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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혁신학교_ 광주동산초등학교 협력과 소통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교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올해로 혁신학교 8년차에 접어든 동산초의 혁신모델은 광주 빛고을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함께 배우고 나누는 행복한 교육공동체’ 그 자체이다. 배움이 즐겁고, 학생이 행복하며, 교사가 성장하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바로 그런 학교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동네에요. 우리 동네에는 참 많은 것들이 있어요. 지산동의 옛날 이름은 ‘지막리’라고 불렀대요. 무등산과 푸른 길이 가까이 있어서 아주 살기 좋은 동네예요. 지산유원지, 단사공원, 오지호가도 있어요.’

 

 

어슬렁 어슬렁 동네마실 가볼까?
  광주동산초(교장 윤숙자) 2학년 아이들이 마을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지도로 완성한 지산동의 이야기를 담은 『어슬렁 어슬렁 동네마실 가자!』의 소개 글이다. 지산동 마을지도를 펼쳐놓고 찬찬히 살펴보자니, 마을의 문화재를 비롯해 학교 앞의 법원, 제가 다녔던 유치원, 엄마와 함께 가본 적이 있는 미용실, 우리 동네 꽃집, 한의원 등 마을 곳곳을 잰걸음으로 돌아다니며 구슬땀을 흘렀을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녹취’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다는 한 아이는 “녹취사무소 인터뷰를 하고 나서 학교 근처에 녹취사무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주 다니던 길인데 왜 그동안 안보였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진다. 녹취사무소는 법원이 위치한 지산동만의 특징일터. 마을 곳곳을 알고 있는 ‘엄마 선생님’의 도움으로 인터뷰를 마친 아이들이 지산동의 마을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협력과 소통을 통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동산초의 교사·학부모 간의 협력수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동산초는 학급에서 발생하는 행정업무는 교감, 부장교사, 교무실무사가 전담하고 있어 담임교사는 학년 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 동산초의 학부모는 학년 교육과정을
‘도와주는 존재’를 넘어서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로 학부모의 협력수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가능하다.

 

 

교사-학부모가 함께 하는 협력수업
  학교는 학부모와의 혁신의 방향과 가치를 공유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다양한 모임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학급대표, 학년대표를 비롯해, 모임의 특성과 역할에 따라 학부모 동아리, 교사·학부모 협의체(자주트임터), 학부모 독서회 등 다양하다. 2013년부터 시작된 자주트임터는 월 1회 학부모와 교사들이 만나 안건을 협의한다. 학년별로 모이는 교사·학부모 한자리 모임은 학기당 최소 1회 이상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학년 교육과정과 생활교육,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숙자 교장은 “동산초는 교사와 학부모가 터놓고 이야기하는 소통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며 “학교 교육활동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서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하며 협력수업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대표적인 협력수업으로 동산초의 학교 숲 활용교육을 꼽을 수 있다. 2015년에 교내에 숲이 조성되면서 숲 활용교육을 위해 학부모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숲 해설사 입문과정을 시작으로 학교 숲 알기, 학교 텃밭 연수 등을 통해 학교 숲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숲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숲 식물도감을 만들어 공부하고 수업이 있을 땐 미리 숲을 찾아 생태계의 변화를 사전에 꼼꼼하게 살펴 수업에 반영하고 있다.


  이기남(교육혁신) 교사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면서 선생님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깃대봉 일대에서 봄나물을 캐보고 관찰하는 협력수업을 진행할 때,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깃대봉 정상에서 봄나물 잔치를 열었다. 깃대봉에 서식하는 봄나물로 만든 밑반찬을 먹으며 아이들은 봄나물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얻게 되었다.

 

 

텐트 속에서 싹트는 사랑
  동산초에는 매주 수요일 2시경 ‘읽기 놀이터’ 문을 연다. 학습이 뒤처지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또 하나의 학습놀이터이다. 이곳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1대 1로 짝을 이뤄 텐트 안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감정을 교류한다. 학습이 뒤처지는 아이들이 놀이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특별한 곳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작은 학교 모임에서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고 동산초에 이런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돌봐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학부모들이 학교에 먼저 건의했는데 적극 반영이 되었단다.
첫해, 3명의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시작된 읽기 놀이터. 임혜영 학부모 회장은 “가정에서 돌봄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다보니 딱 트인 공간에서 위축되는 모습이 엿보였다. 방처럼 아늑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학교에 텐트를 제안했더니 도서관 한편에 마련해 주었다. 그 곳에서 아이들과 책도 읽고 간식도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올해에는 6명의 아이들이 ‘엄마 선생님’을 만나러 매주 이곳에 들른다. 학습, 대인관계에서 서툴기만 하던 아이들이 엄마 선생님을 만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한 주 한 주 견디다보니 어느덧 3년이 되었단다.


  배영민 교감은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학생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학교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부모의 참여는 ‘나의 아이’에서 ‘우리 모두의 아이’로 시선을 넓혀 나가는 과정이며,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녹음이 우거진 동산초등학교 전경과 학교 숲길

‘읽기 놀이터’. 텐트 안에서 엄마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간식을 먹으면서 가족의 정을 느끼는 아이들

교육공동체 간에 소통의 문화를 강조하는 윤숙자 교장

 

아이들의 자치활동 ‘알뜰장터’
  협력과 소통을 통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 자치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생회 운영의 주체가 되어 학교 행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자 일행이 학교를 방문한 4월 18일에 체육관에서 ‘알뜰장터’가 열렸다. 학생회가 한 달 전부터 알뜰장터를 기획하고 각 학급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홍보한 결과 40여 팀이 참여하였다. 학생회에서는 알뜰장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챙기고, 학교에 쌓여있는 분실물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부스도 운영했다.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들도 기부물품을 모아 알뜰장터에 나왔다. 각종 학용품에서부터 장난감, 책, 작아서 입을 수 없는 옷, 새것이지만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품들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방과 후 알뜰장터에 참여한 학생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물품 진열이 끝난 친구들을 모아 놓고 학생회장은 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알뜰장터가 끝나면 남은 물건을 잘 챙기고 뒷정리를 잘 해 줄 것과 수익금의 30%는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지형 학생회장은 “동산초 친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너무 비싼 물건이나 위험한 물건은 판매할 수 없어요. 딱지류는 판매할 수는 있지만 다시 따는 건 금지예요. 그리고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알뜰장터의 기준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사러오는 사람이 적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다는 학생회장은 인산인해를 이룬 행사장을 둘러보며 “피켓을 만들고 조를 짜서 아침시간에 홍보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보람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참여한 사람도 물건을 사러온 사람도 많아 뿌듯하다.”고 설명한다.

 
  학생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이기남(교육혁신) 교사는 “동산초는 존중의 큰 틀 안에서 움직인다. 학교 관리자는 선생님을 존중하고, 선생님은 학부모, 학생들을 존중한다. 존중과 신뢰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그 바탕 위에서 협력과 소통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학교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올해로 혁신학교 8년차에 접어든 동산초의 혁신모델은 광주 빛고을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함께 배우고 나누는 행복한 교육공동체’ 그 자체이다. 배움이 즐겁고, 학생이 행복하며, 교사가 성장하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바로 그런 학교이기 때문이다. 


알뜰장터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진행을 주도해온 학생회. 최지형 학생회장은 인산인해를 이룬 알뜰장터를 둘러보며 “뿌듯하다”는 말로 활짝 웃었다.

알뜰장터의 수익금 중 30%는 나눔을 위해 쓸 줄 아는 지혜로운 아이들

 

학생회의 주도로 마련된 ‘알뜰장터’. 파는 아이들도 사는 아이들도 즐겁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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