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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의 의미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국가가 책임진다


글_ 송지훈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장)


'13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 7년만에 실현
서민계층 소외된 기형적 교육비 지원 구조개선
교육받을 권리와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


  2019년 4월 9일 당·정·청이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단계적 무상교육을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2013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한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7년 만에 실현된 것이다. 올해 9월부터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교육계에서는 중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단계 교육은 미래사회의 한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필요한 보편적인 교육수준이며, 민주사회의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있어서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완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헌법상 우리 국민들이 누려야 할 교육 기본권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2021년까지 고등학교 무상교육 완성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방안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올해 2학기부터 단계적인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이유 및 필요성,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관한 국제적 동향 및 헌법적 가치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고교 무상교육으로 국가의 공공성 강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의 교육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함이다. 즉,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교육을 받을 권리’와 ‘균등한 교육기회’의 ‘보장’에 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맥락은 2013년 대통령 공약에서부터였지만 소득계층별, 지위별로 불평등한 고등학교 학비부담 구조는 사회적 불평등, 지역 간 교육격차 및 공평한 교육기회 보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의식이 이미 상존하고 있었다.

  2018년 고등학교 취학률 93.3%로 보기에는 고등학교 교육비 부담과 관련하여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저소득층은 정부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부모가 공무원, 사립교직원이거나, 공기업, 대기업, 견실한 중소기업 등에 재직하거나,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학생이 특성화고에 재학하는 경우에도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이렇게 보면 등록금을 직접 부담하는 사람은 도시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재직자들뿐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등록금을 지원받지만, 서민층은 자신이 부담하는 매우 기형적인 부담 구조라는 것이다.

  2017년 고등학교의 연간 학업중단자 수는 24,506명(학업중단율 1.5%)에 달하며, 2017년 결산 기준으로 공립고교 수업료 미납액은 66.7억 원이고, 수업료 미납자는 14,914명에 이른다. 학업중단자의 수업료는 불납결손 처리하기 때문에 미납액에 포함되지 않으나, 수업료를 감당하지 못하여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현재 등록금을 부담하는 계층만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의무교육이 아니라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이는 무상교육의 취지를 오해한 결과다. 고등학교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면 다양한 교육이 획일화 될 수 있어서 무상교육으로 하는 것이나, 무상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는 적어도 고등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무교육의 정신과 똑같다. 이것이 부모의 소득계층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고교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기형적인 교육비 지원 구조가 무상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고교 무상교육의 국제적 동향 및 헌법적 가치


  2018년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이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 국가 경제의 규모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제수준도 선진국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에서 고등학교 의무교육 또는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는 우리나라이다. 가장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마저도 수십 년 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유럽 및 유럽 여러 나라들은 유·초·중등교육(공교육)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대학교육)마저도 무상화 하거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의 위상 회복과 초·중·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완성하고자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현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명기하고, 제3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제2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를, 제3항에서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를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의무교육은 세계 각국의 헌법 등 교육 관련 법률에서 제도화하고 있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제도이다.

  실제, 대부분의 OECD 가입 국가는 교육의 기초단계를 의무교육으로 하면서도 고등학교까지의 보통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공교육의 무상’원칙이 정착되어 있다.


  OECD 국가 중 서구 선진국은 공교육제도의 개혁을 통하여 의무교육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등 의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의 배경에는 의무교육이 ‘국가·사회의 기본이 되는 국민교육’이며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의 최소한의 보장’으로서 의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헌법과 교육관련 법제에 의무교육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누구도 교육상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의무교육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기본으로 교육의 기회균등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의무교육의 현대적 의의라고 할 수 있는데, OECD 국가에서 의무교육을 강화하고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교육에서 실질적 평등을 기하고자 하는 정책의도가 들어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OECD 국가의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과 우리나라 헌법 및 교육기본법의 근본 취지 등을 고려할 경우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한 최소기준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히 실현되어야 한 것이다.




사람 중심의 포용국가 실현의 일환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이제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한부모가족 지원, 특성화고 장학금 지원, 농어업인 자녀 학비보조, 공무원 자녀 학비보조, 민간 기업 자녀 학비 보조 등으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등록금 지원을 받고, 서민층이 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교육비 지원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여야, 사회구성원 모두가 합의하에 실시되는 정책이다. 또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 시행은 모든 국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사람 중심 미래교육을 통한 포용국가 실현의 일환으
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향후 실시되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각자도생의 심정으로 교육비를 부담하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며 모든 국민이 경제적 조건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무상교육은 단순히 교육비 부담의 경감뿐만 아니라 사회 성격까지 규정할 수 있다. 우리사회가 경쟁과 차별 중심 사회에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을 통해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미래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반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교육의 국가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 즉 교육권 보장이며, 국민에 대한 국가 책임(공교육)을 명확히 하는 헌법적 가치 실현이다. 이와 함께 미래인재양성의 책임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초·중·고교를 넘어 고등교육까지 무상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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