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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다섯 번째 교육편지 4차 산업혁명과 오래된 교육의 미래

  이제 장마도 지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과 아이들 모두 쉴 틈 없이 일과 공부하느라 애쓰셨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를 통해 엄마 아빠는 고단했던 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은 세상은 상상력과 모험심을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길 바랍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
  이번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몇 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이후,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개념입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를 쓰나미와 같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독일의 슈밥은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산업변화를 1차 산업혁명,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진행된 전기 및 내연기관에 입각한 대량생산 체제의 성립을 2차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중후반 도입되기 시작한 컴퓨터 및 정보 통신 기술에 따른 산업변화를 3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면서,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진행되는 기술의 진보가 또 다른 산업혁명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슈밥 교수가 말했던,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자율 주행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드론 등은 빠르게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하나로 융합시키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노동과 교육 자체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미래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물리적인 학교의 벽도 사라질 것이고 학생들은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교육의 방법도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자료를 종합하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유연한 교육체제를 만들고, 종합적이고 실행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역량기반 교육과정 개정, 탐구중심의 교과서 개발과 함께 고교학점제 실시, 자유학기제 확대, 입시체제 개편,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교육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방법과 교육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개혁의 방향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사회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리는 여기서도 뒤쳐질 수 없다는 태도로 ‘속도에 쫓기는 강박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글로벌 경쟁 시대에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금 늦게 가더라도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는 공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이 그 사회의 체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기본 토대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교육과 관련한 논의가 속도에 쫓기게 되면 몇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기존의 ICT 활용교육, 3D 프린터 활용 수업과 같이 미래교육의 문제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미래교육을 접근하면, ‘코딩교육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해야 한다’ 등 만을 강조하게 됩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혁신이 아니라, 현재의 낡은 공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서 발 빠르게 기술교육을 하는 것에 머물러 있게 되고, 학생들은 굴뚝경제 체제에 기반을 둔 교육을 반복하게 됩니다.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경쟁자를 제치고 목표에 도달하는 교육이 더 견고해 지는 것이죠.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조적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식으로 미래교육을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미래를 불안과 공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학생들은 불안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협력과 창조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은 요원해 집니다. 결국 기계는 인공지능과 연결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추면서 인간을 닮아가는 시대에 우리는 학생들에게 반복 작업을 하는 기계가 되는 교육을 하게 됩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
  이탈리아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빨리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속담을 되새기면서 우리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학생들을 시험문제를 푸는 기계로 만들고, 암기식 교육, 문제풀이식 학습을 하면서, 학생들이 삶과 앎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반성 속에 시작한 것이 혁신학교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도 이러한 혁신교육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분명 기술은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그러나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기술이 폭주하는 시대일수록, 기술을 제어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은 더 절실해 집니다. 그래서 온갖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지식의 홍수 시대에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미래교육은 새로운 산업구조에 잘 적응하는 교육, 질 높은 미래 노동자를 기르는 교육을 넘어서서 학생 모두가 “세상에 하나 뿐인” 자율적인 주체로서 최고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제로 향유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교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
  혁신교육은 어떤 직업인으로 살아가던지 개개인이 자기 시대의 근본적인 지적 사회적 문제들을 탐구하고 그 문제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서게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이 점에서 혁신교육은 우리교육이 나아가야할 오래된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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