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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교육봉사단장 최병규 KAIST 명예교수 - “다문화가정 교육 멘토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립니다”

글 _ 편집실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최병규 명예교수는 국내 산업공학 1세대다. 

2014년 8월, 정년 퇴임한 후에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봉사단을 꾸렸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의 교육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마음교육봉사단’이다. 이곳의 단장을 맡으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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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자녀들을 지도할 때는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엄마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요. 그런데 다문화가정 엄마는 우리 말이 서툴 뿐만 아니라 초등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자녀들의 학습지도 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통계청 자료(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수는 33만 5,000가구를 넘어섰다. 이들 다문화가정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현재 10만여 명을 넘는다. KAIST 최병규(72·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2014년 정년퇴임 이후 다문화가정과 소외계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 봉사에 주력하고 있다. ‘다문화엄마학교’와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운영하는 ‘한마음교육봉사단’의 단장을 맡으면서다. 한마음교육봉사단은 재계와 학계, 교육계, 전국의 지자체에서 뜻을 모으며 2015년 1월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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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엄마학교·한글스쿨 7년 동행

  현재 다문화엄마학교는 대전본부를 비롯하여 서울·경기·충청·영남·경남·호남지부 등 전국에 23개 학교가 개설돼 운영 중이다. 올가을부터는 제주 서귀포, 전남 보성과 진도에도 추가될 예정. 한마음글로벌스쿨(이하 한글스쿨)은 다문화가정의 중학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원 교육프로그램으로, 2023년부터는 고등학생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다문화가정의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14년 무렵이었어요.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제자와 지인으로부터 지역의 다문화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해 들으며 산업공학자로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됐죠. 이후 다문화 관련 교육관계자, 지자체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대전지역 중점학교에서 다문화 업무를 담당하시는 김효정 선생님도 그때 인연이 되었고요.”


  지난 8월 3일, KAIST 산업경영학동 4층에 있는 한마음교육봉사단 사무국에서 진행한 최 명예교수와의 인터뷰에는 김효정 교사(한마음교육봉사단 교육이사)도 배석했다. 최 명예교수는 “김 선생님을 비롯하여 전·현직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다문화엄마학교의 교육 콘텐츠는 열성을 다해 만든 만큼 대한민국의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한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엄마학교 강의는 초등과정 자녀 지도에 필요한 7개 과목을 200개 강좌로 각각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엄마학교 프로그램의 강점은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다문화가정 엄마들이 대개는 낮에 일하면서 가족의 경제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저녁 시간이나 아침에 시간 날 때 찾아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일주일에 10개 강의, 총 20주 일정이에요. 주말에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중간평가도 합니다. 각각의 교실에는 지역의 선생님들이 배치돼 온라인 모니터링도 꾸준히 하고요. 평가에서 80점 이하를 받으면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등 입학부터 수료까지 외국인 엄마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산업공학자로서 최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의 인력을 어떻게 교육하고, 배치하는지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카이스트 내 사무국에서 만난 최병규 단장카이스트 내 사무국에서 만난 최병규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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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꿈과 도전”

  다문화엄마학교에서 배출한 졸업생은 현재 1,100여 명이 넘는다. 이들은 졸업 후에 초등생 자녀의 가정학습지도에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음을 사례 발표를 통해 전하고 있다. 교사와 의사소통도 원활해지면서 자녀의 학교생활도 활기를 되찾곤 한다. ‘한글스쿨’은 초등학생 자녀가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할 때 연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기 학생 중 몇몇은 올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한글스쿨 역시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현재 줌(Zoom)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 지원 강의는 KAIST와 서울대 등 이공계 학과 교수진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처럼 학력 부진과 격차 없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한마음교육봉사단의 목표지요.”


  최 명예교수는 “한글스쿨에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은 영어와 수학을 위해 따로 학원에 보내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특히 

높다.”라며 “이에 엄마학교나 한글스쿨의 역할에 대해 단장으로서 남다른 소명 의식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다문화가정과 이민정책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누군가 도움의 손길 없이도 잘해 나가요. 교육의 미래,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처럼 스스로 일어서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손을 맞잡고 함께 이끌어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초·중·고를 합하면 약 16만여 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존재하고, 그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지요.”


포항 다문화엄마학교 6기 출석 수업 ⓒ 한마음교육봉사단포항 다문화엄마학교 6기 출석 수업 ⓒ 한마음교육봉사단


검정고시 수험표를 든 대전 다문화엄마학교 13기 ⓒ한마음교육봉사단검정고시 수험표를 든 대전 다문화엄마학교 13기 ⓒ한마음교육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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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대형 사회적 교육에 주목하다!

  최 명예교수는 요즘 들어 ‘가정연대형 사회적 교육’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 매체 기고나 지자체에서 강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는 주제다. 다문화엄마학교나 한글스쿨 같은 프로그램이 그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최 명예교수는 “한글스쿨 수강 지원서에는 자녀가 학습에 열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멘토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학부모의 서약서를 반드시 받는다.”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과 학습 목표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미래학자이자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미래사회는 정부와 소셜 부문이 공존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설파했어요. 저 역시 공교육 안에서 감내할 수 없는 부문은 ‘가정연대형 사회적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문화엄마학교 등 한마음교육봉사단의 인프라를 고려하면 1,100여 명의 졸업생은 아직 미흡한 결과이기도 해요.”


  최 명예교수는 “전·현직 교사나 이공계 교수진, KAIST 학생들처럼 고도의 전문가가 제공하는 효율적인 교육 서비스는 사회 전반에 걸쳐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출되고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관심 부족과 예산 및 기업후원의 중단 등으로 문을 닫는 엄마학교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에서 엄마학교 폐교는 그 아쉬움이 배가되는 것도 사실. 최 명예교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자체장이나 다문화 정책 관련 담당자들을 만나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범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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