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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 실현 방안

재원확보 위한 법제화·법적 근거 정비 서둘러야

글_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지난 4월, 재원 부담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해오던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상을 끝내고 구체적인 고교 무상교육 시행계획을 발표하였다. 무상교육을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과 같은 무상복지 시리즈로 보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무상교육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무상교육은 넓게 보면 무상복지의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구분한다면, 무상복지는 부가적 교육 서비스인 반면에 무상교육은 핵심적 교육 서비스다.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지 않아서 교육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에게는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려면, 국가는 국민들이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적어도 보통교육인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무상교육보다 무상급식을 먼저 시행함으로써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는 우를 범했다. 이제라도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국가가 방기해왔던 보통교육의 책임을 재인식하고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또한, 고교 무상교육의 실시는 소득계층별로 불평등한 교육비 부담구조를 개선하고,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걸맞은 교육제도를 확립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교 무상교육은 대통령 선거나 교육감 선거에서 여야나 보수·진보 구분없이 교육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으며, 국회 차원에서도 실시방법에 대한 시각차는 있으나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교 무상교육 시행계획


  고교 무상교육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원항목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단계 무상지원 범위와 동일)이고, 대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상의 고등학교와 고등기술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종학교이며, 입학금·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 고등학교와 고교 졸업학력 미인정 고등기술학교 및 각종학교 등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조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2019년 2학기 고 3학년(49만 명) 학생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0년 2, 3학년(88만 명), 2021년에 전학년(126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소요예산은 완성연도 기준으로 매년 약 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일반 지자체 지원분(’17년 결산 기준 1,019억 원, 총 소요액의 5%)을 제외한 금액(연간 1조 8,932억 원)을 ’20년부터 ’24년까지 국가와 교육청이 50%(총 소요액의 47.5%)씩 분담하되, 국가는 분담액을 증액교부금으로 5년간 교부하기로 하였다.

  일반 지자체는 공무원 자녀 학비보조수당, 농어업인 자녀 학비 지원 등 기존 지원 규모(총 소요액의 5%)만큼은 계속 부담하기로 하였다. 올해 세수 현황 등을 고려하여 2019년 2학기 시행예산(총 소요액 기준 3,856억 원)은 교육청 자체 재원을 활용하여 상반기 중에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확보하기로 하였고, 7월 현재 모든 시·도의회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반영한 추경예산을 의결한 상태다.


2025년 이후의 재원확보 방안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적했듯이, 국가가 절반만 부담하기로 한 것, 임시적인 증액교부금으로 부담하기로 한 것, 그리고 5년 후의 재원확보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것 등은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 실현을 저해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단계적 시행기간 동안에는 증액교부금으로 교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이해되지만, 무상교육은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정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후 5년 동안 증액교부금으로 부담하기로 한 것은 고교 무상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국가가 소요재원의 절반을 증액교부금으로 교부한다고 법제화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소요재원을 산정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될 수 있어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급지별·학교유형별 등록금 단가를 정하고, 재학생 수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갈등이 예상된다.


안정적 재원확보 위한 법제화 서둘러야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 실현 여부는 소요재원을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증액교부금은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교육재원 지원 방식이므로 서둘러 안정적인 재원확보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안정적인 재원확보방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법제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고교 무상교육의 경우에도 결국은 교부율을 인상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내국세 교부율 인상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내국세 교부금 예산 연동형 보조금제도를 고려해봄 직하다. 즉, 고교 무상교육 소요재원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되, 교부금 예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늘 경우 그 차액만큼 재원을 추가 보전하는 것이다.

  한편, 무상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초·중등교육법」에 무상교육의 법적 근거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도와 충청남도 사례를 보면 현행 법 체계 아래에서도 조례를 통해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교육기회가 달라지는 것은 교육기회 균등과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늦어도 2019학년도 2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뿐만 아니라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법적 근거를 가진 고교 무상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 소요재원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되,
교부금 예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늘 경우
그 차액만큼 재원을 추가 보전하는 것이다.



향후 무상교육 제외된 재학생 지원 검토를


  다음으론, 고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사학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사립 고등학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학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선행조치, 즉 무상교육 재원의 지원 방법과 절차, 무상교육 재원 지원으로 인한 부당한 지시·감독 배제 원칙, 부당한 재원 삭감 금지 등을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립고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결손 보전금을 재정결함보조금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보전금 항목을 신설하여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 제외 학교에 포함된 학교의 재학생에 대한 보완 대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라 무상교육이고, 무상교육 제외 학교 재학생도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기본권의 예외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이 소득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무상교육 제외 근거를 자발적 선택에 대한 등록금 부담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찾는다면, 예를 들어 자사고와 특목고를 선택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국가가 지원하는 논리와 모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업료를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학교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운영됨이 원칙이며, 이들 제외학교 재학생에 대한 지원은 학부부담 경감보다는 수업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 또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2021년에 고교 무상교육이 완성되고 나면, 초·중학교를 포함하여 지원 제외 학교 재학생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기준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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