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특별기획③ 일반고교에서의 고교학점제 경험담 고교혁신을 위해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글_ 오윤석 인천 연수중학교 교사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누적된 학점이 일정한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2025년부터 일반고등학교에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는 지금까지 이어왔던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교육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18년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고교학점제의 긍정적인 부분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고교학점제는 이제껏 우리 교육이 경험해 보지 못한 교육혁신이다.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가 교육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 관리자 간 공감과 충분한 소통 그리고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세울 수 있다.




고교학점제 최대 장점:
학생 과목선택권 확대와 학생 중심 수업


  필자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는 대도시 원도심 지역에 위치한 일반계 남학교로서 시내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들에 비해 비선호하는 학교였다. 따라서 중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로 탈바꿈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였고 그중 인근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 선정되어 고교학점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고교학점제를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학생 중심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목 선택권이 주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져 학생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과목을 고를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최대 장점은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이 생겼으며 이에 따른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교 교육과정 체제는 패키지여행처럼 학생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 교육청, 학교가 설계한 틀 안에서 그 틀에 적응하도록 학생들을 종용했다면,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이 주어지고 학생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학교생활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유여행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그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한층 밀도 있는 수업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며 학생 중심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현재 교사들은 과거에 해왔던 교사 중심 수업에서 탈피하여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 수는 여전히 많으며 이는 교사 중심 수업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규수업시간 이후 이루어지는 수업들에서는 정규수업시간에 개설할 수 없었던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되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소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업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학생 중심 수업으로 연결된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


관리자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교직원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반면, 고교학점제를 경험하면서 개선할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고교학점제 운영에 있어 관리자들의 인식과 관심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관리자는 자신의 생각만을 앞세워 자신이 설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 하는 반면, 고교학점제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낮아 무관심한 관리자도 있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주기적인 연수를 통해 고교학점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또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을 포용하며 설득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민주적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력을 갖춰야 한다

  고교학점제 운영에 있어 교사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 학부모들에게 고교학점제에 대해 전반적인 안내와 필요성 그리고 교육과정에 대하여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적성·진로와 관련한 교육과정의 제시와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끊임없는 스스로의 연찬이 필요하며 교육청 및 학교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와 연수를 제공해야 한다.


과목 개설 시 학교 구성원들 간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운영에 있어 어떤 과목을 개설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학교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다양한 과목들을 개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한 과목 개설은 수요자가 요구할 수도 있고 관리자 또는 교사가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여건상 누구나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과목 개설은 고교학점제의 초석이므로 누구 혼자만의 주도로 과목이 개설되어서는 안되며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각 교과협의회를 비롯한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되어 과목이 개설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생 교외 체험활동 시 승인 절차 간소화와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지도교사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고 학교 밖 강사가 학교로 와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험 과목의 경우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학교 밖 지역의 유관기관과 연계한 체험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생들을 인솔하여 교외에서 체험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 교사는 사전에 학부모의 동의와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하며 또한 학생 인솔 시 발생할 수 있는 학생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게 된다.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외 체험활동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교외 체험활동 시 동반되는 승인 절차의 간소화와 더불어 학생 인솔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교육청은 단위학교에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지역의 유관기관들을 안내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운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학교 사정에 따라 교사 1명이 여러 과목의 수업을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에서 교사 1명이 여러 과목을 맡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나 교원 수급의 문제로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적은 교과목을 맡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반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다과목 수업을 맡은 교사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수의 안배와 더불어 강사 채용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단위학교에서 지역의 전문가를 강사로 활용하거나 학교 밖 수업을 필요로 할 경우 지역사회의 유관기관을 직접 찾아 섭외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 된다. 교사들이 갖는 업무 증가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교육청이 지역사회의 유관기관과 학교를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준다면 교사들의 업무 감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과목의 수를 무리하게 개설하기보다는 두세 개 학교가 모여 정규시간 이외의 시간이나 토요일을 활용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고교학점제의 큰 장점은 기존 체제에 비해 과목 개설의 폭이 넓어지고 많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주관하는 운영 부서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시간표를 짜는 것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교사들은 수업이 두 시간 이상 연속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과목 수가 많고 다양하다 보니 세 시간씩 수업이 편성되는 경우가 있게 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시행이 됐을 때 학생마다 시간표가 달라 일과 중 공강이 생기는 학생도 생길 것이다. 그러면 학교 입장에서 학생 생활 지도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규시간 이외의 시간에 밴드형 또는 거점형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추천한다. 두 학교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밴드형을,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면 토요일을 이용한 거점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단위학교가 가지는 여러 부담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진로설계와 미래를 가꿔 나가는 데 필요한 제도


  이제 불과 4년 후면 일반고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한 가운데서 학점제를 경험했던 교사로서 걱정이 앞선다. 고교학점제는 우리 중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고교학점제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미래를 가꿔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후학 양성에 묵묵히 힘쓰고 있는 교사들의 쓴소리는 4년 후 고교학점제의 밑거름이 되어 교육의 혁신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