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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돌봄 사례② 경기 오산 온종일 돌봄 ‘함께자람’

지역공동체 똘똘 뭉쳐 ‘돌봄 공백’ 없앤다 

 글_ 한주희 기자

1 지난 3월 19일 오산시 ‘함께자람센터’를 방문한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돌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해요. 마을 ‘엄마’가 돌봐주거든요.”
  경기 오산에 사는 박경애(37) 씨. 초등 자녀 둘을 둔 그는 요즘 아이들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가정과 직장을 오가느라 바쁜 나날이지만, 아이들을 맘 놓고 맡길 곳이 생겼기 때문. 덕분에 그만뒀던 일도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일을 그만뒀어요. 유치원 때는 종일반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엔 돌볼 방법이 없었거든요. 주변에 그렇게 일을 그만둔 엄마들이 대부분이에요.”


  초등 돌봄교실이 있지만 인원수가 제한돼 있고, 1~2학년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이 어려웠던 터. 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자람센터’는 오산시가 운영하는 돌봄시설로, 입소문을 타고 초등 학부모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주변 엄마의 추천으로 아이들을 보내게 됐다는 박 씨는 “학원에서 돌아온 뒤 아이들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곤 했다. 지금은
센터에 가서 탁구도 치고, 다양한 놀이도 한다.”며 “집과 가까우니 놀이터 가듯 놀러 간다. 자유롭게 집도 오갈 수 있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반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돌봄 공간 마련
  온종일 돌봄을 위해 마을이 나섰다.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지역 특성과 조건, 환경에 따라 수요자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역 유휴 공간을 아이들이 안전하게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내어주고, 지역공동체가 나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등·하교는 물론 급·간식 지원, 건강관리까지 책임지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경기 오산시는 지난해부터 오산형 온종일 돌봄 ‘함께자람’을 추진, 학교돌봄을 넘어 마을돌봄으로 돌봄 생태계를 촘촘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다.


  오산시 마을돌봄 사업은 지난해 7월 교육부와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에 선정된 후 더욱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말 오산 거주 7~12세 초등학생과 주양육자 대상 전수조사를 통해 초등학생 방과후돌봄 수요 등에 대한 실태조사도 마쳤다.


  노두양 오산시청 아동청소년과 온종일돌봄팀장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찾아 돌봄 공간으로 활용, 마을 자원을 투입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마을연계 돌봄 운영은 우리 지역의 아동을 돌보는 것이 마을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돌봄공동체 의식으로 확산되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함께자람센터는 오산형 온종일 돌봄 ‘함께자람’ 사업의 일환으로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학 중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맞벌이 부부, 다자녀가구 등 지역 내 방과후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이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 유휴공간에 조성해 집 근처 가까이에서 아이들이 오갈 수 있어 귀갓길 안전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김려원 함께자람센터장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해 학부모 신뢰가 높고, 돌봄교사 2명이 상주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초기엔 정원보다 적은 아이들이 왔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대기자가 생겼을 정도”라고 말한다. 

 

2 오산교육재단 학부모 참여 교육프로그램 ‘마술동화’

 

3 오산체육회 체육프로그램 ‘탁구’

 

돌봄전담팀 신설·조례 제정 등 지자체 역할 강화 
  현재 이용 인원은 28명. 취약계층 자녀 대상이던 그간 돌봄 시설과는 달리 대부분 맞벌이 가정 또는 다자녀 가정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주 4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여기에는 마을공동체인 오산교육재단, 오산체육회, 오산백년시민대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공예, 중국어, 수학놀이, 탁수수업 외에도 보드게임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수학 등 교과학습 시간을 운영한다. 박춘홍 오산교육재단 교육협력팀장은 “지역특화사업으로 지원한 학부모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있다. 200여 명 가운데 38명이 방과후돌봄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전문성 역량 강화 일환으로 20~40시간 연수도 진행한다.”며 “마을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듬고 있다. 돌봄교육공동체가 주축이 돼 정서적인 지지를 한다는 점이 차별화된다.”고 말한다.


  현재 오산시 초등학생은 총 23개교 16,335명. 이 중 10%에 불과한 1,658명만이 아동 돌봄기관을 이용 중이다. 오산시는 올해 함께자람센터를 5호점까지 늘리고 2021년까지 30개소를 확충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등 접근성이 높고 안전한 시설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지자체 내 온종일 돌봄 전담팀을 신설하고,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지원에 관한 조례도 지정했다. 이를 통해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에 대한 시장의 책무를 명시하고, 온종일 돌봄 종합계획 수립과 돌봄 서비스 지원의 근거 조항을 신설토록 했다. 올 4월까지는 15명 위원으로 구성된 지역돌봄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돌봄 운영계획을 심의·자문하고 돌봄시설 간 연계와 조정도 하게 된다. 다만, 전담 인력 확충과 돌봄교사의 처우개선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노두양 팀장은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마을돌봄을 위해 시설, 프로그램, 급·간식, 안전, 정보(온라인 플랫폼), 건강관리 등 다방면의 복합행정으로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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