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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를 위한 변명 고차방정식으로서 영어 공교육

글_ 윤상혁 한성중학교 교사

 


  국제화와 함께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7년 초등영어교육이 공교육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초등영어교육이 도입되면서 영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사교육비 중 영어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그래서 역대정부는 영어 원어민 교사와 영어전담강사 배치, 초등 3·4학년에서 영어교육 조기 도입, 5·6학년에서 영어수업시수 증가 등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여기에 더해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도입에 관한 정책 검토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조기영어교육이 학생들의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폐기되었다. 이와 같이 초등영어교육에 관한 정책은 영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부담 완화라는 틀 속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 왔다.

 

사교육부담 완화와 영어 공교육 강화
  대학 입시에서 국·영·수 비중이 높은 것과 함께 세계화의 물결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더군다나 영어격차(english devide)가 미래의 경제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각종 보고서가 증명하듯이 영어의사소통능력이 모든 직업수행 능력에서 핵심적인 능력이 되면서 영어 사교육 경쟁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방향에서 문재인 정부는 제도권의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서 세계화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방과 후에 실시되는 영어교육과 지나친 영어 사교육을 규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어교육이 공교육이 된 이후 영어 공교육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모든 정부의 공통된 목표였다. 그런데 영어 공교육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차별적 비제도권의 영어교육으로 인해 형성된 영어능력의 개인차를 줄이는 것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영어 공교육의 질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초등 3학년 이전에 차별적 사교육에 의해 형성된 영어능력의 개인차가 영어 공교육에서 공고화된다면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나친 영어 사교육 및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규제와 영어 공교육에 대한 책임성 강화가 전략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동의 필요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던 초등영어교육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움직임은 조기영어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고, 긍정적 및 부정적 효과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영어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쟁점은 바람직한 영어교육정책 수립에 앞서 반드시 검증되어야 할 중요한 쟁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영어 공교육의 문제는 영어교육의 시기와 시수, 교수법 등 다양한 변수들이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가 영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전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사용의 실태를 보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국제화 시대와 영어능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어는 외국어 교육의 일환으로 다루어진다. 즉 영어는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국민들에 의해서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국민들은 초·중·고 영어를 통해 원어민과 의사소통하는 능력까지 기르는 것을 원한다. 이점에서 국가 영어교육 정책의 혼란이 생긴다. 영어는 하나의 교과이며, 교과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외국어이며 국제어라는 위상을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여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사용하도록 목표를 정할 경우 그 끝은 우리 모국어와 맞닿아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자유자재로 원어민처럼 구사하기를 원한다면, 영어를 모국어로 삼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종국에는 영어 공용화론처럼 우리말을 영어로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중장기적으로 영어교육 목표 재검토
  영어교육  정책에서 또 다른 중요한 것 한 가지는 교육이나 교육이 구현되는 교실이라는 공간은 무균의 실험실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구성체 중 하나이며, 교육을 이루는 교사나 학생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다. 영어교육이 벌어지고 있는 교실은 한 나라 또는 어느 한 지역의 언어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언어교육은 사회나 국가의 역사적, 사회적, 언어적 배경을 무시하고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교육 정책을 보면, 절대적인 영어 학습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기능주의적으로 접근하면서 어린이는 성인보다 언어를 배우는 상황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므로, 무한히 영어교육시기를 앞당기려 하거나, 시수를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영어교육이 성공적이라는 나라들을 보면, 영어교육에 대한 학교의 기여도가 높지 않다. 이 말은 영어가 외국어의 지위에서 일상의 의사소통수단이 되는 환경으로 변하여,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영어의사소통이 제한되어 있는 우리의 경우 학교 영어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언어적 환경이 엄연히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부터 영어를 도입해야 한다느니, 저학년 영어 방과후학교를 허용해야 한다느니 하는 기능주의적이며 제한적인 시각만으로 영어교육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영어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영어교사들이나 영어교육학자들만이 아니라, 영어가 갖는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 배경을 고려하면서 사회적 공론장을 통해 다차원적인 변수를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이점에서 교육부가 영어교육을 둘러싼 매우 복합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이전 정부의 수능영어 절대 평가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영어교육 정책을 긴 호흡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것이다. 특히 초등영어교육이 도입되는 3·4학년 이전, 좀 더 나아가 유치원 단계에서 차별적 비제도권의 영어교육으로 인해 형성된 영어능력의 개인차가 초등영어교육의 개인차를 심화시키거나,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수를 늘리거나 조기영어교육의 도입 등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놀이와 활동 중심의 영어교수법의 개발, 교원 역량의 강화, 원어민 강사의 확충 정책 등의 정책을 통해 공교육을 통해서 적기에 영어교육을 시작하고 개인차를 줄이는 정책을 세밀하게 수립해나가는 것은 의미 있는 접근이다. 
교육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영어교육의 목표를 재검토하면서,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는 영어정책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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