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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로 한발 앞서가는 교사들

“위기를 기회로”… 원격수업에서 발견한 미래교육

글  양지선 기자


지금 현장에서 교육혁신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교사들이다.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맞닥뜨린 이들은 에듀테크를 활용하며 미래교육을 향해 그 누구보다도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집단지성으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열혈 교사들의 원격수업 도전기를 소개한다.

 
[ 신민철 교사와 이제창 교사는 에듀테크를 활용해 온라인 원격수업도 문제없이 해내고 있다. 이들은 각각 온라인 가정학습 사이트 ‘학교가자.com’의 초등 부문과 중등 부문 기획 총괄을 맡고 있다. ]


  4월 23일 오전 10시, 진월초등학교(교장 백경숙) 5학년 3반 교실에서는 신민철 교사의 사회 교과 원격수업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남쪽 끝 국토는 어디일까?” 신 교사의 말에 화면 속에서 “제주도!”라고 답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 교사는 지도를 클릭해 원격화면으로 학생들과 공유한다. “제주도 밑에 마라도라는 섬이 있어. 여기가 우리나라 최남단이야. 다들 보이지?”

  신 교사는 실시간 상호반응이 가능한 사이트에서 이날 배우게 될 내용의 문제를 미리 만들어놓고, 해당 사이트를 학생들에게 공유해 퀴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구글 문서를 통해 ‘내가 가고 싶은 우리나라 영토의 끝과 그 이유’ 적기, 오늘 배운 점을 채팅창을 통해 한 마디씩 남기기 활동으로 수업이 마무리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임에도 교사와 학생 간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 5년 차 교사인 그는 온라인 개학 이후 하루 한 시간은 화상으로 아이들과 만난다. 학습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며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온라인 개학을겪으며
에듀테크가 미래교육의
훌륭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만들어진 ‘학교가자.com’

  신 교사는 앞서 개학이 늦춰지자 아이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온라인 가정학습 사이트 ‘학교가자.com’을 만들었다. 그가 소속된 에듀테크 연구회인 ‘GEG(Google Educator Group) 대구’ 교사들을 주축으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도움을 보탰다. 사이트 구축부터 콘텐츠 구성까지 오직 교사들의 힘으로 완성된 프로젝트다. 오픈을 준비하며 매일 새벽 3시에 잠이 들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이 그를 비롯한 교사들을 움직이게 했다.

  3월 2일 오픈한 홈페이지에는 매일 학년별 학습자료가 탑재됐고, 오전 11시마다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한 라이브 방송도 진행됐다. 4월 20일부터는 온라인 개학에 맞춰 학년별 주당 시수에 맞춘 콘텐츠와 함께 학교별 상황에 따라 교사가 재구성할 수 있는 주간학습계획 자료를 제공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도 ‘학교가자.com’의 콘텐츠를 수업 시간에 보조 자료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 교사는 앞으로 ‘학교가자.com’을 모두를 위한 교육 커뮤니티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학교가 문을 닫을 때 언제든 수업을 대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이어갈 예정이다. “온라인 개학을 겪으며 에듀테크가 미래교육의 훌륭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모두의 에듀테크가 될 수 있도록 선배 교사들을 위해, 또 학생들을 위해 제가 가진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으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수업을 더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 중인 신민철 교사. 아이들과 화상으로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동아리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상 無’

  같은 날 오후 3시, 영남공업고등학교(교장 김봉준) 화학공학과 교실에서는 이제창(국어) 교사의 동아리 수업이 이뤄진다. 화면 속에 있는 학생들 대신 빈 책상은 동료 교사들이 채웠다. 실시간 원격수업을 하는 이 교사의 수업 운영방식을 배우러 온 것이다. 특히 일반 교과목이 아닌 동아리 수업을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이 이 교사의 수업에 주목했다.

  이제창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도 정규 교육과정 필수 이수 단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온라인 개학이라고 해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10년째 운영 중인 교내 글쓰기 동아리에는 온라인 개학 중에도 15명의 학생들이 신청했다.

  원격수업으로 이뤄진 동아리 첫 시간의 주제는 ‘글쓰기 부담감 떨치기’. 화면을 통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이 교사는 수업 도구로 구글 문서를 활용했다. 각자 쓰는 글을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해서 볼 수 있고, 맞춤법이나 교정부호 고치기 등 피드백도 쉽기 때문이다.

  원격수업에서 힘들 거라 생각했던 조별 활동도 가능했다. 4명씩 조를 짜 순서대로 앞사람이 쓴 문장에 살을 붙여 더 긴 문장을 만들어가는 ‘피라미드 글쓰기’ 활동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이뤄진 생소한 방식임에도 학생들은 무리 없이 수업을 따라왔다. 수업을 지켜본 지한구(국어) 교사는 “등교 개학 이후에도 온라인상의 도구나 콘텐츠를 활용해 더 질이 좋은 수업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에듀테크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고, 수업 구상에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 이제창 교사의 원격수업 운영방식을 배우러 온 동료 교사들이 빈 교실을 채웠다. ]


동료 교사와 원격수업 노하우 공유, 자체연수도 실시

  이제창 교사는 온라인 개학 이전에도 이미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해왔다. 그는 “기존에 글쓰기를 지도할 때 학생이 출력해온 글을 빨간펜으로 그으면서 일일이 첨삭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 도구를 사용하면 훨씬 간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아리 수업 이외에 1학년 국어 교과를 담당하는 그는 EBS 온라인클래스와 구글 클래스룸, 쌍방향 화상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민철 교사와 같은 연구회 소속인 그는 ‘학교가자.com’ 중등부문의 총괄 기획을 맡고 있다. 초등교육 콘텐츠가 만들어진 후 중등에서도 수요가 생기자 ‘중등팀’을 새롭게 꾸리고 사이트 구축과 독서 관련 콘텐츠 개발을 맡았다. 초등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라면, 중등은 공통과목 위주로 교과별 성취기준에 근거한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했다. 내용은 교수학습과정에 따라 도입-전개-정리-보충·심화 단계별로 이어지고, 중간중간에 형성평가도 집어넣었다. 배운 내용을 평가하고 즉각적으로 채점 결과도 볼 수 있는,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 교사는 이번 ‘학교가자.com’ 프로젝트를 “온라인상의 교육 국채보상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자발적으로 모여 어려움을 극복했다.”라며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구글 클래스룸 연수와 함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원격수업 운영 팁을 교사들과 공유하고 있다. 아직은 빠른 변화가 낯선 동료 교사들을 다독이고 이끄는 역할도 맡고 있다.

  미래교육을 향한 변화의 중심에 선 그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통해 지식과 개념을 학습하는 수업이 이뤄질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교사는 이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 개개인을 민주시민으로 길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미래역량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 쌍방향 화상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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