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음악은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언어이자 공동체

글 _ 김혜진 객원기자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세종예고 박영주 교사 


그가 부임하는 학교에는 어김없이 음악과 예술을 함께 나누는 봉사 모임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개교준비교사로서 부임한 세종예술 고등학교에서는 최고의 예술 전문 교육과정 설계와 실기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며 학생들이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세종예고 박영주 음악 교사를 만났다.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의 연예를 안은 박영주 교사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의 연예를 안은 박영주 교사



  세종예술고등학교(교장 임진환) 박영주 교사에게 음악은 ‘삶이자, 봉사’였다. 그에게 음악은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언어이자 공동체’였으며, 또한 ‘밥’이었다. 지난해 학생들과 함께 엮은 책 <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생 학생들에게 음악을 묻다>(이하 <음악을 묻다>)에서 박영주 교사는, 음악 교사로서 살아온 지난 30년의 삶을 학생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유년 시절부터 피아노와 가야금 연주를 좋아했어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이었지만, 부모님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악기는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하셨죠. 학창시절에는 국악대학에 진학하여 가야금 연주자도 잠시 꿈꾸었지만, 결국 음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에 진학했죠.”



박 교사가 지도했던 충남예고와 세종예고 졸업생 제자 20명으로 구성된  가야금앙상블 해봄. 박 교사가 해봄의 단장직을 맡고 있다.박 교사가 지도했던 충남예고와 세종예고 졸업생 제자 20명으로 구성된 가야금앙상블 해봄. 박 교사가 해봄의 단장직을 맡고 있다.


미래형 예술 전문 교육과정 설계

  박 교사는 전국 공모를 통해 이곳 세종예고에 부임했다. 부임 첫해인 2018년, 그는 개교준비교사로서 세종예고의 미래형 예술고교 교육과정 설계에도 직접 참여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재교구, 음향실과 관현악합주실 등 최고의 예술 전문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실기실을 구축하는 데에도 그의 노고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지난해,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세종예고의 예술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20 학교예술교육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음악과 2학년 학생들의 프로젝트 수업도 그 대표적인 우수사례 중 하나다. 이를 책으로 엮은 <음악을 묻다>에 실린 일러스트 역시 세종예고 미술과 학생들이 직접 그린 것. 음악과와 미술과 학생들의 협업이 우수사례로 이어졌다.


  “<음악을 묻다>는 예술대학 졸업 후 막연한 진로에 대해 미리 탐색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수업이었어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우리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였죠. ‘예술대학 나와서 우리는 뭐 먹고 살지?’라는,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다룰 수 있었죠. 음악을 전공하는 17명의 학생에게 ‘음악가에게 필요한 K(Knowledge)와 A(Attitude)는 무엇일까, 자기경력관리, 40세 음악가의 자기소개서’ 등 10개의 질문을 제시한 뒤, 자신의 미래 모습을 각각 그려보는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체 특강으로 외부 전문가도 초빙됐다. 이어서 1:1 컨설팅, 이메일 상담 등 학생들의 음악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적용됐다. 박 교사는 “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꿈꾸고 있는 음악과 예술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우리 아이들이 참으로 멋진 음악가, 예술가가 되겠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단다.



최고의 예술 전문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실기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며 예술가를 길러내고 있는 박 교사 최고의 예술 전문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실기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며 예술가를 길러내고 있는 박 교사


예술나눔,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

  박 교사의 30년 교직 생활은 음악을 매개로 한 ‘예술나눔과 봉사’의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첫 발령지였던 서해 옹진군의 북도중학교. 전교생 30명의 ‘섬마을 선생님’이 된 그는, 이 30명의 학생으로 풍물단을 꾸렸었다. 그리고 섬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신명 나는 풍물놀이 한마당을 펼쳐놓곤 했다. 박 교사는 “30년 전, 섬마을에서의 풍물놀이는 학생들은 물론 마을 전체를 음악공동체로,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2004년 봉사의 대가인 현정효 선생을 만나면서 박 교사의 나눔과 봉사자로서의 삶은 더욱 견고해졌다. 학생들에게 봉사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리고, 사회복지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더 채워나가기 위해 사회복지대학원에도 진학했다. 


  “1996년 큰아이가 태어나고, 10개월 만에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그 이후부터 엄마로서의 제 삶과 교사로서의 삶에도 커다란 변곡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아이의 통원치료를 위해 충남지역에 새로 정착하게 되었고요. 현정효 선생님의 권유를 따르면서, 우리 큰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죠.”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박 교사는 매주 목요일마다 ‘마시멜로교사봉사단’과 함께 공주에 있는 사회복지법인소망공동체에서 봉사를 계속 이어왔다. 2006년, 공주 봉황중학교에 재직하면서는 아버지의 끔찍한 산재 사고로 곤경에 처한 반 학생을 집으로 데려와 1년 넘게 아들처럼 돌본 박 교사다. 또 공주여고 재직시절 지도했던 이지원 학생(현재 나사렛대학교 2학년)은 박 교사가 유독 자랑스럽게 손꼽는 국악 유망주 제자 중 한 명. 이지원 학생은 2017년 장애청소년예술제에 참가, 대상을 받으면서 현재 경기민요 부문 국악 유망주로 사랑받고 있다. 지원 학생의 이 감동적인 장애 극복사례는 올해 국립특수교육원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혼자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해 평생 배움의 길을 안내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박 교사혼자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해 평생 배움의 길을 안내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박 교사


소외된 이웃과 함께할 ‘마을학교’ 건립 꿈

  지난해 11월, 박 교사는 가야금앙상블 ‘해봄’의 단장직을 맡았다. ‘해봄’은 박 교사가 지도했던 충남예고와 세종예고의 졸업생 제자 20명으로 구성된 연주단. 박 교사는 “이미 국립세종수목원과는 봄축제 등 연 4회 정기연주회 공연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충남지역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란다. 지난 5월 11일, 세종예고 국악합주실.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팀의 사진 촬영에 임하면서 박 교사는 ‘해봄’이 연주회에서 곧 선보일 레퍼토리라면서 영국의 록밴드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를 가야금 연주로 들려줬다. 


  “25현 가야금 연주는 한동안 손을 놓았던 터라 따로 시간을 내어 배워야 할 만큼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무대 위에서 제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요즘 하루 1시간 이상씩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웃음).” 


  박 교사는 오래전부터 공주지역에서 활동해 온 동료 교사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지역사회의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는 ‘마을학교’ 건립이다. 이 마을학교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을 설계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학교로 사용할 공간은 이미 3년 전 살고 있던 집터에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현재 제가 사는 공주시 옥룡동은 독거 어르신이나 소외계층들이 유독 많이 사시는 지역이기도 해요. 퇴임한 후에는 이분들에게 평생 배움의 길을 안내하는,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이웃의 삶을 살자고 오래전부터 남편과도 약속했습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박영주 교사는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수여하는, 교사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