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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여섯 번째 교육편지 서로 환대하고 공존하는 적극적 평화교육

행복한 교육 독자여러분!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판문점선언을 구체화해 가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5월 26일에 정상회담이 한 번 더 열렸고,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도 열렸습니다. 군사회담을 포함해 스포츠·교육·문화예술 교류, 철도 연결 사업,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일들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습니다. 마치 검은 밤을 할퀸 초승달의 하얀 빛이 점점 자라나 어둠을 밝히는 보름달이 되는 것처럼 남북의 만남과 판문점선언은 그동안 지속되어 온 적대 관계에 틈을 만들면서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교육감들도 남북 학생교류부터 교육교류, 남북 교육자 대회, 평화교과서 공동 개발, 평화 감수성 신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평화교육 정책들을 발표하며 공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을 확산시키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다양한 영역에서 발표되는 평화통일 관련 정책이 좀 더 긴 안목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그림으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보 불안과 공포가 경제와 외교에는 물론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에까지 파고들었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진단은 장기적인 냉전과 분단체제가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적인 삶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인 인간관계마저 경쟁관계로 바라보고, 폭력과 차별, 소수자와 여성,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나아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고,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혐오와 적대에 기반한 사고가 우리들의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혜적이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이러한 사회를 오히려 낯설게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비-평화 상태가 일상적 삶이 되어 버리는, 학습된 비-평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왜곡된 삶이 가져오는 불편함을 보고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우리 일상에 드리워진 비-평화적 삶의 방식을 지적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도리어 그 사람을 평화로운 삶을 해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여러분!


  저는 이러한 평화와 비-평화의 혼돈을 어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에게 터널의 끝을 암시하는 목표와 상징으로 평화와 통일을 제시하면서, 분단과 대결이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과 희망을 제공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일상의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무엇보다 남과 북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증오·불신의 문화를 평화와 공존의 문화로 바꿔가려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보다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평화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 차원의 냉전체제는 1990년에 무너졌습니다. 이로 보자면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3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해체의 수순에 들어간 셈이지요. 그러나 조금 늦었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혜적이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에 대한 믿음, 서로 환대하고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것을 일상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적극적 평화교육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갈고 다듬고 키워가는 적극적 평화교육, 학교교육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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