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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새 출발과 성공의 길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모든 선거가 다 우리 일상의 삶의 향배를 결정짓지만 지방선거는 특히 우리 아이들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향후 4년 교육방향이 결정되는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혁신교육 기치를 내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흔히들 사람들이 정치는 진보를 지지해도 교육은 보수를 원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 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여전히 그럴 듯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혁신교육을 주창한 교육감들이 14명이나 당선된 것은 기존의 이런 애매한 해석들이 더 이상 우리 현실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6.13 교육감 선거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제 교육의 근본적 변화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실천하겠다는 이들이 교육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일부 특정 진영 사람들 생각이 아니다.

 

교육자치 강화와 혁신교육 확대 정책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밝힌 교육정책의 공통점은 교육자치 강화와 혁신교육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자치 강화와 혁신교육 확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에 있다. 교육은 사람의 가치관과 태도, 능력을 형성시키는 것이며, 공교육은 사회구성원의 인간적 성장과 사회적 성장을 공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이 갖는 특징과 자질에 주목하는 것은 교육의 필수요소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학습의 자율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능력과 자질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성취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도 사회발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공통의 획일적 교육과정과 획일적 교육정책, 획일적 지침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조건, 교사들이 갖는 특징과 능력, 학교가 놓인 지역적 특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교육활동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로부터 학교 자율성 보장과 교육자치가 요구된다.
  고속성장이 주도하던 시대에 공교육은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기능에 종속되어 교육 본래의 기능을 희생시켜 왔다. 학교는 교육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선발기관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래서 한 명의 빌 게이츠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명제가 공공연하게 회자되며 다수 아이들이 소외되는 교육을 용인하고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어 왔다.

 

교육행정체제 변화 없이 교육자치 어려워
  이제 더 이상 1등만을 위한 교육, 더 많은 지식을 더 정확히 습득하는 교육, 객관식 문제풀이 능력을 학력으로 인정하는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것, 1등은 물론 2등부터 꼴등까지 모든 학생이 가진 자질과 능력이 존중되고 골고루 꽃피워질 수 있는 교육, 지식을 활용하고 창조할 줄 아는 교육,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통과 협업능력을 키우는 교육,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혁신교육이다. 이런 혁신교육은 학생과 교사, 학교와 지역 단위의 자율성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교육자치와 혁신교육은 우리교육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동시적으로 요구되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학교가 굴뚝 생산이 요구하는 산업노동자를 배출하던 시대는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다. AI가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디지털 중심 사회에서는 더더욱 지식전달과 습득을 중시하는 과거의 교육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을 이해하고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주체적이며 통합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역시 교육자치 강화와 혁신교육 확대를 요구하며 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2017년 교육부는 출범과 동시에 교육자치와 학교 민주주의 확대를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천명한 바 있다. 교육자치와 혁신교육 확대를 위해서는 교육내용, 교육방법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혁신 뿐 아니라 교육환경, 교육행정과 같은 하드웨어적 혁신도 필요하다. 학교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교육행정체제가 여전히 작동되는 한 교육자치도 혁신교육도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민주적인 교육행정체제로 전환하는 일
  교육행정체제는 교육정책이 실현되는 기제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정책도 과거의 관료적 교육행정체제를 거치는 한 혁신이 왜곡되거나 변질될 수밖에 없다. 사실 8년 가까운 진보교육감 시대를 경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전체 교육의 질적 변화가 전면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혁신교육을 담는 그릇인 교육행정체제는 여전히 지시와 통제, 관리 중심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가장 일차적인 과제는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로 연결된 기존의 관료적 교육행정체제를 자치와 분권, 네트워크를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적 교육행정체제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모든 교육정책의 출발과 수렴지는 결국 학교이고 학교가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교육자치도 혁신교육도 반쪽짜리에 그쳐버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과 예산을 지렛대로 학교교육을 세세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한 학교의 자율성은 살아날 수 없다. 지금 이야기되는 교육자치가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넘겨 전국 17개 시도에 작은 교육부를 확대·복제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혁신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실천할 때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교육이 제대로 살아나게 하는 것을 ‘지원하는’ 기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기존 업무방식과 조직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국가적 차원의 교육방향을, 교육감과 시도교육청은 지방 차원의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정책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는 특교사업이라 불리는 교육부의 시책사업과 정책사업이라 불리는 시도교육청의 목적사업을 과감하게 없애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관료적 교육행정의 역사가 길고 뿌리가 깊기 때문에 이를 혁신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 역사상 지금처럼 혁신교육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적이 없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들이 같은 교육철학과 기조를 가지고 일치된 구성을 했던 적도 없다. 더 없이 좋은 정치적 환경을 갖게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도 시대적 요구이며 국민적 명령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는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육행정체제 혁신은 일반시민이나 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며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새로운 교육자치 시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교육부와 새 교육감들의 협력으로 학교를 살리는 교육행정 혁신을 통해 교육자치와 혁신교육이 활짝 꽃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강민정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필자는 북서울중학교 혁신부장, 서울시교육청 혁신교육지구 정책연구 교사를 지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위원,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서울형 혁신교육 발전방안,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교육행정체계 개선방안 등을 연구해 왔으며 저서로는 『혁신학교, 한국교육의 미래를 열다』(살림터),
『혁신교육지구란 무엇인가』(맘에드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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