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미래지향적 고교 혁신 프로젝트 ‘학점제’_ 독일, 캐나다


글_ 이재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고교학점제는 ‘미래지향적 교육 체제로 변화하기 위한 고등학교 혁신 프로젝트’이다. 그야말로 교육 체제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 혁신이다. 현재는 학교가 정해놓은 과목을 학생이 선택한다면 학점제에서는 학생이 요청한 과목을 학교가 개설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재는 교육의 주체가 학교로 한정된다면 학점제에서는 교육의 주체가 학교 밖으로 확대될 것이다.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상대평가가 사라지고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실시될 것이다. 이렇듯 교육체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학생은 진로와 학업 수준에 맞는 과목을 학습할 수 있게 되고, 모든 학생이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는 적극적으로 학생을 지도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기대도 갖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게 실현될 것인가?’ 또는 ‘대학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과 불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면 학점제의 방향이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1)     

 

독일, 최소 2과목 가르치는 교사, 평가도 2인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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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독일의 학점제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인문계고등학교인 Gymnasium Carolinum의 학생들은 전공과목은 주당 5시간, 일반과목은 주당 3시간 공부한다. 학생들은 3가지 과목군(수학, 독일어/생명과학, 화학, 물리/영어, 역사, 예술)에서 과목을 선택하고, 11학년과 12학년 동안 총 70시간을 이수하면 된다. Berlin Primo-Levi-Gymnasium에서도 11학년과 12학년 교육과정이 언어군(언어, 예술 등), 사회과학군(사회, 지리, 심리 등), 수학·자연과학군(수학, 과학, 정보 등) 등 세 개의 군으로 구성된다. 전공과목인 독일어, 수학, 자연과학, 영어 가운데 2과목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 과목 가운데 2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2년 과정 66주 동안 주당 33시간에서 55시간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 10학년이 과목을 선택할 때 11학년과 12학년의 학생들이 멘토링을 해주고, 교사와 학부모가 과목선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면 마지막으로 교사가 검토해준다.
  평가 및 졸업요건은 꽤 까다롭다. Gymnasium Carolinum의 경우 전공과목에서 2과목을 낙제하면 유급된다. 유급이 되면 해당 과목을 재이수해야 한다. 이 학교의 경우 유급률이 5% 정도이다. 이 비율은 한 반에 1명 정도 되는 비율이다. 선택과목에서 낙제했을 경우에는 다른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다. Berlin Primo-Levi-Gymnasium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두 명의 교사가 함께 평가를 실시한다.
  교장선생님이 평가를 감독하고, 사전에 교사들이 회의를 하면서 적절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노력한다.
  교사들은 최소 2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의 주당 수업과목이 2개여야 노동계약서 작성이 가능하다. 교사별로 주당 27시간 수업을 하며 준비시간을 포함하여 40시간정도 근무한다. 교사가 2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므로 선택교과는 대부분 개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 내에 있는 모든 학교가 모든 전공과목을 개설하지는 못한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자신의 진로에 맞는 전공과목이 개설되는 학교를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독일, 인문계고 평가 및 졸업요건

전공과목 ▶  2과목 낙제 시 유급 ▶  유급 시 해당과목  재이수 필수
선택과목 ▶  유급 시 다른 과목 대체하여 이수 가능
평가 ▶  교사는 2과목 이상을 가르치며 2명의 교사가 함께 평가 ▶ 교장선생님은 평가 감독

 

 

캐나다, 학점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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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캐나다의 학점제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캐나다는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을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학점취득 가능기관은 재학하고 있는 고등학교 외에 야간 운영 학교, 학점취득 전문학교, 여름방학 운영 학교, 교육청 협력 기관, 토요일 학점취득 프로그램 등이 있다. 교과 이외의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실습업체 직업 교육 프로그램, 예술·경제 등 특정 전문 직업 분야 연결 프로그램, 대학연계 프로그램 등이 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4가지 코스를 제공한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에 따라 코스를 선택한다. 중간에 진로가 변경될 경우 타 기관에서 학점을 인증 받거나 온라인 학점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
8학년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이나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안내받는다. 10학년까지는 과목 선택권이 거의 없고 필수 학점을 이수한다. 11학년부터 진로에 따라 선택 과목을 수강한다. Brebeuf College School의 경우 과목 선택 시 학생들은 교사를 선택하지 못하고 과목만 선택한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면 교사들은 교과협의회에서 의논하여 자신이 맡을 학년과 과목을 선택한다. 학교 내에 학생들이 신청한 교과를 가르칠 교사가 없는 경우 교육청에서 교사를 지원받아 과목을 개설한다.
평가에서는 50% 이상의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이수로 처리한다. 학생들은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보충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부족한 부분만 다시 수강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평가 전에 미리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미이수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미이수 학생은 여름 학기나 다음 학기에 재이수하도록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과 후 보충 프로그램에서 이수를 한다. 졸업요건은 최소 학점 기준이 30학점이다. 필수 과목이 18학점(1학점 = 110시간 이수), 선택 과목이 12학점으로 구성된다. 학점을 빨리 따면 한 학기 정도 일찍 졸업할 수 있다.
교원은 2개 학교급 이상 지도가 가능하도록 자격증을 따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 전공은 유사 교과를 2개 이상 가르칠 수 있도록 2개 전공을 이수하는 것이 기본이다. 교사들은 모두 2개의 전공을 가지고 있으므로 학교 내에서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을 대부분 지도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5~6개월 정도의 연수를 통해 인접 교과 전공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캐나다,  학점제 운영 방법
▶  대학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에 따른 4가지 코스 운영, 중간 진로변경 시 타 기관에서 학점을 이수하거나 온라인 학점 취득 가능

 ▶  8학년 : 오리엔테이션,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교육과정 안내

▶  8~10학년 : 필수 과목 수강 (과목 선택권이 없음) ▶  11학년~ : 진로에 따른 선택과목 수강

 

 

해외 학점제 통해 본 시사점
  해외 학점제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간 수업 시간을 적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례에서 보면 4년간 최소 3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 가능하다. 즉, 4년간 3,300시간이므로 연간 825시간 수업을 받으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주일 34단위의 수업을 총 34주 이수해야 하므로 연간 수업 시간은 1,156시간으로 많은 수업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둘째, 선택과목의 수를 확대하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필수 과목의 성취수준에 도달하게 하거나 수업의 질적인 측면을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에서 보면 졸업 조건인 30학점 중 필수 학점은 18학점이며 나머지 12학점이 선택과목이므로 실제 선택과목의 비중은 40%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년간 교과영역의 180단위 이수 조건 중 필수 이수단위가 94단위, 선택이 86단위로 지정되어 있어 선택과목의 비중은 약 48% 정도로 높은 편이다.
  셋째, 내신 성적 반영 방법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에서는 내신 성적이 절대평가로 산출되기 때문에 학점제가 온전하게 추진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평가 내신 산출 방법으로는 학생들이 소인수 과목이나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고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넷째, 교사가 수업과 평가 등 고유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나 학생 생활지도 및 담임 업무 등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 사례에서는 교장, 교감 등 관리자가 각종 행정 업무 및 학생 생활지도 등을 맡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 상주하는 다수의 가이던스 교사가 학생 진로 지도 및 상담을 책임지고 있다. 교사들은 담임업무와 행정업무 부담이 없기 때문에 교과수업과 평가에 전념할 수 있다.
  다섯째, 교사가 2개 이상의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연수를 지원해야 한다. 사례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학교급 또는 두 개의 전공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자신의 발령 전공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며 이에 따라 교원 수급 문제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하나의 자격에 만족하지 않고 인접 교과 및 유사 과목으로의 시야를 확장시키며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과목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제도적 측면 이외에도 교원의 평가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교원은 평가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학점제가 정착될 수 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포용과 복지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지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임금격차 등의 불평등이 완화되어야 치열한 경쟁이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체제가 갖추어져야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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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연구위원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중앙컨설팅지원단에서 활동 중이다. 고교학점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방안,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른 교원 규모 추산 등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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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교사(김승철, 한선애)와 교육부 연구사(민일홍) 등이 2018년 9월에 해외연수를 다녀와 작성한 보고서에 기초하여 작성함. 김승철과 한선애의 보고서 내용은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육연수원이 주관한 ‘2018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교원 동계 워크숍’의 자료집을 참고하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