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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3 - 스마트하게, 더 다양하게 진화하는 학교체육

글 _ 편집실 사진 _ 천안 오성초등학교·포천 이동중학교

  이상기후에 따른 환경 변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학교체육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의 경우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을 활용하는가 하면, 중학생 수업에서는 에듀테크 활용으로 스스로 건강한 습관을 체득하고 실천하는 앱을 만들기도 한다. 체육 시간에 배우는 종목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 이동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골프를 배운다. 약식으로 배우는 골프가 아닌, 마지막 차시에는 학생들이 직접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친다. 이 수업을 설계한 서광석 체육 교사는 “학생들이 골프를 배우는 체육수업은 학부모와 졸업생 동문, 지역사회가 함께한다.”라면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을 제대로 이행하게 되는 좋은 본보기의 수업 사례”라고 소개했다. 


VR 스포츠실, 초등부 수업의 범위를 넓히다

  천안오성초 학생들의 체육수업은 주로 강당과 운동장에서 진행돼왔다. 3년 전부터는 여기에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이 추가됐다. 현재 고학년 체육전담인 박세원 교사가 부임하면서 이 VR 스포츠실 수업은 더욱 활기를 찾았다. 박 교사는 야외활동 체육수업이 불가능해지고, 실내체육 공간 부족과 교실에서의 수업 역시 위험요소와 제약이 존재하면서 자연스럽게 VR 스포츠실 수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VR 스포츠실 수업의 장점은 이전까지 교과서에서 다룰 수 없었던 콘텐츠의 활용으로 학습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볼링이나 양궁 등은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는 실제로 이행하기 쉽지 않은 종목이다. 박 교사는 이를 ‘가상현실 표적형 게임에 도전하기’ 등의 수업으로 구현한다. 이 수업의 성취 기준은 학생들이 표적·투기 등의 도전과 관련된 여러 유형의 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성공 수행을 높일 수 있는 기본자세와 동작을 이해하고, 도전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다. 


  ‘볼링왕’, ‘올림픽 양궁’ 등의 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올바른 기본자세와 동작을 익혀 도전 상황에서의 신체수련능력을 배우게 된다. 박 교사는 “볼링과 양궁 종목 등의 수업에서는 특히 수업 전에 학생들의 운동능력, 교우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한다. 


  박 교사는 VR 스포츠실 수업의 또 다른 장점으로 “진입장벽을 낮춰 그동안 신체적 제약 등으로 체육활동을 피하거나 소외됐던 학생들도 놀이처럼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개별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게 되었고, 평소 체육활동에 소극적이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학급의 체육수업에서는 특수학생의 지도와 참여가 쉽지 않은데, 박 교사는 VR 스포츠실 수업으로 이를 극복해 가는 중이다.



초등부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하여!

  “간혹 교사연수를 진행하다 보면, 체육교과 선생님들도 새로운 콘텐츠를 익히고 다루는 데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수업 적용이 초기이다 보니 콘텐츠 개발의 질적 향상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없지 않고요. 아직은 콘텐츠 개발이 교육과정을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도록 수업 내용을 재구성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로서는 VR 스포츠실 운영에 따른 애로사항도 있을 수밖에 없다. 좁은 공간 문제는 박 교사가 꼽은 첫 번째 장애 요소. 천안오성초는 교실 크기를 한 칸에서 두 칸으로 확장하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하지만 박 교사는 “여전히 농구 수업이나 라켓을 사용하는 종목은 천장에 걸리는 단점이 있다.”라면서 “지역사회의 스마트스포츠관처럼 VR 스포츠실 운영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천장 높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라는 지적이다.


  박 교사는 지난해 비만 학생 등 체력 저하 현상이 눈에 띄는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건강체력교실’을 운영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기본움직임기술(Fundamental Movement Skills)’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달리기·점프하기 등의 이동성 기술, 굽히기·뻗기 등의 안정성 기술, 던지기·받기·차기 등의 조작성 기술의 실행과 습득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을 견인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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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오성초 VR 스포츠실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학생들천안오성초 VR 스포츠실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학생들


스마트한 체육수업, ‘기록’만이 승리한다!

  경기도 포천 이동중학교 서광석 체육 교사는 구글 스마트활용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수업명장’이다. 체육 시간에 이뤄지는 학생들의 모든 활동은 데이터화되어 기록된다. “나는 몸치야”라는, 이른바 ‘체육포기자’ 학생들도 매 순간의 기록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체육 교사로서 저는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라는 말을 신뢰합니다. 기록은, 자신의 기록을 이길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에듀테크 활용 체육수업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의 활동을 경쟁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또 다른 자신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로 바라보자는 취지예요. 이 수업의 장점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을 기록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면서 수업의 주인공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동중학교 학생들은 ‘건강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건강습관 항목을 선택하여 관련 앱을 만든다. 아이들은 자신의 핸드폰 메인화면에 이 앱을 띄워 매일 건강습관을 점검하게 된다. 서 교사는 “아이들이 건강습관을 형성하는 최소기간인 21일 동안 ‘운동, 수면, 영양’ 등 스스로 정한 항목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과정이 수행평가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 수업의 목표는 건강한 습관 관리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 학교체육이 확장하여 생활체육, 더 나아가 학생들의 평생 체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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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시간에 골프를 배우는 포천  이동중학교 학생들학교체육 시간에 골프를 배우는 포천 이동중학교 학생들


  올해는 스마트워치 심박계를 활용하는 체육수업도 새로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심장이 뛰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서 교사는 “이제 학생 한 명 한 명의 건강과 체력을 책임지는 주치의와 같은 역할을 체육 교사가 맡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에듀테크 체육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사로서는 교육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학생들은 개별적인 담당코치가 생긴 것 같다며 반깁니다. 앞으로도 체육활동의 누적기록들이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이 되고, 더 많은 학생이 체육수업을 통해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입니다.”

  공유-연결-협력을 강조하는 서 교사는 포천에서 제주까지 온라인으로 교실을 연결하는 스포츠교류전 수업도 진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과 북단의 중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스포츠를 통해 우정을 나눈 수업이었다.

이동중 서광석 교사는 스마트워치  심박계를 활용한 체육 수업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동중 서광석 교사는 스마트워치 심박계를 활용한 체육 수업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골프수업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굿 샷! 낫 배드!”

  이동중학교 학생들이 골프 수업시간에 하는 이 말은 친구들의 활동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미다. 서 교사는 부임하면서 정규 수업시간으로 골프 종목을 선택했다. 10여 년 전, 동문 선배들의 지원으로 3타석의 연습 시설을 갖추었지만, 거의 활용되지 못하던 터였다. 농촌 지역 학생들의 소외된 체육활동에 대해 고민하던 서 교사는 교육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과감히 정규 수업으로 골프 종목을 도입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배우게 될 종목을 미리 경험하게 하고, 생활체육과의 연계도 염두에 둔 교육과정이다. 마침 학교 운동장도 인조잔디여서 골프수업에 친화적 환경을 제공했다.


  이 수업의 목표는 ‘골프가 알려주는 삶의 10가지 가치’. 체육수업을 통해 기능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도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이들은 자신이 친 타수의 스코어카드를 스스로 작성하면서 ‘책임감과 용기’라는 덕목을 공부하게 된다. 또 타인에 대한 존중, 이타심, 통찰력 등 삶의 다양한 지혜와 가치들을 배우게 하는 수업이다.


  “골프라는 운동 안에도 어려움이 있고, 고난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아이들의 실제 삶과 연계하여 수업에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수업시간에 실제 필드 게임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열정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힘도 기르게 하고요.”

서 교사는 “학생들은 이 골프수업의 동반 라운드를 통해 인간관계 맺음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고, 또 지역사회에도 활기를 불어넣으며 소소한 변화를 이끄는 등 골프수업이 순기능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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