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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조상을 섬기는 지방을 쓸 줄 알아요

김영근 명예기자

우리나라는 옛부터 예를 중시하는 나라로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왔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예의의 기준과 적용이 달라져 옛 어른들의 생활은 퇴색해지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나라에서 이렇게 하자는 제시보다 개인의식이 우선시 되는 시대이기에 종전에 좋았던 일도 꼭 이렇게 해보자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조상님들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정신으로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며 신을 모시는 지방을 사용했다. 현대는 핵가족화 사회로 제사 지내는 것을 꺼리고 어떤 가정에서는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있어 정체성 이어받기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예그린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난 16일 15:30~16:50까지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상 섬기기 지도를 예쁜 글로 제사에 쓰는 지방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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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인 어린 초등학생들은 평상시 보고 듣지 못한 것을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것에 큰 기대를 하였다. 지도 교사의 안내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문구나 단어로 지방을 직접 썼다.

지도 순서는 편안하게 앉아서 좋아하는 문구를 떠올린다. 내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준비물로 활동지, 네임펜, 붓 펜을 나누어 준다. 지방의 규격이나 쓰는 내용을 안내한다. 자신이 앉고 싶은 편안한 공간을 찾아서 앉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단어를 활동지에 적는다. 예쁜 글 엽서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여서 마무리한다. 개인이 쓴 쓴 작품을 전시하고 자리에 앉아 서로 좋은 점, 잘 쓴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활동을 통하여 프로그램 시작 전과 활동 후에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

지도 내용은 제사 지방에 대한 설명과 규격, 지방 접는 방법, 성별(남자와 여자에 따라 쓰는 위치)에 따라 쓰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 제주와의 관계, 제주보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제사를 지낸 후에 지방을 태우는 것에 관해 설명한다.

지방(紙榜)이란 제사를 모시는 대상자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종이로 만든 신주(神主)이다. 규격은 너비 6cm, 길이 22cm 정도가 좋다.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땐 지방에 부모를 같이 쓴다. 지방에 쓸 조상이 두 분 이상이라면 왼쪽에 남자 조상을, 오른쪽에 여자 조상을 쓴다. 여자 조상이 두 분 이상이라면 남자 조상의 오른쪽에서부터 이어서 쓴다. 한 분만 돌아가셨을 경우 돌아가신 분만 중앙에 쓴다.
           
신위는 조상의 형체를 본떠 나타낸 것으로 나무를 다듬어 고인의 관직이나 친족 관계 등을 적은 신주(神主), 주로 사찰에서 사용하는 신주를 더욱 간단하게 만든 위패(位牌). 사당의 건립이 어려운 경우 신주 대신 일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지방 등이 신위로 사용되었다. 지방은 깨끗한 흰색 한지에 쓴다. 만약 한지가 없다면 깨끗한 창호지나 백지로도 가능하며, 제사 직전에 만들었다가 마치면 소각한다. 지방의 글씨는 붓을 사용해 세로로 적는다. 내용은 주로 한자로 적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적는 예도 있다. 한글로 쓸 때 한자 문구를 그대로 표기하거나 뜻을 풀어서 적는 예도 있다. 현재는 고인의 사진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지방은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祭主, 제주)의 관계, 고인의 직위, 고인의 이름, 고인의 자리(神位, 신위) 순서로 적는다.

지방을 쓰기 전에는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방 역시 신위의 일종으로 조상의 혼이 들어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상단 모서리를 조금씩 접거나 잘라 각지지 않도록 위를 둥글게 하고 아래를 편평하게 만드는 것은 둥근 하늘과 편평한 땅(天圓地方, 천원지방)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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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힘들고 어려워 귀찮아하거나 시대가 변화되었다고 옛날 방식은 모두 바꾸거나 하지 않고 버려야 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 것을 아끼고 보존하는 측면과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해 살아가면서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하는 풍습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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