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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지방자치 연계·협력 우수사례③ 학교와 마을, 청소년 자유공간에 모이다

경기도교육청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군내 12개 읍·면에 구축된 청소년 자유공간을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이 연계되는 양평형 마을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오직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머물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돌봄, 인근 학교와 연계한 교육활동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양평군 내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학교와 마을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단월면에 다녀왔다.

글 _ 양지선 기자



양평군 단월면의 청소년 자유공간  ‘선물상자’에 모인 단월초 3학년 학생들.  이곳은 학생들의 쉼터이자 학습공간,  문화체험공간이다.양평군 단월면의 청소년 자유공간 ‘선물상자’에 모인 단월초 3학년 학생들. 이곳은 학생들의 쉼터이자 학습공간, 문화체험공간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은 작은 시골 마을로, 아이들을 위한 보습학원이나 분식집, 문구점조차 찾기 힘든 동네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을 잃고 떠돌았다. 이곳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 ‘선물상자’가 생긴 건 지난 2018년도였다.


“동네 아이들이 비 오는 날 주민자치센터 계단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던 걸 발견한 게 계기였어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물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월중 학부모인 이경미 씨는 우선 주중에 공간이 비는 교회 식당을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주변 학부모들과 함께 사비를 모아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만들어 아이들을 먹였다. 그 어떤 후원도 없이 학부모들의 힘으로 자생적으로 운영된 선물상자에 마을과 학교의 관심이 더해졌고,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센터 건물 3층에 어엿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단월어린이집, 양평단월초, 단월중과 인접한 덕분에 일과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선물상자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아이들이 만든 그림과 작품들로 꾸며진 따뜻한 공간에는 책과 각종 만들기 재료, 간식, 미니 오락기까지 무엇이든 준비돼 있다. 마을에 없던 문구점도 마련해 수업 준비물도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학생들은 따뜻한 마룻바닥에 둘러앉아 블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무대 영상을 TV에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와요. 친구들이랑 같이 놀 거리가 많아서 좋아요. 이건 제가 만든 펭귄이에요. 잘 만들었죠?” 단월초 3학년 서연이가 블록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뽐내며 얘기했다. 혜솔이는 “얼마 전에는 목공교실에서 만든 나무 장난감을 어린이집에 전해줬다.”라고 자랑했다.



마을의 교육과 보육을 모두 담당하는 곳

선물상자는 아이들에게 머물 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학교와 연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반찬 나눔 등 봉사활동도 펼친다. 청소년뿐 아니라 학부모와 마을 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열린다. 지난해 요리, 공예, 미술, 힙합, 독서 수업, 동화구연과 봉사 등 17개 프로그램에 총 1,169명이 참여했다.


선물상자가 날개를 단 건 2019년 양평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서였다. 학부모들의 자체 후원과 재능 기부만으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었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양평군청, 교육지원청, 면사무소의 협업체제가 구축되고 프로그램 운영 협력과 운영비 지원이 이뤄졌다.


신광섭 양평단월초 교장은 “선물상자는 마을의 교육과 보육을 모두 담당한다. 이곳과 다른 지자체 지역돌봄센터의 차별점은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공교육에서도 물품 지원이나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다는 한마음으로 움직여 지역과 학교의 협력체계가 무척 탄탄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기간과 방학 중에도 선물상자는 항상 열려있었다.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들은 이곳에 와서 수업을 들었고, 급식이 중단돼 굶는 아이들에게는 반찬을 만들어 배달했다. 최지애 단월중 교장은 “교육의 방향이 크게 보면 돌봄인데, 선물상자 덕분에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마을교육이 자리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선물상자에서 활동하는 학부모이자 마을활동가들도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이경미 대표는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경기도 부모또래상담자 양성교육을 받고, 단월중에 계시는 상담 선생님께도 4개월간 교육을 받았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마을의 아이들을 잘 길러내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민·관·학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지은 선물상자  센터장, 이현희 단월어린이집 원장, 신광섭  양평단월초 교장, 최지애 단월중 교장, 이경미  선물상자 대표, 최선하 양평교육지원청  교육과장, 김효정 양평군혁신교육협력센터  장학사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로 민·관·학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지은 선물상자 센터장, 이현희 단월어린이집 원장, 신광섭 양평단월초 교장, 최지애 단월중 교장, 이경미 선물상자 대표, 최선하 양평교육지원청 교육과장, 김효정 양평군혁신교육협력센터 장학사


선물상자 곳곳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과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선물상자 곳곳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과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지역과 학교 잇는 양평형 마을교육 모델로

2022학년도에는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 인근 아이들을 모두 아울러 형제자매, 선후배 관계를 통해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설·공간에 대한 투자도 늘어난다. 현재 드론교육을 위한 공간 마련을 계획 중이며, 인근 괴일산 정비사업을 통해 산책로 조성과 흙과 나무를 이용한 놀이터 만들기에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선물상자와 같은 양평군 내 청소년 전용공간 12개소가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으로서 양평군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게 돼, 한층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평군혁신교육협력센터는 단월면 사례를 바탕으로 양평군 내 다양한 지역에 마을과 학교의 소통 방법을 공유하고, 양평형 마을교육 모델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학습복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효정 양평군혁신교육협력센터 장학사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마을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때 지역 전문가와의 연계인데, 앞으로 지역의 여러 인적·물적 교육자원을 발굴해 학교와 연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최선하 양평교육지원청 교육과장은 “마을교육이 과연 실현 가능할까 의문점이 있었는데, 실제로 양평에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길러낸다는 합일점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마을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 공동체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양평의 교육 환경은 그 어느 지역보다 앞서있다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을에 없던 문구점도 마련해 수업 준비물도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마을에 없던 문구점도 마련해 수업 준비물도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목공 체험 시간에 나무로 된 스피커를 만드는  학생들목공 체험 시간에 나무로 된 스피커를 만드는 학생들


 입구 앞에는 학생들이 직접 꾸민 미니 정원이  있다. 입구 앞에는 학생들이 직접 꾸민 미니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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