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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①

2030 미래교육체제의 방향과 주요 의제

발표_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정리_ 편집실


우리의 미래교육체제는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삶의 과정에 스며드는 생태계형 교육체제여야 한다.


  오늘날 인류가 부딪히고 있는 도전은 무엇일까.

  우리 현세대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에게서 두뇌혁명이 일어났다. 두뇌혁명으로 인류는 이전까지 무관하게 여겨졌던 이질적인 것들의 관계를 이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공감능력을 무한히 확장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수준의 디지털 기술은 이제까지 무관해 보이던 데이터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수준 기술이 보편화되는 지능정보사회에서 인간만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가치판단’과 ‘관계 맺기’일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비약적 기술혁신을 이루면서 더 ‘인간다운 삶’으로 이끌 것인가, 국제분쟁 등 파괴적 결과로 귀결될 것인가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근대산업국가는 생산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대전제 하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인공지능 자동화는 인간이 수행하던 산업사회의 상당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임금을 통한 분배가 어려워져서 근대산업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위기를 가져온다. 고용의 불안정화와 고용조건의 악화를 보완하는 포용적 사회정책에 대한 무관심과 후퇴는 부의 분배구조를 악화시켜 세계적 수준에서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기술혁명으로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지만, 경제적 양극화가 깊어지면 소비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다. 최근 전개되는 무역전쟁은 이 제한된 소비시장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게임과 다르지 않다. 국내적으로 근대산업국가의 체제 지속가능성의 위기는 인구절벽으로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소비수준은 급격히 높아지지만,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첨단형 기술 연구 개발과 남북평화체제의 모색,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 등을 통해 무역전쟁이 가하는 시장의 제약을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용적인 국가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공감과 연대의 미래교육체제


  한국 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도전에 대한 교육적 응답은 무엇인가?

01 학력 중심 학습체제를 역량 중심 학습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학력 중심 학습체제는 국가적 차원의 생산성 향상이 목표이다. 국민의 삶을 큰 틀에서 설계하고 분류하는 주된 주체는 국가였다. 국민은 더 상위의 직업으로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학력경쟁을 벌이는 존재였다. 이렇게 동원되어 자신의 삶으로부터 분리된 학습자가 추구하는 학력이란 요약·압축된 학문적 지식을 암기 적용하는 능력으로, 국가가 분류한 더 상위 위계의 직업으로 나가기 위한 자격증 역할을 하였다.


  반면, 삶의 질 향상을 중심에 두는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삶의 주체로서의 자기를 정립하는 과정이 곧 학습의 과정이다. 누구나 자기 삶에 의욕을 갖고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지식 창출, 태도형성, 가치관 고양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삶과 분리된 학습자에서 삶의 주체인 학습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학력개념을 개념적 앎(지식)에서 ‘할 줄 앎’, ‘살 줄 앎’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세 가지 앎의 융합으로써 ‘살아가는 능력’을 중심에 두는 역량 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02 지식 수입형에서 지식 창출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설계형 연구학습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첨단형 경제,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앎의 주체자’, ‘앎의 설계자’를 요구한다. ‘앎의 주체자’는 스스로 새로운 앎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패하고, 실패를 통해 배운다.

  한국의 연구·개발 사업 과제의 성공률은 97%이다. 이는 추격형 연구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연구는 결과를 상품화하는 데까지 나가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한 연구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고등교육 분야에서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학습제체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식 창출형으로의 전환을 위해선 역량중심 분화를 통한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고 실전형 고등교육직업을 창출해야 한다. 실전형 고등교육기관은 산업현장과 밀착돼 기동성이 있어야 하고 질 높은 교육과 실습이 운영되는 곳이어야 한다. 교육중심대학은 이러한 실전적이고 혁신적인 고등직업교육기관과 호혜적 관계 속에서 현장성 높은 지식과 학문적 지식이 융합되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도 세계 수준의 지식 생성과 흐름 속에서 높은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질 관리를 통해 정예화해야 한다.


03 국민이 교육수요자에서 교육주권자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은 교육수요자로 한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교육제도나 정책과 같은 규칙을 결정하는 데 관여할 권한이 있는 교육주권자이다. 교육주권자는 자기의 삶과 학습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갖는 주체이다. 산업사회에서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는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단위 중심교육으로의 전환과 국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확대를 요구한다.



04 삶과 분리된 분절형 교육시스템에서 생태계형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분절형 교육시스템은 국가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설계한 산업구조에 적합한 삶을 살도록 국민을 동원할 때는 효율적이지만 지능정보화사회에서는 장애요인이 된다. 따라서 학교의 역할을 확대하고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결합하여 다양한 교육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평생교육은 제도교육의 손이 닿지 않는 외곽에서 분절된 교육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는데, 평생학습체제야말로 생태계형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평생교육기관이 지자체, 교육지원청과 연계하고 제도·비제도 교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여 삶 속에 스며드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05 기본학습역량을 인간적 권리로 보장하고 평생학습기회를 시민의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

  지능정보사회에서 ‘기본학습역량’이 없다는 것은 사회활동에서 ‘배제’를 의미하며,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기본학습역량’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 권리이며, 지능정보사회에서 평생학습은 시민의 권리이다. ‘기본학습역량’을 갖춘 시민이 일생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학습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주요 의제들


  2030 미래교육체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01 교육 내적 공정성을 강화하여 교육 외적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해소해야 한다.

  교육 내적 공정성이란 아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 외적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의 연원은 안정적인 상위직업군의 진입을 둘러싼 영역에 아직 온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학력 경쟁시스템에 있다. 이해관계의 문제는 모두가 만족하는 단기적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능 문항을 개선하거나 학부모·주민이 학교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학생부종합전형 등 공정성의 개선도 가능하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교육 내적 공정성을 강화해가는 교육개혁에 해법이 있다.


02 경제·사회 혁신과 맞물리는 교육혁신을 추진한다.

  상층직업군 진입 경쟁 다툼에서 교육 외적 공정성 논란이 되듯이 교육문제의 원인은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 인구절벽, 고령사회로의 진입, 가족 구조와 기능의 변화 등의 경제·사회문제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교육혁신은 경제·사회혁신과 맞물려 추진해야 하고 관련 분야 거버넌스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03 중장기 개혁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한다.

  경제·사회혁신과 맞물리는 교육혁신은 필연적으로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주도로 기획하고 하향식 정책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다. 국민은 교육주권자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개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지능정보사회에 적합한 미래교육체제는 국민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수립할 수 있다. 정권 차원을 넘어서서 일관된 교육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30 미래교육체제는···


  끝으로 우리의 미래교육체제는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삶의 과정에 스며드는 생태계형 교육체제여야 한다. 기본학습역량을 인간적 권리로 보장하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평생학습 기회를 시민적 권리로 보장하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국민이 교육의 주권자로 참여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2030 미래교육체제는 교육 내적 공정성을 강화하여 사회적·교육적 갈등을 해소해 나갈 것이다. 2030 미래교육체제는 공감과 연대를 확장하여 미래로 나가기 위해 우리가 함께 놓는 징검다리이다.


※ 본 원고는 10월 23일에 진행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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