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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학교 공간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우리를 만든다”

글_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

우리 사회의 교육적 철학을 공간에 담자
교육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자
타당한 설계프로세스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우리가 건축(공간)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공간)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가 만들고 사용하는 공간이나 환경이 결국 다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고 영향을 주게 된다는 의미이다.
  지난 두 해에 걸쳐 서울시교육청에서 기획한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 사업(이하 꿈담교실사업)의 총괄건축가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실을 창의적, 감성적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일을 진행하였다. 2017년에는 20개교, 2018년에는 24개교의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을 대상으로 하였고 올해는 더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각 급 학교의 다양한 현장상황과 요구에 맞춘 44개의 사례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사업의 확산에 좀 더 속도가 붙기를 기대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앞으로의 교육공간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의 세 가지 개선사항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교육공간 개선에 필요한 세 가지 개선사항
  첫째, 교육공간을 만드는 사업이 단순히 공간을 개선하는 리모델링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교육적 철학이 담긴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길 바란다. 상기 인용한 처칠의 말처럼 환경은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 쪽에서는 새로운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서는 교육전문가와 공간
전문가 그리고 사용자가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내용을 담는 공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이미 시행된 꿈담교실사업을 통해 두 해 동안 교육내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이 없으면 뒤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개발시대의 논리를 답습하는 탑다운 방식의 리모델링 사업에 그칠 수 있다.
  둘째, 교육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학교 건축을 흔히 군대의 막사나 교도소에 비유하곤 한다. 그 만큼 관리와 통제가 쉽게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간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70년대 7, 80명이던 우리의 교실도 이제 한 학급당 25명 정도의 규모로 줄어들었다. 핀란드가 20명 정도라고 하니 우리도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주체이다.
  꿈담교실사업을 하면서 사용자 참여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교실이란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생각해보는 어린이 동행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이 없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공간은 관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사용자들을 위한 공간을 우선으로 만들고 관리의 방법을 찾아나가면 된다. (사실 선생님을 관리자로 규정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핀란드 학교의 중간놀이시간에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동답초 꿈담교실

  마지막으로 개선이 시급한 사항은 좋은 건축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건축 설계비는 공사비에 연동되어 있다. 설계는 지식기반산업인데 비용 산정에 있어서는 양적 논리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교실 하나를 고치는 일과 신축학교 하나를 새로 짓는 일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설계부터 공사과정까지를 아우르는 고민과 생각의 양은 분명 물리적 규모에만 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신축 학교설계보다는 기존에 있는 학교 공간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고치는 설계가 더 많아질 것이다. 타당한 설계표준 프로세스가 정립되고 일한 만큼 비용을 정산하는 실비정액가산식에 근거한 설계비가 책정되면 교육공간 개선에 관심 있는 좋은 건축가들의 참여가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질적 성장의 기회로 삼자
  서울시내 학생 수가 4년 안에 90만 명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3년 89만 9,600명으로 학생 수가 역대 최대였던 1999년의 230만 1,000명과 비교하면 4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학령 인구수 감소를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동안 미뤄둔 질적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숲이 아니라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살피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인 아이들을 들여다보는데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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