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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학부모 상담!

글_ 허승환 서울강일초등학교 교사

 

올해 2년차 교사입니다. 지난해 첫 상담을 했을 때 어설펐던 기억이 떠올라 학부모 상담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요. 교직 경력은 짧지만 학부모님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같은 편인 듯하면서도 자식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돌변하는 학부모님들을 종종 보아 왔기 때문에 교사들은 흔히 ‘학부모님’을 일컬어 ‘가깝고도 먼 당신’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에 대한 책임은 분명 부모에게 있습니다. 교사는 그 과정 중 1년 동안 아이를 바람직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동일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내기 교사일수록 학부모와 엮이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밑받침되어야 합니다.

 

1. 학부모를 한 아이의 전문가로 인정하기
  교사가 아이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친구 관계는 어떻고 어떠한 상처가 있는지 등 아이가 자라오면서 형성된 모든 것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아이에 대한 전문가를 모시고 아이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아이의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할 사람도 역시 부모님이기 때문입니다.

 

2. ‘학업 상담’보다 ‘학교 적응’ 관련 상담하기
  처음 상담할 때에 교사나 학부모, 모두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려합니다.


  따라서 자녀가 학급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 나누며 따뜻하게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최근에 치른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꺼내다간 학부모상담의 시작부터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에 삭막하고 답답한 감정을 토로하게 되기 쉽습니다.


3. 학부모 상담 때 효과적인 세 마디
  교사들에게는 학부모 상담이 학부모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첫 단추가 됩니다. 짧은 만남을 통해 담임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능한 아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말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자칫 교사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거나 학부모님의 말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의 원인을 찾으려는 교사도 있습니다. ‘다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지?’라는 생각에 상담에 집중하지 못해 공감해주지 못하는 선생님께 실망하는 학부모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을 담은 한 마디가 필요합니다.

 

① “학교에 오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녀를 위하여 학부모 상담을 신청하고 학교에 오는 것은 어떤 학부모님에겐 시간을 내어 선생님을 만나러 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 학부모상담에 오기 위해 애쓴 노력을 인정해주며 시작합시다.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건 기본입니다.


② “그동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 오셨나요?"
“선생님, 우리 경철이가 주의집중도 못하고 너무 산만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부모님이 아이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무언가 전문가의 입장으로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머릿속만 복잡할 뿐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교사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부모님이 해온 노력들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의 경우, 지금의 자녀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교사에게 알리고, 그것에 대해 격려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요?”
“효과가 없었던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세요?” 교사의 평가보다 학부모님 스스로 평가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충분합니다.


③ “어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우는 수학이 약한데 학원에 다녀야 할까요?” 학부모님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다가 어느 순간 막막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거나 자녀교육에 관심 많은 부모로 비춰지고 싶어 형식적으로 묻는 질문인지, 정말 답을 구하는 질문인지 파악함으로써 불필요한 답을 위해 쏟는 선생님의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열린 질문은 학부모가 충분히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 상담 후 결과 반영하기
학부모상담의 결과는 꼭 기록해 두고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부모상담을 해치워야할 일이 아니라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온전히 ‘아이의 미래’를 위해 손잡을 때, 교직은 정말 아이들의 영혼을 치료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허승환 선생님은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강일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교육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교육자료 공유사이트 예은이네 운영자이기도 하다. 『허쌤의 학급경영코칭』,
『허쌤의 수업놀이』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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