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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수평화로 입시과열 완화

글_ 이인수 용화여고 교사

 

  고교학점제는 쉽게 말해 현재의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배울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선거공약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정책으로 최근 주요 교육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가 작년 11월 27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에 따르면, 그 내용은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2022년 도입을 목표로 체계적인 준비,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둘째, 고교체제 개편, 수업 및 평가 혁신, 대입제도 개선 등과 종합적으로 연계한 제도를 마련한다. 셋째, 연구, 선도학교 지정, 운영 및 일반학교 대상 지원 확대를 통해 학점제 도입을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자신의 학습능력을 고려한 맞춤 수업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자신의 학습능력과 적성에 맞는 수업을 스스로 선택하여 이를 이수하고, 이수한 학점을 합하여 기준을 넘으면 졸업이 가능한 제도이다. 이러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학생의 ‘선택’의 폭이 확장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의 수평적 다양화를 통해 고교 서열화, 입시 과열을 완화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행 교육과정 이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행 교육과정 이수제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은 ‘학년제’이고, 고등학급 급은 ‘단위제’이며, 대학교 급은 ‘학점제’이다. 참고로 초·중등교육법 제26조 제1항에서는 “학생의 진급이나 졸업은 학년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초·중·고는 모두
‘학년제’이지만, 고등학교의 경우엔 제2차 교육과정(1963)에서 “고등학교에서는 단위제를 채택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기본적으로 단위제를 따르고 있다. 대학의 학점제는 “교육부장관은 평가인정을 받은 학습과정을 마친 자에게 그에 상당하는 학점을 인정한다.”라고 규정한 고등교육법 제23조에 근거하고 있다.
그  런데, 현행 고등학교 급에서 적용하고 있는 ‘단위제’는 학년제와 학점제 사이 중간쯤에 끼여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격으로 말미암아 단위제는 교육과정 운영 주체의 인식과 현실 운영 여건에 따라 학점제에 준하여 운영될 수도 있고, 학년제에 준해서 운영될 수도 있다. 실제에 있어서는 단위제가 학년제처럼 운영되고 있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의의
  따라서 고교학점제 도입의 의의는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눠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 즉 학생의 교육과정 선택권 보장과 정상적인 교수-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현행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하면 실제 학생의 선택권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시험범위로 인한 제약과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의 경우도 고2와 고3에서 수학 과목을 모두 들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교육의 책임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자동 졸업이 아니라, 배워야 할 것을 가르치고, 책임지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자발적으로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수업의 목표 역량을 배우도록 교사의 책임교육을 요구한다. 즉 만약 수강생이 학업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재이수(F)를 부여하여, 다시 배우거나 다른 과목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다만, 재이수 도입은 논란이 예상되므로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고교체제 서열화를 막고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로 대체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고교체제의 수평적 다양화를 의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직적 다양성 즉 고교서열화(영재고-전국형 자사고-특목고(과학고, 외고, 국제고)-광역형 자사고-전국단위 자율학교 등)를 심화시켰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는 학교 내의 교육과정이 개별화 맞춤형으로 제공되어 모든 학생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비판적 고찰
  그러나 고교학점제 도입의 근거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고교학점제의 강력한 근거 중 하나는 ‘고등학교 교육은 진로·적성 교육을 중심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하다. 고등학교가 대학 진학이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지만, 이 사실만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반드시 진로준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들의 선택권 못지않게 제대로 된 배움의 권리도 중요하다. 기존의 입시교육에서처럼 분절적이고 나열적인 엄청난 양의 지식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각 교과의 핵심개념과 이론들을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고교학점제가 과연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는 선결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현장과의 소통과 공감이다. 학교 현장과 공감이 없다면 시행할 수도 없고, 정책 효과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있어 학교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절차적 정당성 요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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