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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책 속에 풍덩 빠지는 특별한 책뜨락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올해 부산다행복학교 3년차에 접어든 부산진초등학교(교장 임혜경)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역사와 함께 걷기’,
‘책뜨락’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넘쳐난다. 이런 부산진초의 원동력은 민주적인 학교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다모임, 학년군다모임 등을 통해 학년, 학급의 벽을 허물고 혼자서 10걸음을 걷기보다는 10명의 동료가 한 걸음씩 함께 걸어 나가듯 동료교사들 간의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모두(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간다.

 

금요일 1~2교시,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빠진 3학년

 

  “연평균 40여 회 이상의 교사다모임, 학년군다모임을 해오고 있어요. 학교에서 논의해야 하는 모든 문제는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데 교사들의 자발성과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있습니다.”
  하영화(다행복학교 담당) 교사의 설명이다. 매주 화요일 전교사가 참여하는 다모임은 부산진초의 중요한 학교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주적인 과정과 교사의 자발성이 뒷받침되기에 다모임 내내 교사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서로 자주 만나 교육활동을 의논하고 이 자리에서 결정된 사항은 학교 교육활동에 바로 반영된다.
  임혜경 교장은 “다행복학교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코 민주적인 학교문화라고 생각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가 나오고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온다.”며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이것이 민주적 학교문화의 시작이고 우리 학교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좋은 의견이 있어도 교사들이 말하기를 주저할 때가 있다. 동료교사들에게 거부당하지 않을까?, 혼자서 업무를 떠안지는 않을까?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진초에서는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동료들이 지지해 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다.

‘역사와 함께 걷기’에 참여 중인 4학년들

 

“역사 트래킹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2016년 11월경 각 학년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평가를 나누는 교사다모임에서 한 교사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우리 동네와 연계된 현장체험학습이 진정한 현장체험학습이 아니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이듬해 2월 교사다모임에서 본격적으로 트레킹과 근현대사를 주제로 한 체험학습 코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학교 뒤뜰에 있는 박재혁의사비를 중심으로 학교 근처에 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근현대사 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학년 발달단계와 교육과정을 연계한 학년별 코스를 개발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였다.
  역사가 아이들의 삶으로 들어온 순간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서 3~4학년군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는 각종 문헌과 자료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아내고 수차례 현장답사를 통해 각 학년에 적합한 코스를 개발하고 자료집을 만들었다. ‘역사와 함께 걷기’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3학년은 학교에서 가까운 자성대, 조선통신사기념관을, 4학년은 매축지마을, 정공단, 일신여학교를, 5학년은 동래지역의 복천동 고분군과 박물관, 동래부 동헌 등을, 6학년은 부산근대역사관, 40계단기념관, 영도다리 등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체험학습을 설계하였다. 3~4학년군 선생님들도 이 과정에서 무척 즐거워했으며, 아이들은 평소 그냥 지나쳤던 장소,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배우게 되면서 무척 놀라워했다.
  하영화 교사는 “‘역사와 함께 걷기’는 아이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체험이다. 6년의 체험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담긴 활동”이라고 말한다.
  부산진초 교사들의 집단지성은 ‘책뜨락’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다행복학교 2년차 교육과정 평가에서 1~6학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연계 교육활동이 필요하다는 교사들의 합의가 이뤄졌고, 논의 끝에 ‘책뜨락’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온작품읽기와 1학기 1권 읽기를 해오고 있다. 책읽기를 습관화하고 학년 연계 교육활동이라는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1~2교시에 학년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책읽기 교육이 이뤄진다. 책뜨락 활동으로 갑작스레 독서습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서 그동안 몰랐던 재미를 발견하게 되고, 슬로리딩을 통해서 사고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편안한 소파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아이들, 책을 읽고 티셔츠에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 등 책을 매개로 할 뿐 방식은 학년의 실정에 맞게 다양하게 운영된다.

 

부산진초의 교육철학이 담긴 표어

 

우리의 놀이공간은 우리 손으로
  학생들의 자치활동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부산진초는 기존의 학생회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단, 학년을 대표해서 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 안건을 선정하는 안건선정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 스스로 안건을 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회의를 이끌고 있다. 
  학교 복도와 자투리 공간을 놀이공간으로 꾸민 것도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크게 작용했다. 박현욱(학생자치회 의장,
6학년) 학생은 “학교 내 자투리 공간이 많다. 이 공간을 어떻게 하면 우리들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학생자치회의를 통해서 놀이공간으로 만들게 됐다. 이곳은 친구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이야기도 나누는 우리들의 특별한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학교에서 보내는 1박 2일의 특별한 경험 ‘학교캠프’


  하영화 교사는 “교사들이 주도해서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학생자치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고, 각 학년별 대의원들이 각 반의 의견을 수렴하여 놀이공간에 배치했으면 하는 놀이 교구들이나 놀이공간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이용할지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민주시민으로 한 뼘 성장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섬세한 배려를 깨닫고 감사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교직원은 지난해부터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교문 아침 맞이를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스승의 날 아침 맞이를 해주었단다. 교문을 들어서면서 들려오는 스승의 날 노래와 정성스레 쓴 손편지로 교직원들이 흐뭇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자투리공간을 놀이공간으로 만든 아이들

다 같이 읽고 질문을 만들며 생각을 나누는 1학년 아이들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부산다행복학교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다행복학교는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서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교육공동체 간의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배움 중심의 수업과 성장 중심의 평가를 통해 미래 역량을 키우는 ‘창의적인 교육과정’, 존중과 배려가 있는 학교 문화를 비롯하여 인권과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윤리적 생활공동체’, 협력적 배움과 성장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소통과 참여의 협의 문화와 리더십을 통한 집단지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 이 4가지는 부산다행복학교의 지향점인 동시에 부산진초의 발자취이기도 하다.
  “다행복학교가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박수완(6학년) 학생은 “우리학교에서는 모두 함께 책을 읽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며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학교에서 1박 캠프를 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Interview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민주적인 학교문화”


임혜경
부산진초등학교 교장

 Q   부산진초의 혁신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혁신교육을 말할 때, 무엇을 혁신하기 위함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교사의 이야기가 없는 학교의 회의문화, 교과서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똑같은 수업, 우리학교만의 특별할 것이 없는 특색교육활동, 그 속에서 힘들어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형성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서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서 저마다 가진 싹을 띄워서 제각각의 꽃을 피우고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Q   다행복학교로 출발한지 3년차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학년 연계 독서교육인 책뜨락 활동,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고 교육과정을 연계 학년별로 진행되는
‘역사와 함께 걷기’ 활동, 아이들에게 꿀맛 같은 추억과 감동을 선사하는 1박 2일 학교캠프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선생님들의 자발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교사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교장, 교감, 교사라는 직위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옵니다. 교장인 저는 선생님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혁신학교 4년차, 그 이후의 모습을 설계하고 있어요.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현재 하고 있는 교육활동과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동안 다모임을 통해 해왔던 협의 내용을 기록한 ‘(가칭)부산진초등학교 사업설명서’를 만들어서 시스템화하고 있습니다. 다행복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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