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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기북초등학교 오지섭 군과 임용수 특수교사


전교생 16명의 작은 시골학교
단 한 명 제자와 특수교사의 행복한 동행

글_ 편집실

1.  전교생이 함께 그린 벽화 앞에서 활짝 웃는 임용수 교사와 오지섭 군


교육부장관상 2회 등 각종 수상으로 화제
다양한 경험 쌓으며 어려운 가정환경 극복
‘정다운학교’ 1년 운영 통합교육 효과 거둬
 

  자그마한 얼굴에 웃음이 스며든다. 순한 눈매에 걸린 미소가 붉게 물든 볼로 번지더니 옆으로 옮겨간다. 웃음의 전이
(轉移). 기북초등학교 오지섭(12·지적장애)군과 임용수(33) 교사가 마주 볼 때면 일어나는 일상의 순간이다.
  전교생이 16명인 경북 포항의 작은 시골학교에서 지섭이는 유일한 특수학급 학생이다. 크고 작은 일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옆에는 늘 임용수 특수교사가 있다. 맞잡은 두 손에 전해지는 사제의 정(情). 지난 한 해는 두 사람에게 더욱 특별했다.

유일한 특수학급과 단 1명의 제자
  마을 잔치가 열리는 학교운동회 날. 학부모와 지역주민,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온몸을 좌우로 흔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사진 한 장에 담겼다. 국립특수교육원이 주최한 제10회 전국 장애공감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학생 작품이다.
  ‘흔들리며 어울리는 사회’란 의미를 담은 수상작은 지난해 카메라를 처음으로 배운 지섭이의 솜씨다. 학교 활동을 촬영해 온 사진 가운데 한 장을 골라 ‘다름’에서 ‘어울림’으로 나아가는 ‘우리’란 뜻을 전하고자 했다.
  “응원단장의 율동에 맞춰 다 함께 온몸을 흔드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지섭이와 어울림에 대한 대화를 나눴어요. 함께 찍었던 사진들 가운데 주제에 맞는 사진을 선택하고 되새겨 보는 시간이 참 좋았지요.”

2. 시상식 상금으로 산 자전거


  임용수 교사의 말이다. 2018 평창 패럴림픽 경기가 열린 날에는 직접 응원에 나섰다. 휠체어 컬링 경기를 직접 관람한 후, 방민자 선수 사진 앞에 선 지섭이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응원 준비부터 관람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UCC로 만든 지섭이는 “세상의 많은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꿈을 꾸며 노력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주최한 2018 패럴림픽 가치 확산 및 평화통일 기원 UCC 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인 대상을 받았을 때는 마치 꿈을 이룬 듯했다. 남들에겐 작은 성취로 보일지라도, 지섭이의 적잖은 노력이 만든 놀라운 결과였다. 임 교사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천진난만하고 해맑던 지섭이가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각종 대회에 나가보고, 작은 결실을 거두면서 자존감이 높아졌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도 부쩍 늘었어요. 이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이야기로 저를 놀라게 만듭니다(웃음).”

과학 발명대회 도전 … 통합교육으로 인식 변화

3. 제10회 전국 장애공감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作 「흔들리며 어울리는 사회」


  단 하나인 특수학급 교실은 지섭이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지섭이가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상장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교육부장관상 외에도 경북 장애학생 e페스티벌 키넥트볼링 동상, 장애 아동·청소년 독후감 대회 장려상 등 활동도 다양하다.

4.  서로 마주보면 웃는 임 교사와 오 군                                         5. 교실 뒤편에 전시된 지난 한 해 오 군이 받은 상장들

 

  그중에서도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비장애학생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시 대회 금상을 거쳐 도 대회까지 출전해 장려상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 앞에서 발명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전교생은 물론 교장선생님도 기꺼이 예비 청중이 되어 줬다.
  “2017년 말 5.4 규모로 포항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책상 아래 튼튼한 판이 있었으면 한다는 아이디어를 나눴어요. 안전모를 부착할 수 있는 책상 하부판을 고안하고, 직접 손잡이도 만들면서 발명가 꿈도 꿨지요.” 
  임 교사가 보는 지섭이는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제자다. 지난해 교육부 지정 ‘정다운학교’ 운영으로 특수교사와 일반교사 통합교육 협력모형 개발에 나서면서 주변 학생과 선생님들의 지섭이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이제는 기북초의 자랑스러운 학생으로, 함께 하는 일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북초 전교생은 매년 수화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임 교사의 지도로 전교생이 수화를 배워 연말 음악회에서 선보인다. 평소 체육 시간에는 골볼, 시각장애 축구, 좌식 배구 등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장애 인식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임 교사는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어울리며 같이 학교생활에 참여하는 것이 통합교육의 기본”이라며 “교육이 통합되지 않으면 사회가 통합되지 못한다. 장애아동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각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과 요구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목욕·청소 등 함께 하는 일상 교육으로
  지섭이와의 첫 만남은 4년 전 3월, 임 교사가 기북초등학교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당시 2학년이던 지섭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작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말투를 사용하는 귀여운 시골아이였다. 일반학급에 있던 아이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지섭이의 학습수준과 가정형편 등을 알게되면서였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은 어릴 때부터 지섭에게 많은 결핍을 낳았다. 잘 씻지 못해 항상 까치머리를 하고 다니는 지섭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찾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지능검사를 받고, 의사 상담을 진행한 결과 특수교육 대상자로 2017년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후부터 임 교사는 지섭이에게 일상적인 생활 습관과 자립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늘 옆에서 보듬기 시작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지섭이와 목욕탕에 가서 머리 감는 법부터 씻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집으로 가서 함께 청소하며 일일이 방 청소하는 법도 보여줬다.
  영화 관람을 하기 전 표를 끊고 좌석을 직접 찾아가도록 한다는 그는 “10여 년 뒤 지섭이가 데이트할 때를 대비한다.”며 먼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는 중고거래에도 도전해 보고, 그간 수상금을 모아 자전거도 새로 장만했다. 매일 10~15분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지섭이와 자전거를 고른 날, 과자를 사서 무사고 기원제도 올렸다. “여러 가지 처음 해보는 활동을 많이 한다.”는 지섭이는 “재밌고 신기하다.”며 웃는다.

“문재인 대통령님과 만남 꿈꿔요”

6.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한 ‘지진에 안전한 안전모 겸용 책상 하부판’ 


  지섭이와 졸업 때까지 함께 하기 위해 기북초에 남은 임 교사는 올해 함께 하고 싶은 일도 참 많다. 우선, 제주도 수학여행으로 비행기를 한 번 타보고, 한라산을 함께 등반할 계획을 세웠다. 아쉽게도 올해는 이루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님과의 만남도 이루고 싶은 꿈이다.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섭이도 관련된 소식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평양냉면을 대통령님과 먹고 싶다고 하네요(웃음). 지난해 청와대로 직접 편지도 보냈는데, 비록 만남이 성사되진 못했지만 비서실에서 답변이 왔지요.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임 교사의 걱정거리는 앞으로 지섭이가 진학할 주변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없다는 점이다. 지섭이를 위한 가장 좋은 환경에 대해 고민은 이처럼 쉼이 없다. 현재 지섭이의 꿈은 대형버스 운전기사. “사람들을 태우고 다양한 곳을 다닐 수 있어 좋다.”는 지섭이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임 교사의 꿈이 참 닮았다.

7.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경기 응원을 다녀 온 오 군           8. 주황산 현장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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