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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 교육감 선거 결과로 본 지방교육자치의 과제

글 _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진화하는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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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4년 동안 지역교육을 이끌 선장을 선출하였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나 ‘로또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교육감 선거가 거듭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교육감 선거 초기에는 후보자가 난립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려웠지만, 선거를 치르면서 교육감 선거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두 명의 후보자가 정면 대결하는 1:1 구도로 선거를 치른 지역이 늘고 있다. 2010년 치러진 교육감 선거 전국 평균 경쟁률은 4.63:1이었으나, 2014년 선거는 4.17:1로, 2018년 선거는 3.47:1로 경쟁률이 낮아졌다. 올해 치러진 교육감 선거 경쟁률은 3.35:1이었다. 두 명의 후보자가 정면 승부를 펼친 지역은 2010년 두 곳이었고, 2014년과 2018년에는 각각 한 곳과 네 곳이었다. 2022년에는 일곱 곳에서 1:1 구도로 교육감 선거를 치렀다. 


  아울러, 교육감 선거 초기에는 후보자 기호가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후보자 기호를 기재하지 않고, 후보자 이름 표기 순서를 지역별로 다르게 하면서 기호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교육감 선거 공약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 선거’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교육감 선거만을 특별히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방의원의 공약을 잘 알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얼마나 많을까? 지방의원의 경우 공약을 알지 못한 채로 소속 정당을 보고 ‘묻지마 투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기호가 부여되지 않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투표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지만, 교육감 선거만 특별히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면 교육감 선거를 거듭하면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통 분모가 많아진 지역교육

언론은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진보 성향 교육감과 보수 성향 교육감이 각각 아홉 명과 여덟 명 당선되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기도 하며, 지난 4년 전에 비하여 보수 성향 교육감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는 점에서 ‘보수 성향 교육감 대약진’ 또는 ‘진보 성향 교육감 퇴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제출된 정책 공약을 살펴보면, 교육감 후보자들 간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2010년 선거 당시에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이 전국적 쟁점으로 부상하였고, 2014년 선거 과정에서는 혁신학교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특별한 쟁점이 제기되지 않았다. 후보자들 공약에 두드러진 차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에서 진보 성향 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한 17명의 교육감 당선자의 공약을 살펴보면, 비슷한 공약이 상당수 눈에 띤다. 지방교육자치가 진전하고, 지역교육 수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보수 교육계와 진보 교육계의 정책이 수렴하고 있다. 교육복지정책을 둘러싸고 보편복지 접근과 선별복지 접근 사이에 대립이 존재했지만, 근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하여 교수-학습과 학생 평가를 미래 지향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또,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이나 또 다른 의미의 미래교육을 준비하자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중등교육의 방향에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존재하며, 교육청 간 선의의 정책 경쟁이 이루어질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학력 논쟁’이 남긴 과제

  이처럼 교육감 후보자들 사이에 정책 공약이 비슷했지만, ‘학력’은 여러 지역 선거에서 쟁점을 형성했다. 대체로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자들은 지난 십여 년 동안의 학교 변화 과정에서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진보 성향 후보자들은 수세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였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유일하게 쟁점이 된 것이 ‘학력’에 관한 문제였다.


  선거 결과를 보면, ‘학력 논쟁’에서 적지 않은 지역 유권자들이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 전 선거 결과와 비교하여 이 문제를 제기한 후보자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 결과가 ‘학력이 낮아졌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던 당시에도 여러 실증적 연구는 학력 저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혁신학교가 비혁신학교에 비교하여 학력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상당수 혁신학교가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지역에 지정되었기 때문에, 혁신교육이 학력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은 온당하지 않다. 또, 국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는 자료를 학력 저하 근거로 삼기도 하지만, 성취도 평가가 표집 평가로 바뀐 이후 학생들의 수험 태도나 교사들의 수험 지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래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상당히 늘어난 것은 교육정책의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의 영향일 수도 있다.


  학부모들이 ‘학력 문제’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지난 수년 동안 이루어진 교수-학습과 학생 평가 방식을 개혁하는 과정에 불만을 지녔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적 교육이었고, 이것이 학생들의 성장에 장애가 되었기 때문에, 시험을 줄이는 정책을 펴왔다. 또, 과거의 성적표는 학생의 순위를 알려줄 뿐, 어떤 부분을 잘 하고,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해야 할지를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성적표를 없앴다. 이처럼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표를 없앴다면, 그 대신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하여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이나 학교 생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사교육에 대한 의존은 더 높아지게 되었고, 이것이 부모들의 불만을 사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학력 문제’를 제기하여 당선된 교육감들이 십여 년 전과 같이 고부담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숫자로 표시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한다면, 그런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과거의 경쟁교육을 다시 부활시킨다면 아이들이 온몸으로 거부할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경쟁적 요소는 줄이되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에 대하여 학부모들에게 최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협의할 수 있는 방안을 두텁게 준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지역 없는 교육자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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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 선거를 거듭하면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교육감 선거가 제도로서 안정성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가 90만여 표에 이르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무효표에 비하여 2.6배가 많은 것은 교육감 선거 제도와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를 제기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지방교육자치가 진전되면서 지역 수준의 교육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지역교육의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는 등 성과가 있지만, 여전히 ‘지역 없는 교육자치’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지방교육자치는 학교 교직원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를 향상시킨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학교교육을 지역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전개하면서 지역 속의 교육, 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였다. 상당수 주민들, 특히 학생 자녀를 두지 않은 주민들은 지방교육자치를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결국, 지방교육자치가 ‘지방’이 빠진 ‘교육자치’로 운영되고 있는 셈인데, 이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방교육행정의 사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학교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모든 국민들에게 갈급한 과제인 돌봄 문제에 시도교육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유보통합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학교 시설을 활용한 평생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일을 전개할 때 교육자치에 대한 지역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제고된다.


  둘째, 앞에서 예시한 과제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전개할 수 있는 일들이다. 현재 교육자치는 광역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초 단위 지역교육 행정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장 선임 방식을 개선하거나, 교육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장이 협력하여 지역의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을 함께 가꾸어 가야 한다.


  째, 지방교육자치는 전문가들의 교육 리더십(Professional Leadership)을 보통 사람들이 통제하는(Layman Control)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현재는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 교육감을 주민이 선출하고, 지방의회가 교육감을 통제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지역주민 교육의회를 구성하여 지역의 교육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

새롭게 선출된 교육감들이 서로 협력하고, 또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보조를 잘 맞추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슬기롭게 교육정책을 펼쳐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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