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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혁신 사례① 서울용암초등학교

서울형 작은학교모델, 공간 넘어 ‘교육 혁신’

글_ 편집실

 

  서울 남산 2호와 3호 터널 사이 남산자락에 위치한 서울용암초등학교(교장 박영주)는 전교생 174명의 서울형 작은학교 모델학교이다. 도심공동화로 나타난 ‘작은학교’에 대한 고민은 우리 미래학교의 모습으로, 서울용암초는 통폐합 위기 앞에서 공간 혁신을 통해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박영주 교장은 “남산공원 내에 있는 학교라는 데서 모티브를 얻어 학교 공간을 숲속학교로 꾸몄다.”며 “가정과 같이 편안하면서도 숲속에 온 듯 숲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탄생하면서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됐다.”고 말한다. 학교 공간의 변화로 2017년 24명이던 신입생이 2018년에는 3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에도 입학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용암초는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는 모토로 미래교육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건축가가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모았고 저학년 교실, 화장실, 숲속공방, 다문화실(세미실) 공간 4곳을 변화시켰다.

 

▲교실과 복도 사이의 접이식 패널벽 ‘숲속의 작은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교실

 

꿈을 담은 교실
  용암초는 1, 2학년 교실 4칸을 아이들의 안정과 성장에 맞춰 교육과정과 연계한 놀이 중심 교실 공간으로 꾸몄다. 건축학교 6차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교실 공간 속에 녹여냈다.
  교실과 복도 사이에 있는 접이식 패널벽을 이용하여 기존에 없던 교실 현관, 독서 및 거실 공간으로 구현하였다. 편백나무와 소나무 향기가 교실 가득 퍼지면서 아이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또한 온돌마루를 깔아 저학년생들이 편안한 자세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휴식과 독서를 위한 알코브 공간은 마치 숲속의 작은 도서관을 연상시킨다. 교실 후면은 자석판을 활용한 창의적 놀이학습 공간으로 탄생했다. 교실공간이 바뀌면서 가장 큰 변화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어 1학년생들의 학교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변석원(1학년) 학생은 “책 읽는 공간을 제일 좋아한다.”며 “쉬는 시간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집에서처럼 바닥에 누워 책을 읽기도 한다.”고 말한다.

 

▲ 교실과 복도 사이의 접이식 패널벽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창문이 없고 어두워 아이들이 싫어하는 공간이었다는 ‘화장실’은 갤러리 카페로 재탄생했다. 먼저, 출입구의 방향을 바꿔 남, 여 화장실 모두 창문이 있는 구조로 바꿈으로써 화장실이 환해졌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화장실 벽과 문(큐비클)에 넣어 학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또 칙칙했던 화장실에 의자와 꽃을 넣어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화장실 벤치에 앉아 창을 바라보면,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 출입구 방향을 변경해 환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으로 꾸민 화장실

▲ 학생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화장실

 

꿈꾸는 숲속공방

 ▲ 목구조의 숲속공방. 나무벽과 나무지붕 사이로 남산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용암초 운동장 한편에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 있다. 목공과 도예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목구조로 만든 숲속공방이 그곳이다. 메이커교육의 산실인 이곳은 나무벽과 나무지붕 사이에 유리창으로 둘러쌓아 공방 안에서 남산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다. 바깥 풍경을 집안으로 품는 한옥처럼 공방 안은 남산 숲을 담아내고 있다. 이곳에서 목공예교실, 도예교실을 비롯해 지역사회를 위한 학교평생교육 목공방 ‘마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다은(5학년)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도 이곳에서 목공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다.”며 “나무 냄새도 너무 좋고 창문을 통해 남산 보는 재미도 있다.”고 설명한다.

 

▲ 숲속공방의 야경(제공=조호건축)

 

▲ 꿀벌학교를 모티브로 제작된 세미실의 재미있는 책걸상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세계로 미래로! ‘세미실’
  서울용암초는 전교생의 25%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로 20개국의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다. 세미실은 이런 학교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으로 다문화이해교육·세계시민교육과 중도입국학생의 한국어교육을 하는 다문화교실이다. 정형화된 딱딱한 책걸상이 아닌 친환경적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지관(종이기둥)과 나무상판으로 구성된 꿀벌의 벌집모양 책걸상은 재미와 창의성, 호기심을 유발하는 교실로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박영주 교장은 “꿀벌학교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으며, 다양한 방법의 재배치를 통해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글로벌 리더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간의 변화는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학교 공간을 구성하면서 ‘함께’라는 집단지성의 효과를 알게 되었으며,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배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확대되었다. 또한 학교평생교육 ‘마실’의 운영으로 학교가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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