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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아 서울 내곡중학교 교감

‘학교와 도서관’의 만남

마을결합형 학교에서 미래학교를 보다

글 김혜진 객원기자



구립도서관이 학교에 둥지를 튼 것일까? 학교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개방된 된 것일까? 전국 최초로 마을결합형 학교를 개교한 진영아 교감

  개교 3년째를 맞는 서울 내곡중학교는 전국 최초의 마을결합형 학교로 운영된다. 이미 온라인 학습플랫폼 에듀테크 교육환경을 구축하면서 코로나19 국면의 원격수업도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개교와 함께 이곳에서 혁신미래학교로서의 또 다른 내일을 디자인해가고 있는 진영아 교감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의 등굣길 산책로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머지않아 소금밭처럼 메밀꽃도
피어날 겁니다.
그 화원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일 음악회도 열릴 것이고요.
석양 무렵 도서관에서는
또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낭송하는 윤동주의 시가
흐르게 될 거고요.
내곡중학교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전개될 아름다운 풍경들입니다.

  2018년 3월 개교한 서울 서초구 내곡중학교(교장 조용수)는 전국에서 최초로 운영되는 마을결합형 학교다. 교정 안에 들어선 서초구립 내곡도서관은 재학생뿐만 아니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 개교 전 이곳에 부임하면서 학교와 도서관의 완공과정을 지켜본 진영아 교감은 “학교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공간인 만큼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이곳에서 열린다.”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독서토론회는 물론이고, 도서관 키즈존에서는 봉사동아리 학생들의 책 읽어주는 형(언니)들의 봉사활동도 전개된다.

  “개교 직후에는 학생들의 보호와 안전문제로 지역민들의 도서관 활용이 잠시 제한되기도 했었죠. 보완책으로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출입문을 이원화하여 학생·교직원과 별도로 분리하면서 개방했죠. 도서관 시설 지원과 사서 등 운영은 지자체에서 맡고, 지역주민·도서관·학교협의체에서 도서 선정 등 분기별로 도서관 발전방안을 협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청계산 자락, 공원녹지의 자연생태학교로!

  올해로 교직 35년째, 진영아 교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의 틀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혁신학교 전문가이기도 하다(진 교감은 35년 교직 생활의 공로로 지난 5월 정부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최근 2년 동안은 이곳 내곡중에서 마을결합형 학교 프로그램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또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구축하고,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에듀테크 기반 교육과정도 우수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원격수업에서도 내곡중은 실시간 화상채팅 수업방식을 채택, 좀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저는 물론 우리 학생들도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등교 개학 후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은 재밌어서 좋은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업으로 진행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요. 학교에 오고 싶었다니, 뜻밖의 대답이어서 놀라웠죠.”

  내곡중은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이 융합한 혁신미래학교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좀 더 질 높은 교육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진 교감은 “도서관 개방이라는 마을결합형 학교로부터 몇 걸음 더 나아가 자연친화형 생태학교, 공원녹지 학교로 더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자연생태학교에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완성되고, 강화된 스마트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혁신미래학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공간인 만큼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열린다. 특히 도서관 카페는 다양한 도서모임,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수업에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저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말을 즐겨 사용해요. 학교현장에서 ‘교실 붕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저 역시 한계를 느끼곤 했었죠. 그 무렵, 혁신학교와 만났고요. 이후부터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말을 더욱 신뢰하게 됐지요. 당시 제가 근무한 혁신학교는 이른바 취약지구 산동네였는데, 학생들의 학력 저하 없이 오히려 향상됐어요. 저 역시 놀라웠죠. 요즘도 저는 선생님들에게 ‘수업에 날개를 달고 맘껏 펼쳐 날아보시라’라는 주문을 자주 해요. 또 교사학습공동체나 연수 등의 프로그램이 있으면 열심히 참가를 권유하기도 하고요.”

  젊은 신세대 선생님들이야말로 앞으로 30년의 교육을 짊어질 소중한 자원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교사도 변화 앞에서는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그는 늘 당부하곤 한단다. 과학교사였던 그는 오래전,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모험에 나서곤 했었다고. 이를테면 ‘학생 수준별 생활 연계형 과학교육, 여학생 친화적인 과학실험’ 등 생활 속에서 친숙하고 재미있는 소재들을 발굴해 실험 수업에 적용하곤 했다. 교직 첫 발령지였던 서울맹학교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교육자료를 개발, 선보였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보충설명으로 들려주는 내용을 카세트테이프에 모두 녹음해서 배포하곤 했죠. 점자책으로 제작할 여건은 되지 못하니, 시각장애를 겪는 학생에게는 꽤 유용한 수업자료였어요. 그 자료를 귀로 공부했던 제자들이 후에 대학에도 들어가고, 또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뿌듯하면서 보람도 있었죠.”


서초구립내곡도서관 마을결합 현장 토론회 모습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어요’

  혁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 학교관리자로서 그가 강조하는 항목은 수업 혁신과 더불어 학생자치 활성화. 이곳 내곡중에서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그 시간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동아리 활동으로 주로 대체된다. 예체능 영역 외에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 등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동아리들이 학생들에 의해 직접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또 ‘꿈 음악회’처럼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열리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자랑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저희 내곡중학교의 교육과정과 수업 철학은 명료해요. 입시 위주의 문제풀이식 지식 전달보다는, 미래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량인 창의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죠. 아이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자기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어요.” 진영아 교감이 들려준 이 말에는 세상의 아이들을 꽃처럼 예쁘게 지켜주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1학년이 마지막으로 등교한 6월 8일 이후 열흘 남짓 지난 19일 취재 당일, 진 교감은 교내를 걸으면서 만나는 학생마다 연신 눈을 맞추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일복이 많아서인지 이곳이 개설 혁신학교로만 두 번째 부임이었어요. 남은 임기 동안, 젊은 교사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연구하면서 공원녹지가 있는 자연생태학교 조성이라는, 이곳 내곡중학교만의 철학과 비전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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