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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그리고 우리 교육의 균형점

글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책연구부장



  유네스코가 지난 4월 19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새로운 학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전 세계 학생의 91%인 16억 명이 등교하지 못하고 가정에 머물렀다. 감염병의 확산은 전 지구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맺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관계에 기초한 사회적 자산을 전수해온 전통적 학교교육의 체제적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대면 수업의 전면적인 대체제로서 등장한 원격수업은 학습을 위한 필수적 환경과 도구로서 테크놀로지의 활용 외에도 온라인상의 학습에 대한 시수(학점) 인정 등의 제도적 측면에서부터 비대면 수업을 위한 새로운 교원의 역량 개발, 가정의 학습 지원 책임 강화에 이르기까지 불가피한 교육체제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원격수업 기간 진행된 수업유형

  급작스러운 사회적 요구 속에서 시작된 원격교육은 두 달여 남짓이 흐르면서 멈춰진 학교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대안으로 교육 현장에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으로 시작된 원격교육 기간 학교와 가정에서는 어떠한 수업이 이루어졌을까? 실시간 토론 및 소통 등 즉각적 피드백을 장점으로 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미리 녹화된 강의자료로 학습을 하는 강의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과 강의형 수업에 더해 부가적인 학습 활동을 하는 강의+활동형 콘텐츠 활용 수업, 교사가 제시한 온라인 과제를 수행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다양한 유형의 수업이 제안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2개 이상의 혼합형 수업을 했다는 응답이 43.3%로 높게 나타났으며, 혼합 방식에 있어서는 과제 수행 중심 수업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을 혼합한 형태가 82.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1<그림1>.


  학습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테크놀로지 활용이 필수화되면서 실제 학교에서는 각 유형별로 다양한 IT 플랫폼과 콘텐츠의 활용이 일상화되었는데,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 이후 SNS 기반 공개 교사 커뮤니티에 게시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관련 게시물(426건)과 댓글(2,420건)을 대상으로 한 의미연결망 분석 결과2와 원격교육 현장 지원 교사로 구성된 1만 커뮤니티 소속 교사 4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업도구 활용 실태3를 수업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2·3·4>.



  다이어그램과 그래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각각의 수업유형별로 현장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상이하며, 공공 콘텐츠에서 민간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구와 콘텐츠가 쓰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에 있어 교사가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의 활용 비율이 47.8%로 나타나 거의 과반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직접적 부담 요인으로 보이며, 1차시 원격수업 준비에 소요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최소 1~2시간(33.7%)에서 3시간 이상(33.7%)인 교사들의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한편, 1만 커뮤니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교육의 유형별 효과성 인식결과, 강의+활동형 콘텐츠 활용 수업이 평균 4.21점으로, 강의형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이나(평균 3.99), 실시간 쌍방향 수업(3.95), 과제 중심 수업(평균 3.78)보다 일정부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현재의 위기대응 상황에서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 실시간 쌍방향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학습 속도와 환경에 따라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강의+활동형 콘텐츠 활용 수업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OECD 98개국 교육전문가, 코로나 위기 속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OECD가 98개국의 교육입안자·전문가를 대상으로 코로나 위기 기간 내에 가장 해결이 어려운 과제가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4 △학생들의 학업의 연속성 보장 △독립적인 공부를 위한 기술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교사들을 위한 지원 △학습 평가의 연속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 △부모와 양육자들의 학생 학습 지원 등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부가 지난 4월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 10명 중 6명(64%)은 지난 한 달여 간 원격수업이 자녀 학습 결손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가정 내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의 부족(49%), 접속 지연 등 원격수업 오류 발생 시 즉각적인 해결의 어려움(23%)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교사 224,894명이 꼽은 원격수업의 제약점도 학생 출결 확인의 어려움(56.6%), 수업 자료 제작에 있어 저작권 침해의 우려(41.3%), 수업 준비 시간 부담(42.2%)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 교사들을 위한 전문적 지원, 조언과 더불어 보다 구체적인 부분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이 드러났다.

  그러나 위기상황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와 애로사항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조사에서 98개국의 리더들은 위기상황에서 예기치 않았던 긍정적 측면으로 △기술과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입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 자율성이 증가하였으며 △부모의 개입과 협력이 강화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발견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팬데믹 경험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기폭제

  이 밖에도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의료 등 교육과 다른 분야와의 협력 증가, 교사들의 교육 자율성 증가, 세계시민 의식과 관련된 학습 기회 제공,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강화 등이 미래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긍정적 시그널이 되고 있다.

  인식적 측면에서 팬데믹의 경험은 수업의 질에 대한 이슈를 떠나 면대면 수업의 전면적 대체제로서 테크놀로지에 순수 의존한 원격교육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모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남겼다. 이는 현 면대면 수업에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는 학교체제의 중심을 상당 부분 온라인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개개인의 생애 설계(life-design)를 위한 역량 개발, 지역의 사회문화적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는 중심학습센터, 나아가 학교에서만의 학습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 혹은 마을 전체가 학습공간이자 자원이 되는 학교(City/Town as a extended school) 등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지속해왔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을 정점으로 집합 교육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해 온 학교 교육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재인식은 혁신적 교육모델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 학교 교육의 모델을 더욱 다원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비록 사회에 내재해있던 불평등과 격차였을지라도 이번 원격교육의 경험을 통해 드러난 △가정에서 직접 교육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부모의 지원 차이 △원격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역량 차이 △자기주도적으로, 혹은 온라인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생의 탄력성 차이 등(OECD, 2020)으로 귀인되는 교육격차의 문제 해소를 위한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더욱 진정성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에도 각국은 점진적으로 학교 재개교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아닌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상, 우리 교육의 균형점은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배움을 위한 진정한 소통을 놓지 않는 모두의 노력에서 시작될 것이다.



1  교원 224,894명 대상.  4.27-29.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를 통한 설문 조사 결과

2  정광훈, 김찬희(2020). 빅데이터를 통해 본 원격수업. 한국교육학술정보원.

3  계보경, 백송이, 손정은(2020). COVID-19 확산 예방조치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중·고 원격학습 현황 1차 조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4  OECD(2020). A framework to guide an educatio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of 2020 한국어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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