에 걸림돌이 아니었다.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급을 지도할 때는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이 교육활동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이끄는 데 그는 힘을 쏟았다. 당시만 해도 매년 하는 인성수련 프로그램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은 소외돼 왔거나, 참여하더라도 일반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주변 중등 특수학급 담당교사들과 힘을 모아 ‘특수학급 연합캠프’를 기획했고, 그 이듬해인 2009년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원사업으로 확대해 더 많은 학생이 끼와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했다.
  주변의 지지와 학부모 호응에 힘입어 2013년까지 꾸준히 열린 연합캠프를 통해 장애학생들은 여러 학교 아이들과 친분을 쌓으며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등의 긍정적인 행동들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한 교사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돼 타 학교로 전보를 가거나 장애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해도 학생의 특성과 수준을 파악하는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그는 체육대회와 현장학습에서도 장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운동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체육대회와 현장학습이 열리는 날에도 특수학급 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중등 특수학급 담당교사들과 협의해 공설운동장, 체육관 등에서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특수학급 연합체육대회’를 5년간 꾸준히 개최했다. 현장학습 또한, 특수학급 간 연합을 통해 마라도, 성산 일출봉, 민속마을 등을 함께 둘러볼 기회를 마련했다.  
  “장애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나 특수학급 규모, 예산, 지역적 위치 등에 따라 경험의 범위에 대한 편차가 심합니다. 연합대회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고, 교육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힘들지만 큰 보람을 느꼈지요.”

 그와 동료교사들이 만들어 가는 다원학교 교내 홈베이스

 

 

장애학생 자립 돕는 역할 찾아주기
  특수교사들과 연대하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일궈낸 변화는 그에게 더 큰 희망을 그리게 했다. 특수교육교과연구회를 통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워크숍, 연수를 통한 역량 강화의 기회를 마련하고, 국립특수교육원과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연수와 각종 현장지원을 위한 컨설팅에 힘을 쏟았다.
  2016년부터는 이천 다원학교 개교를 위한 준비위원으로 쉼 없는 나날을 보냈다. 이 지역 숙원사업이던 다원학교는 유·초·중·고교와 전공과를 둔 공립 특수학교로 그해 3월 문을 열었다. 교육부가 주관한 ‘2016년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 공모전’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힐링파크와 학생들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한 ‘Y’자 형태의 교사동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받은 학교다.  
  학교 곳곳에는 그와 동료교사들의 고민과 열정이 깃들어 있다. 텐트와 야외의자, 돗자리를 깔아 아늑한 캠핑 공간으로 꾸민 홈베이스와 윷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전통놀이존도 있다. ‘자동차 극장’에는 합판으로 손수 만든 모형 자동차에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다원헤어숍’은 부모님들이 학생들의 미용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주 1회 미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미용실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학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기초생활 훈련을 위한 편의점과 은행 창구 등을 그대로 재현해 실생활 자립 활동을 돕고 있다.
  “아이마다 자기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자리가 반드시 있지만, 아직 찾아주지 못했을 뿐이지요. 자립을 위해 아이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큰 기쁨을 주는 아이들이지요.”
  특수교사는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데 필요한 모든 교육을 한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 혹은 진출한 이후에도 특수교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아이가 장애를 딛고 사회 구성원으로 완전하게 자립할 때 교육이 완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통 특수학교 전공과 졸업생의 경우 20~30%의 학생이 취업에 성공하고, 6개월 이상 지속해서 재직하는 경우는 그중 10% 안팎에 머문다.
  진로·직업교육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김 교사는 고등학생과 전공과 학생들이 사업체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적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업체를 발굴하고,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바리스타 자격취득반, ‘디톡스&스무디’ 자격증 과정, 청소실무 프로그램인 ‘크린마스터’ 과정을 개설하고, 교사와 학부모로 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뉴스포츠 플로어 컬링으로 손 근력을 키우는 체육 수업

 

 

장애아동은 유아 때부터 부모교육이 필수
  특히,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부모교육이다. 일찍부터 유·초·중·고·전공과 부모를 대상으로 졸업 후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연수를 시작했다. 특수교육 대상 아동일수록 어릴 때부터 부모의 지원과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다.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는 유아 때부터 아이들의 졸업 후 진로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유아 때부터 계획하고 설계해야 좀 더 체계적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들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특수교사는 교사와 부모 중간 어디쯤 존재합니다. 사회에서 잘사는 모습을 봐야 교사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할까요? 제자라기보다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과 같지요.”
  그는 특수교사가 사명감과 봉사정신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명감이나 봉사정신도 지치고 힘들면 소진되기 때문에 투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필요하고 요구하는 교육을 해나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특수교사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장애학생에 대한 여전한 편견과 오해는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일이다. 특수교육의 현주소가 “찻잔 속 태풍”이라는 그는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 변화가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직도 편견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글마다 댓글을 달고 있다는 그는 비장애학생 학부모와 일반교사부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 설계)으로 사회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자립을 돕는 진로·직업교육은 김 교사가 가장 관심을 쏟는 일이다.

 

부모교육은 유아 때부터 시작해야 아이 자립을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사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특수교사에게는 더 깊은 고민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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