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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무상교육에 대한 국제적 동향

글_ 김상규 숙명여대 초빙대우교수


OECD 16개국,고등(대학)교육까지 무상 추진


  누구나 경제적·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는 각국의 헌법 내지 교육 관련 법제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권이자 국제인권규약(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선언하고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20세기 후반 이후 글로벌 경제의 진전과 국제경쟁력 격화, 학력저하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교육개혁을 부단히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확대되는 교육격차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교육재정 정책과 교육비 경감대책에도 적극적이다. 여기에서 교육재정이란 국가재정, 지방재정 중의 교육비에 관한 부분으로 공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여 배분하는 것이며, 교육비 경감대책은 수업료 등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여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이념인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말한다.

  이하에서는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중점을 두고 ① OECD 국가의 의무무상교육 ② 최근의 의무무상교육 동향 ③ 교육기회 균등정책의 확대 경향을 개관하고 우리나라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OECD 국가의 의무무상교육


  19세기 중후반 이후 공교육이 국가제도로 도입된 이래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보통교육단계의 무상교육은 오랜 전통이다. 즉, 교육의 기초단계를 의무교육으로 하면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공교육의 무상 원칙이 정착되어 있다. OECD 가맹국 36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5개 국가에서 고교 교육단계까지 무상으로 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일부 국가의 제도 기준을 소개하면 [표1]과 같다. 



최근의 의무무상교육 동향


  의무교육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교육제도로 무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의무교육제도 기준은 각국마다 다르지만 최단 5년에서 최장 14년의 의무교육기간을 정하고 있는데 최근 의무교육기간을 연장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의 평균 의무교육기간은 2000년 11.3년에서 2015년 12년으로 증가하였다. 미국의 각 주는 공교육 무상 하한 연령과 상한 연령을 따로 정하여(상한 연령을 두지 않는 주도 있음) 모든 국민이 고교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표2] 참조). 그리고 일부 주는 지방 학교구에 보조금을 줄 때 평균 출석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등 교육재정 정책을 통하여 고교교육의 수료를 유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14년에 의무교육기간을 12년으로 연장하는 ‘12년 국민기본 교육정책’을 발표하였다. 영국은 2008년의 교육기능법(Education and Skills Act)에서 의무교육 후 2년간 18세까지 교육 훈련 계속(Raising the participation age, RPA) 제도를 도입하여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표3] 참조). 이 제도는 10대 후반 청소년의 교육·훈련 참가를 높여 청년실업자(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NEET)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인재육성 정책이다.




교육기회 균등정책의 확대 경향


  최근 공교육 무상원칙은 보통교육 전후 단계의 교육인 취학전 교육과 고등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3월의 ‘유치원에 관한 회의(Assises de la maternelle)’ 연설에서 현재 6세인 의무교육 개시 연령을 3세로 낮추는 정책을 2019년 9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유치원에서의 교육이 그 후의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교육제도에서 유치원의 위치를 명확히 하여 모든 자녀가 유치원 교육을 받음으로써 사회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데에 정책목표가 있다.

  노르웨이, 프랑스, 핀란드, 독일 등을 포함하여 OECD 가맹국 36개국 중 16개의 유럽 국가에서는 고등교육까지 무상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교육기회 확대를 위하여 고등교육 무상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뉴욕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주내의 주립대학과 시립대학 무상화 정책을 2017년에 도입하였다. 종전 2년제 대학(community college) 무상화는 일부 주 및 지역에서 실시하여 왔지만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한 무상 정책은 최초인데 연수입이 125,000 USD 이하인 가정의 자녀가 무상교육 대상이 된다. 미시건대학도 2018년부터 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소득 이하인 가정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시사


  사회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그리고 교육격차는 사회경제적 격차로 연쇄된다. 교육의 기회격차와 사회경제적 격차는 상관관계가 크므로 교육에서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은 세대 간의 사회계층 재생산을 단절하여 사회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교육은 공공재로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하여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이익도 가져다준다. 개인에게는 생산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경제적 이익과 결혼, 건강, 육아, 여가 등의 비경제적 이익을 준다. 그리고 사회와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성장, 국가경쟁력의 강화 등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범죄감소, 환경보호, 높은 시민정신 등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 불가결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을 준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중학교 졸업자의 99.7%(2018년)가 진학을 하고 있어 국민적 교육기관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1만 5천 명에 가까운 전국의 학생들이 수업료를 미납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곤란한 가정도 적지 않다. 게다가 고교를 졸업하였지만 ‘무직자 및 미상’인 비율도 20.74%(2018년)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고교 교육실정을 직시하고 아울러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장, 교육이 개인 및 국가·사회에 미치는 이익, 외국의 의무교육제도 개혁 및 교육비 정책 동향 등이 시사하는 바는 고교 무상교육이 여러 개의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당면한 긴급과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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