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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 구축 방안

글_ 이대식 경인교대 교수


검증된 교재나 프로그램 확보
이를 잘 적용할 전문성을 갖춘 지도 인력 필요
일정 기간 지속해서 강도 높게, 자주 개입


  기초학력 향상은 교사 개인의 노력이나 특정 교수 방법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애초에 기초학력 부진 발생 원인과 유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현장의 복잡성은 이론과 실제 간 괴리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사람이 제안한 수많은 지도 방법이나 정책 중 상당수는 학교나 교육 당국이 알면서도 선뜻 실행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기초학력의 개념에 대한 합의도 안 된 상태이다. 이 시점에서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를 ‘깔끔하게’ 제시하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문해력, 수리력 측면에서의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 요소와 그 구축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 요소별 구축방안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의 요소로는 크게 조기 진단, 맞춤형 지도, 다중지원팀, 유연한 다단계 지원체제, 증거 기반 지도 방법을 들 수 있다. 각 요소별 중요성과 구축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기 진단

  조기 진단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언제, 어느 영역을, 어떻게(즉, 어떤 도구와 방법으로) 진단할지, 또 그 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실현 가능하면서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일단, 시기는 늦어도 초 1학년 2학기나 2학년 1학기쯤이어야 한다(이대식, 2019). 사실, 음운 인식 수행 정도와 특징은 유치원
시기부터 관찰할 수 있다.

  방법 측면에서는 교과학습부진 진단평가처럼 교과별로20~30개 문항으로 전 단원을 대상으로 하는 학력평가 형태의 진단만으로는 조기 진단 방법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기 진단을 통해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후 지도 계획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력검사와 같은 포괄적인 검사 형태로는 그러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영역 측면에서는 문해력과 수리력의 필수 하위 요소별로 수행 정도와 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읽기 영역이라면 음운 인식, 자모음과 그에 대응하는 소리, 무의미 낱말, 7개 받침소리 등을 포함하여 읽기 각 영역을 꼼꼼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본적인 문해력과 수리력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표1]의 영역별로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간편 검사 도구를 속히 개발하거나 기존 도구 중 목적에 맞는 도구를 확보하여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모든 학생을 모든 영역에 걸쳐 진단할 필요는 없다. 지원 요구가 드러난 부분, 부진이 의심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진단하면 되고, 평상시 학교 교육 활동의 일부로 수시로, 개별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맞춤형 지도를 위한 교재, 지도 인력, 충실한 개입

  맞춤형 지도란, 각 학습자별로 조기 진단 결과 드러난 문해력 및 수리력의 장단점에 근거하여 장점은 활용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을 뜻한다. 맞춤형 지도를 위해서는 최소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각 학습과제나 내용별 효과가 검증된 교재나 프로그램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받침소리가 있는 한글 낱글자 읽기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활동, 자료 등이 담긴 교재가 있어야 한다. 그 교재에는 아마도 어떤 받침소리를, 어떤 예를 사용하여,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떠한 활동을 해가며 가르쳐야 하는지가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효과적인 교재가 확보되면 이를 잘 적용할 전문성을 갖춘 지도 인력이 필요하다. 이 인력은 교재를 능숙하게 다루어야 할 뿐 아니라, 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도 인력에게 지도 전 충분하고도 효과적인 연수, 지속적인 모니터링, 정기적인 재교육 등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전문성을 갖춘 지도 인력의 확보에는 중장기 전략과 단기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현직 교사나 미임용 교원 자격증 소지자 중 자원자를 선발하여 최소 1개 학기 정도 실습을 병행한 집중 연수를 한다. 연수 종료 후에는 교육청 단위의 센터나 각 거점학교에 배치하여 전담으로 관련 업무를 다루도록 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곳에 배치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반학급 내 경계선 및 통합교육 대상 학생 지원 전담 교원을 양성, 배치해야 한다. 이들 전담 교원들은 일종의 부전공이나 심화전공을 이수하게 하거나 교육대학원에 관련 전공을 교육청과 협력하여 개설한 다음, 그곳에서 기초학력 지도, 경계선 및 통합교육대상자 교육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는 방식으로 양성할 수 있다.

  셋째, 충실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효과적인 교재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일정 기간 지속해서 강도 높게, 자주 개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주 3회, 회당 1시간 이상의 개입을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투입해야 한다(이대식, 2019).


3) 다중지원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학업능력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 환경적 여건 측면에서도 불리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예컨대, 심리적으로는 누적된 학습결손과 반복된 학업 실패로 낮은 학업 자아개념을 갖고 있다. 가정환경 측면에서는 지역사회의 돌봄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정서·행동 측면에서 상담이나 치료 지원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사안별로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야 한다.

  다중지원팀은 학교별로 기초학력 지도 관련 전문성을 갖춘 정규교사를 전담교사로 배치하고 그 팀의 구성원으로 각 분야 전문가(상담사, 복지사, 언어치료사, 기초학력 지원 보조 인력 등)를 포함해야 한다. 만약, 단위학교마다 구성이 어려울 경에는 3~5개 학교를 소집단으로 묶어 구성하고 각 학교에 요구 발생 시마다 파견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담교사는 업무의 강도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순환보직제 형태(예컨대, 2년이나 4년마다 연장 혹은 업무 전환 가능)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팀을 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의 역할이다. 각 학습자를 면밀히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협의하며, 제때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가 특정 학습과제와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즉시 도움을 제공하고,
요구가 충족되면 다른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상시 특별지원 체제가 필요하다.


4) 유연한 다단계 지원망

  기초학력 부진 예방은 정규 수업 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습자에 대해서는 보조교사 등을 통해 그때그때 즉각 지원하고, 그래도 충분치 않은 때에는 소집단 집중 지도, 더 심각한 요구가 발생할 때는 개인별 특별지원을 제공한다. 이처럼 최소한 3단계 지원망을 구축하되, 지원은 지원 대상 학생이 필요로 할 때마다 즉시 제공되어야 한다(이대식, 2019). 예컨대, 학습자가 특정 학습과제와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즉시 도움을 제공하고, 요구가 충족되면 다른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상시 특별지원 체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교실에 복수의 지원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담임교사와의 역할 설정 등 정교한 실행방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 또, 학교의 정규 일정 안에서 지원 요구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방과 후에 부진한 학생들만 모아놓고 지도하려 해서는 학부모 동의를 얻기도 어려울뿐더러 학습자들의 학습 의욕 측면에서도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가급적 정규 수업 일정 중 일정한 시간대에 모든 학생이 자신의 수준과 능력, 관심과 적성에 맞는 활동을 하도록 하는 ‘지원 요구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5) 효과가 입증된 지도 방법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 방법과 관련하여 수많은 제도, 제언, 주장들이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구체적인 특정 학습 내용, 과제, 기술을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그 학습자가 학습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아도 복잡한 학교 현장에서 여러 가지 사정상 충실하게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식이 있어야만 효과적인 개입 프로그램이나 교재 개발, 인력 양성, 학습 진전도 점검 등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읽기 장애 학생 중에는 받침 있는 글자를 잘 못 읽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지도하려면, 받침이 있는 글자(예컨대, 물건, 쌓고, 넣어, 잊었다 등)는 어떤 순서로, 어떤 활동과 자료를 이용하여, 얼마나 지도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수학도 사칙연산 과정에서 오류가 많고 느리다면, 수감각을 키워야 할 터인데, 이때에도 역시 어떤 수감각 요소를, 어떤 순서로, 어떤 활동과 자료를 이용하여, 얼마나 지도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의 실천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기초학력 부진 학생 대상 지도 방법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기존 이론과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시안을 만든 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다듬어진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정도의 개발과 적용 연구에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의 WWC(What Works Clearing House) 사이트처럼, 어떤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또 그 근거는 얼마나 확실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어서, 최소한 증거 없는 지도 방법이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현재 전국 교육청이나 교사 단체, 교사 공동체 모임, 혹은 교사 개인별로는 효과적인 지도 방법에 관한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을 수 있다. 이것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검증한 후, 이를 체계화한 다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효과적인 지도 방법 확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한 신념 공유


  Fullan(2016)은 <학교 개혁은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정책의 실행과 성패는 새로운 자료나 프로그램의 활용, 새로운 교수법, 신념 3가지 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주장했다. 기초학력 향상 지원 맥락에서 이는
곧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과 지도 방법, 그 방법과 자료 및 학습자에 대한 교사의 신념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뜻한다.

  3가지 중 특히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육행정 기관 구성원들의 신념이다. 기초학력 지원과 관련하여 신념이란, 모든 학습부진 학생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아야 하고, 또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학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믿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또, 신념이란 그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효과적인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적용하여 효과를 맛보고, 이를 지속해서 실천하려는 의지와 태도를 뜻한다.

  교육행정 당국의 지시가 있어야만, 혹은 사업비가 있어야만 그 범위 안에서 일시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학생들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증거 기반 방법들을 찾아 꾸준히 투입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의 핵심 기능은 바로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와 태도를 북돋우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건을 갖추는 것이어야 한다.


※ 참고문헌은 웹진(www.happyedu.moe.go.kr)을 참고하세요.



이대식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경기도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혹은 교육과정 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통합 교육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학습장애학회장(’18.7~ )을 역임하고 있다. 논문으로 <학습 어려움,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가>, <학습부진 학생 지원 실태에 관한 초등교사의 인식> 등이 있으며, 저서로 학습장애 및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위한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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