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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② 고교학점제 운영 우수학교_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원하는 과목 골라 들으며 진로 그려나가요”

글_ 양지선 기자

지난해 전체 마이스터고 51개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됐다.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2022학년도에 특성화고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2025학년도에는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교장 이형원)는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이미 지난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운영해왔다. 전교생 336명의 학교는 뉴미디어소프트웨어과·뉴미디어웹솔루션과·뉴미디어디자인과 등 3개 학과별로 코스형 고교학점제를 운영한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사례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이형원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교장이형원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교장



  지난 3월 16일 5교시, 서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 뉴미디어웹솔루션과 2학년 학생들의 ‘스프링’ 수업이 이뤄졌다. ‘스프링’은 서버구축 및 운영에 관해 실습하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서 배우는 교과다. 이날은 개학 후 처음으로 등교수업이 이뤄진 날.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다 막힌 학생들은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아직은 서투른 모습이었지만, 집중하며 수업에 임했다. 양가영 학생은 “백엔드(서버 개발)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서 주변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해 ‘스프링’ 과목을 선택했다.”라며 “원래 프로그래밍 쪽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백엔드 관련 과목을 선택하고 배워보니 재미있어서 진로도 이쪽으로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과목을 직접 선택함으로써 진로에  주도권을 갖게 됐다. 사진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뉴미디어웹솔루션과 2학년 선택과목 중 ‘스프링’  수업 모습학생들은 과목을 직접 선택함으로써 진로에 주도권을 갖게 됐다. 사진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뉴미디어웹솔루션과 2학년 선택과목 중 ‘스프링’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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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별 코스형 고교학점제, 부전공 이수도 인정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4년째가 됐다. 학교는 뉴미디어소프트웨어과·뉴미디어웹솔루션과·뉴미디어디자인과 등 3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학과별로 직업군을 코스로 설정하고 그에 맞는 세부전공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예를 들어, 뉴미디어소프트웨어과에서는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와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코스가 있다.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코스를 선택한 학생에게는 ‘웹표준화’, ‘응용프로그래밍개발’, ‘웹사이트제작’, ‘컴퓨터네트워크’를 선택과목으로 권장한다.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코스를 선택하면 ‘프로그래밍(Python)’, ‘서버구축 및 운영’, ‘컴퓨터시스템일반’, ‘응용프로그래밍개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학과 안에서도 본인의 희망진로에 따라 세부 선택과목은 달라지게 된다. 


  전공 교과 이외에 타 학과 과목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학과가 크게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계열로 나뉘는데, 선택과목으로 타 학과 전공역량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해당 학과의 선택교과를 24학점 이상 이수할 시에는 부전공 자격도 취득된다. 이형원 교장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라면 어느 정도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수업을 들으면서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수업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학교 차원에서는 사전에 진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과설명회를 통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끔 지도한다.”라고 말했다.


학교 밖 교육과정 정규 학점화 준비

  고교학점제 관련 교사 연수와 컨설팅 활동을 해온 김지훈 부장교사는 “고교학점제를 운영해본 결과 학생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방식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르치는 입장이나 배우는 입장에서 모두 긍정적이었다. 학생들은 자기 진로에 주도권을 갖게 됐고, 어떻게 해야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졌다.”라고 평가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 중 하나로 교사 수급 문제를 꼽기도 한다. 수요에 맞춰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고, 한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면 분반이 필요하기도 하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서는 전공 교과의 경우 12명 이상, 부전공 교과는 5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개설된다. 소인수라도 학생들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김 교사는 “보통 교사 한 명당 일주일에 한 시간씩 수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이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추후 학교 밖 교육과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특징적인 점은 학교 밖 지역사회 학습장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학교는 지난 2019년 중앙대학교와 학교 밖 교육과정 협력을 이뤘다. 덕분에 방학 기간 중 대학 교수진이 직접 학생들에게 AI·디자인 관련 수업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신청을 통해 원하는 분야의 질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가 이뤄졌지만, 대면 강의가 재개되면 교수진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실험 실습이 필요할 경우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필요한 장비와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이형원 교장은 이와 같은 학교 밖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에서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나아가 학교 밖 교육과정 이수 시 학점으로 인정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졸업학점으로 총 192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마이스터고에서 현실적으로 3학년 1학기까지 해당 학점을 학교 안에서만 취득하는 건 어려움이 많다. 계절학기나 방학을 이용해 학교 밖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듣고, 이에 대한 학점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전공 교사와 중앙대학교 교수진은 학점 인정을 위해 교과용 인정도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미림여자정보과학고 2학년 학생들과  김지훈 부장교사지난 1년간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미림여자정보과학고 2학년 학생들과 김지훈 부장교사


취업률 90%, 전공 연계 분야 100% 취업 성과

  고교학점제 운영 4년째를 맞은 학교는 그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연구학교 첫해에는 무학년제로 선택과목을 운영하는 시도도 했었지만, 한계점을 깨닫고 학년별로 선택과목을 운영하게 됐다. 평가와 미이수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고민으로 남아있다. 학교는 전 과목에 대해 절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며, 전문교과Ⅱ(전공수업)에 한해 60% 이상 성취 수준을 달성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최소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없었지만, 앞으로 발생할 미도달 학생에 대해서는 계절학기를 이용한 재수강 등 책임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김지훈 교사는 “수학·영어 같은 기본 과목의 경우 수준별 수업을 진행해 학습 효과를 높이고 미이수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는 시간표상에 공통적으로 ‘블록타임’을 설정해 선택과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 수급과 공강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에만 선택과목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덕분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학교는 앞으로 공강이 생기더라도 학생들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이 없는 시간에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취업률 90%를 기록하며 학생들의 뛰어난 역량을 자랑했다. 특히 전부 전공과 연계된 분야에 취업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는 학생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본인의 진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성공적으로 설계해나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형원 교장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크게 공감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을 설득하는 과정, 학생들에게서 공감을 이끄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결국 우리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기에 모든 학교에서 추진할 수 있게끔 제도적 정비를 통해 현장에 안착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Mini Interview :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듣다



김유나


김유나 2학년 뉴미디어소프트웨어과

  같은 과여도 친구들마다 가고 싶은 분야나 배우고 싶은 게 다른데, 제가 원하는 분야로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여러 과목을 들으면서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이번에 ‘웹표준화(자바스크립트)’ 과목을 선택했는데, 처음으로 웹페이지를 만들어보니 성취감이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다만 아직 전공 분야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선택과목 각각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요.



양가영


양가영 2학년 뉴미디어웹솔루션과

  고교학점제를 통해 제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아요. 이번에 선택과목으로 ‘웹사이트제작(JSP)’을 듣는데, 기존에 배우지 않았던 새로운 부분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아쉬운 점은 학생 수가 적으면 수업이 열릴 수 없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과목을 들어야 해요. 앞으로 여러 과목을 더 많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세울


신세울 2학년 뉴미디어디자인과

  현재 ‘서비스경험디자인’과 ‘뉴미디어콘텐츠제작’ 과목을 선택해 듣고 있어요. ‘뉴미디어콘텐츠제작’은 애프터이펙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동영상, 모션그래픽을 만드는 것인데 무척 재미있어요. ‘서비스경험디자인’을 배우며 기획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돼서 관련 분야로 진로도 생각해보게 됐죠. 이렇게 고교학점제를 통해 다양한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게 되니 더 열심히 수업을 듣게 되고, 진로 선택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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