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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_ 예술중점학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예술고 안 부럽네”
사교육비 없는 공립고 예술학과

글  양지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위해 지난 2016년 함덕고등학교(교장 이상훈)에 음악과, 애월고등학교(교장 박종일)에 미술과를 설치했다. 기존에 제주도 내에 예술고가 없었기 때문에 예술중점학교로 두 학교를 선정하고, 예술교과를 교육과정에 중점 편성하도록 했다. 읍면지역의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주도교육청의 예술중점학교를 소개한다.


일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질 높은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제주도 내에서 예술교육에 특화된 학교는 오직 두 곳, 함덕고등학교 음악과와 애월고등학교 미술과다. 제주도 내 고등학교에 첫 예술학과가 만들어진 건 지난 2016년, 제주도교육청이 예술중점학교 운영 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도내 예술 관련 특목고가 없다 보니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예술교육에 소외돼있었는데, 이에 도교육청은 일반 공립고등학교에 예술학과를 설치하는 것을 대안으로 마련했다. 그 결과 예술중점학교로 선정된 함덕고와 애월고에 각각 음악과와 미술과가 새롭게 생겼다.

  각 학교는 학년별로 두 학급씩 예술학과를 운영하고, 학급당 20명을 정원으로 한다. 두 학교는 모두 고등학교 3년 동안 교과 180단위 중 70단위 이상을 관련 예술교과로 편성했다. 이는 특목고인 예술고의 교육과정과 거의 동일한 셈이다. 학생 선발 과정에서 함덕고는 실기시험을 보지만, 애월고는 실기시험 대신 내신성적과 미술에 대한 소양을 평가하는 면접을 진행한다.

  지난 2017학년도에 첫 신입생을 모집한 두 학교는 3년이 지난 올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첫 졸업생인 만큼 이들의 진학성적도 관심을 받았는데,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애월고는 미술과 졸업생 39명 중 35명이, 함덕고 음악과 졸업생은 34명 중 23명이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첫 대입 진학성적에서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애월고 조소과 수업 모습


함덕고에서 진행된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이수미 교수의 마스터 클래스


도교육청에서 시설 구축·교구 및 기자재·실기 강사 등 지원

  제주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김은미 장학사는 “예술중점학교가 지정된 후 도교육청은 현장 교원 중심의 운영지원단 TF팀을 구성해 교육과정 편성과 예술학과 운영을 위한 컨설팅 등 실질적 지원에 나섰다.”라며 “각 학교에서는 필요한 시설을 구축하고 전공 실기 강사 인력을 충원해 예술학과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교육청의 예술학과 운영 사업비 규모는 총 14억 3,000만 원으로, 각 학교에서 요청하는 사항들을 반영해 추가로 뒷받침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두 학교에 각각 음악관과 미술관 증축·개축과 학생들의 밀착 지도를 위한 실기 강사 총 63명(함덕고 43명, 애월고 20명)의 인건비, 악기와 미술 관련 재료 구입, 유지보수 비용 등을 모두 지원한다. 방과 후 전공 수업까지 무료로 이뤄져 학생들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걱정 없이 양질의 예술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김은미 장학사는 “예술 전공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다른 학교에 비해 자연스럽게 질 높은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라고 전했다.

  향후 예술학과 운영 계획에 대해 김 장학사는 “함덕고는 8월 말에 음악관 증축이 완성될 예정이고, 애월고에서는 작품 전시회를 학교와 도교육청을 넘어 타 시·도나 교육부, 국회 등에서 진행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라며 “수시로 각 학교를 방문해 교구·기자재 등 현황을 파악하고, 학교 컨설팅 등 지원 사항들을 점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김재용 함덕고등학교 음악부장교사

  제주도 유일의 음악과를 운영하고 있는 함덕고등학교는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모든 교육 활동이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음악과는 서양음악, 한국음악, 실용음악 등 다양한 세부전공으로 나뉘며 시창·청음, 음악 이론, 음악사, 공연 실습, 음악 전공 실기, 합창·합주 등 전문교과를 배운다.

  학교는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백파뮤직홀’이란 별칭의 음악관을 새롭게 구축했다. 개인 연습실, 합주실, 음악감상실, 음악이론실, 컴퓨터음악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췄다.

  김재용 교사는 “백파뮤직홀은 음악과 교육과정에 최적화된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이라고 자부한다.”라며 “증축 공사가 완공되면 2학기부터는 학생들이 보다 여유 있게 연습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함덕고는 방과후학교와 학생 자율 공연 실습 프로그램, 음악 동아리가 활성화돼있어 누구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흔히 예체능 교육에 과도한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함덕고 음악과 학생들은 모두 무료로 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들을 존중함으로써 무한한 음악적 감수성이 길러지고, 이것이 곧 음악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음악과는 기존 예술고의 교육 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는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와 교육교류협약을 통해 매년 2주간 파견교수진이 집중 지도하고 있으며, 러시아·이탈리아 등 해외 음악원과도 협약이 예정돼있는 등 전문 음악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예술중점학교로 지정되기 전까지 함덕고는 그다지 인식이 좋지 않은 학교여서 학생 모집에 고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사회에서 학교를 보는 시각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제 제주도에서 음악교육은 함덕고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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