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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교육청 놀이마루 문화예술 옷을 입은 도심 폐교…꿈을 꾸는 문화 놀이터로 진화 중

글_ 편집실

 

무대 캐릭터 분장 체험

 

  붉은 조형물 입구 뒤로 노랑과 주황의 색 조화가 돋보이는 4층 건물.
  악기를 본뜬 하얀 철조각상을 지나 현관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플라스틱 뚜껑으로 만든 벽화가 좌측 벽면을 가득 메웠다. 부산지역 80여 개 학교에서 병뚜껑 모으기 운동으로 모은 병뚜껑이 작가의 스케치를 통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우측 벽면에는 가로, 세로 15cm 나무판 1천여 개에 아이들이 다채로운 꿈을 그려 넣었다. 복도와 계단 곳곳에 그려진 캘리그라피와 벽화에 작가, 교사, 학생들의 솜씨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화예술의 정취를 풍기는 이곳은 부산광역시교육청 청소년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다. 학교 이전으로 폐교가 된 옛 중앙중학교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2016년
9월 문을 연 이래 25만여 명이 다녀가며 지금은 부산지역 청소년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2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이곳을 찾은 연산중, 신라중 학생들의 활동 모습을 들여다봤다.  

 

뮤지컬·디자인·분장 등 ‘문화예술 놀이터’로  
“상상을 뛰어 넘는 즐거움이 온다. 커밍~ 순”

 

진로와 융합한 체험으로 인기
편리한 교통과 폐교 활용 성공요인
2020년 9월 제2놀이마루 개관
  

 

. 지역 예술가로부터 직접 배우는 무대 디자인

자유로운 내면을 몸짓으로 만드는 표현무용


  한껏 고양된 목소리의 두 남학생. ‘공연기획’ 팻말이 달린 3층 교실 문을 열자 10여 명의 학생들이 각자 팀을 이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목소리를 높인 두 학생은 공연 홍보를 위한 방송 녹음 리허설 중이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의 표현무용 공연을 기획하며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방송 광고를 위한 대본을 직접 준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기획 업무가 참 다양하다는 걸 배웠다.”는 이들은 “자유를 몸으로 표현한 6장의 꽃잎 공연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바닥과 벽의 각종 페인트칠로 작업장 분위기가 물씬 나는 무대디자인실. 무대 소품을 직접 만들고 디자인하느라 아이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동화 「피터팬」의 한 장면을 무대로 만드는 팀은 장소, 시간, 인물, 의상 등으로 작품을 자세하게 분석한 후, 이날 하루 동안 무대 축소모형을 만들었다. 17년 경력의 무대디자이너 황지선 씨가 현업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을 이끈다. 황 디자이너는 “무대를 만드는 스텝에 대해 아이들이 잘 모른다. 직업 해보면서 재미를 많이 느끼고, 공연 준비를 위한 다양한 직업군과 활동들을 알려주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무대도 만들었는데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말한다.
  옆 분장실에서는 무대 분장으로 여념이 없다. 분장도구를 활용해 무대 캐릭터를 재현해 보는 시간, 영화 <조커>의 모습 그대로 하얗게 분한 얼굴에 옆으로 쭉 찢어진 붉은 입술 분장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문화예술과 연계한 진로 융합형 체험으로 인기
  놀이마루는 폐교되어 책걸상이 사라진 공간에 문화・예술 옷을 입혔다. 뮤지컬, 무대디자인, 무대분장, 공연기획, 영화제작, 힙합・랩뮤직 등등 줄지어 선 공간부터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수요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술가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진로 융합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뮤지컬(춤, 노래, 연기), 디자인(무대, 의상), 분장, 영화제작, 타악, 쿠킹스타일링 등 14개 문화예술 및 어울림 활동이 학기 중에 초・중등학교(초4~중3)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역 예술가가 강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체험을 돕고 자신의 진로와 연계시킨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이정임 표현무용가는 “방송 댄스를 보고 따라 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자기 몸짓과 움직임을 부끄러워한다. 멋을 위한 동작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움직여 보는 활동 위주”라고 말한다.
  특히, 공연기획 프로그램은 매일 체험을 마친 아이들이 소극장에서 실제로 공연 무대를 선보인다. 학생 스스로 공연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체험만 하고 돌아가는 다른 문화체험센터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백호정 놀이마루 센터장은 “매일 다른 학교가 하루에 2~4시간 동안 체험을 하는데, 연간 2만 5천여 명이 찾고 있다.”며 “설문을 통해 학생, 교직원 등의 수요를 파악하고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수차례에 걸쳐 강사들과 수업 컨설팅을 한 후 운영하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놀이마루 시설, 운동장 등 대여를 통한 문화예술 향유 공간을 지원하고, 각종 지역 축제와 행사, 전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청과 협약해 진행하는 ‘청소년 이동 쉼터’는 부산 서면 일대에서 방황하는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동 버스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전문 상담가 2명과 자원봉사자 의사 1명이 버스에 상주하며 식사, 상담, 치료 등을 통해 아이들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복도에 전시된 학생 작품

 

놀이마루 전경

 

 

학생·교사·시민 대상 맞춤형 문화예술 활동 지원
  학교 교육과 일반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학생, 교직원, 시민 동아리를 위한 공간을 일과 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지원하고, 다양한 인문학 콘서트 등도 열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진로 융합체험을 심화해 지역 예술가가 연간 지정된 토요일마다 20회, 총 60차시에 걸쳐 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기별 성과발표회인 ‘놀자별쇼(놀이마루에서 자란 별난 아이들 쇼)’를 통해 선보이는 성과물은 꽤 수준이 높은 편이다. 올해는 도시재생・건축설계 전문가와 함께 ‘내가 살고 싶은 서면’을 주제로 대형 도시재생 모형 등을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는 시설 규모가 작아 더 많은 학교와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연간 초·중학교 154개교와 하루 240명이 최대 수용 인원으로, 연초마다 학교 간 참가 신청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를 위해 2020년 9월에는 영도에 있는 동심중학교가 폐교되면 제2놀이마루로 설립될 예정이다.
  백호정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청소년 수련시설들이 많이 있지만 소수의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고, 대다수 학생은 학교-학원-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생들이 평일 오후나 주말에 건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 더 많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런 공간은 학생들이 하교 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는 놀이마루가 또 다른 특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건물 운동장을 야간 개방해 이곳을 ‘문화예술의 난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오가는 이 지역에 문화예술의 활기를 더욱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타워 조명과 가로등을 설치해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고, 시민들이 문화예술과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버스킹존, 스포츠 및 댄스존, 야외 작품전시존, 프리존 등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심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협업해 만든 도시재생 모형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무대 의상을 선보이는 1층 전시실

 


interview

백호정 놀이마루 센터장
(부산광역시교육청 장학사)

 

“문화예술의 난장을 만들어갑니다”

 Q 개관 이후 2년 반이 흘렀다. 그간 성과와 의미는.
그간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교육과정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여 문화예술의 끼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되었고, 지역 예술가들로 구성된 강사들의 입장에서도 후학을 양성하는 좋은 자리가 되고 있다.


 Q 놀이마루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우선 놀이마루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전포동, 서면 근처에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물리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폐교를 리모델링한 터라 최소한의 예산 투입으로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기에 예산 책정이나 정책 수행적 측면에도 용이했던 것 같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문화예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와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노력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Q 놀이마루 모델이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먼저, 학생들에게는 주지교과 위주, 입주 위주의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역량 중 문화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와 관련한 진로 개척에 대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또한 이런 활동이나 경험들이 선순환되어 학교생활이나 교과학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교직원과 시민들에게는 평소 일에 찌든 삶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누림으로써 현재보다 여유롭고 아름답게 삶을 바꾸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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