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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공간인 듯, 카페인 듯… 과학실의 대변신

창의융합형 과학실 구축 사례_ 대전봉산초·마산제일고

글  양지선 기자


  태블릿PC를 이용해 AR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고, 3D펜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보는 과학 수업은 이제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능형 과학실의 바로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과학실에서는 이미 첨단 기기를 활용한 과학 실험, 또는 실생활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있다. 대전봉산초등학교(교장 윤정병)와 마산제일고등학교(교장 문창은)의 사례를 통해 미래 지능형 과학실의 모습을 미리 들여다본다.


  대전봉산초등학교의 창의융합형 과학실 ‘큐브과학실’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게임기를 본뜬 모양의 책상은 둥글게 모여 함께 활동하기 좋고, 과학실 뒤쪽에 공간을 분리해 마련한 ‘상상토론방’에서는 과학 참고서적과 화이트보드를 비치해 모둠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눌 수 있다. 카페에 온 듯한 나무색 인테리어와 환한 조명은 과학실을 편안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전 과학실에서 교사가 나눠주는 종이 자료를 학습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뤄졌다면, 새롭게 구축된 과학실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태블릿PC를 활용해 AR 실감형 콘텐츠로 학습하거나 VR 도구 및 3D펜을 이용한 학생 주도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학생들 간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는 교사가 개개인이 가진 태블릿PC 화면을 자유롭게 무선 미러링할 수 있는 공유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발표하기를 부끄러워하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탐구 내용을 함께 공유하며 각자의 생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졌다.


대전봉산초 ‘큐브과학실’


태블릿PC 활용해 학생 주도적 탐구활동 이뤄져

  노현선 교사는 “학습 상황에 학생들이 몰입해 참여할 수 있도록 실생활에 맞는 주제나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이 활동의 주인이 되어 탐구하도록 했다.”라며 “과학실이 변한 이후 그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학습 방법을 익힌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대전봉산초는 2학기에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거꾸로 수업) 방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먼저 학습 내용을 배운 후, 등교 수업 시간에 1인 실험 위주로 이뤄지는 과학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블릿PC를 통해 교실 속에서 서로 탐구 결과를 공유하고, 교사의 피드백을 병행함으로써 코로나 상황을 최대한 극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노현선 교사는 탐구 공간의 조건으로 △문제 상황에서 협업하고 토의·토론하는 배움의 공간 △일상생활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공간 △디지털 융합 활동으로 연결과 공유가 가능한 공간 △자기의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창작의 공간을 꼽았다. 그는 “현실적으로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원하는 수업을 구현하기 힘든데, 이런 공간이 학교 현장에 만들어진다면 앞서가는 수업을 할 수 있다.”라며 “지능형 과학실이 전체 학교에 구축되어 모든 학생이 새롭고 재미있는 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대전봉산초는 과학실 내 뒤쪽 공간을 분리해 ‘상상토론방’을 마련했다. 과학 참고서적과 화이트보드 등을 비치해 모둠별 아이디어 회의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학습-실험-토의 영역별 공간 분리해 효율화

  농어촌학교인 마산제일고등학교는 창의융합형 과학실을 통해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극복하고 있다. 과학실 구축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학실 이름과 공간 구성 아이디어, 슬로건 등 의견을 제안하고, 직접 과학실 영역별 벽화를 그리며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탄생한 교내 창의융합형 과학실 ‘과학e몽실몽실’은 기존의 물리실과 생물실로 나눠진 두 과학실을 하나로 합쳐 넓은 공간을 만들고 발표와 학습 영역, 실험 영역, 토론 영역 등 세 영역으로 나눠 모둠별로 각기 다른 활동이 진행될 수 있게 구성했다. 무선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활용한 탐구 실험도 가능해졌다.

  과학실 구축 후 수업 내용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주제를 선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은정 교사는 “과학탐구의 시작인 문제 인식부터 결론 도출까지 교사는 조력자 역할만 하고, 아이들이 협력의 의미를 스스로 깨달으며 내용을 탐구하고 결과를 산출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방사능’을 주제로 한 모둠은 방사능의 개념 및 위험성, 안전기준, 피해 사례 등을 조사한 뒤 교내에서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 해석하는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했다.


마산제일고 ‘과학e몽실몽실’


마산제일고 창의융합형 과학실 구축 후 도면과 실제 모습


“과학교육 온라인 플랫폼으로 새로운 수업 기대”

  이처럼 모둠별 프로젝트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긴 시간 탐구하는 활동은 수업 태도와 참여도에 변화를 일으켰다. 학생들은 탐구 습관을 길러 수업에서 나아가 일상생활로 확장하게 됐고, 생각이 깊어져 발표에 자신감이 생기고, 실험에 실패했을 때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보고 다시 시도하는 힘을 길렀다.

  올해 마산제일고는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실험과 활동을 영상으로 제작하고자 영상 장비를 갖추고, 3D 프린터와 VR 기기도 추가로 마련해 수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은정 교사는 “과학교육에서 학생들이 과학적 데이터를 해석해 실생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탐구 도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과학교육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새로운 교육 활동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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