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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의 눈으로 보는 수업-평가

배움의 속도 고려한 수업과 밀착된 평가 학생 성장 이끈다

글_ 연현정 경기 임곡중 교사



01 소리없이 배움에서 멀어지는 아이들 없는 교실


“선생님! 이거 배워서 어디에 써요?”

  한참 용해도 곡선을 해석하여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데 학생이 던진 말이다. 이 아이의 삶에는 과학 시간에 배우는 물질의 용해도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개념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고등학교에 가면 더 어렵다던가, 대학 입시를 핑계대며 아이에게 설득이 아닌, 겁을 줬던 것 같다. 나 또한 학창시절에 그렇게 배웠으니까.


“선생님, 용해도 곡선에서 온도가 낮아지면 석출되는 양 구하는 문제 나와요?”

  또 한편으로 만나는 아이들이다. 학원에서, 문제집에서 학년 수준을 넘어선 문제들을 들고 와서 불안한 눈빛으로 묻는다. 어느 깊이까지 공부해야 하는지를 묻는 아이들의 동공이 흔들리다가 ‘수업 시간에 했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만 출제할거야’라는 말에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한 눈빛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다양한 30명의 아이들을 한 공간에서 같은 수준, 같은 속도로 가르칠 수 있을까? 스펙트럼이 넓은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는 결국 어떤 아이들을 기준으로 맞추게 될까? 대답을 잘하는 소수의 아이들을 보고 모든 아이들이 배웠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 아이들만 보고 싶은 것인지. 소리없이 배움에서 멀어져 가는 아이들은 비단 시스템만의 문제로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현실에서 교사의 노력과 현장의 실천이 더없이 필요했다. 모든 아이들이 배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도 변화와 노력을 기해야 하는 이유, 바로 ‘공교육’이기 때문이다.


02 내 수업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왜 배워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배워야 하는지’ 그동안 아이들이 끊임없이 궁금해했던 질문에 나 스스로도 마땅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일체화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과정 한번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과학과의 목표와 수업을 통해 길러줘야 할 역량을 확인하면서 과연 내 수업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성찰하게 되었고 교육과정 분석에서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수업으로의 디자인, 그리고 그 수업이 충실하게 반영되는 평가를 계획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 학기를 계획하기까지는 교사의 교육철학과 학생관, 교과에 대한 철학 등 치열한 고민이 밑바탕이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예시로 접근하게 되면 도중에 신념이 흔들리고 끝까지 밀고 나갈 원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속 과학의 목표를 통해 어떤 아이들로 성장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했고, 성취기준을 우리 아이들의 성향과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여 수업이 드러나게 하였으며, 실제 수업은 학생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움의 속도를 고려하여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가장 변화가 더딘 견고한 평가. 가능한 수업과 밀착된 평가를 하되 학생 피드백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렇게 교육과정 분석에서 성취기준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체화가 되었고 교사의 전문성 성장이 교과서 전달자에서 교육과정 해석자, 수업 기획자, 학생 배움 촉진자로의 역할 변화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03 평가, 선별의 잣대가 아닌 재도전의 기회로

  일체화를 시도하고 난 후,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배움 참여 및 주도성 성장 및 수업 만족도 향상이다. 그리고 과정이 중심되는 평가는 평소 배움에 충실한 아이들에게 더 공정한 평가가 되었고, 배움이 느린 아이들을 고려한 수업 디자인은 서로 편하게 물을 수 있는 교실 환경 조성과 함께, 협력하여 배우는 관계를 성장시켰다.

  또한, 중1 수행평가에서 피드백을 통해 아이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평가가 아이들을 선별하는 잣대가 아니라, 배움을 확인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중학교 전체로 확장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는 필자가 작년까지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직할 당시, 고등학교에 올라온 아이들의 상당수가 중학교 교육과정에 결손이 있는 상태로 진급되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것과 연관된다.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이 되어야 하는데 중학교 3년의 과정이 그럴 힘을 키워줄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연계해서 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어떤 내용을 학습하고 올라왔는지 확인하니 중학교 개념을 접근하는 수준과 방식이 결정되었고, 고등학교 교육과정까지 확대하니 배움의 깊이를 결정할 수 있었다. 비로소 학교급 간의 연계를 통해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에 맞는 수업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긍정적 피드백으로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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