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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모든 교육활동의 감초와 같습니다

이 코너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께서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교육에 관한 주제에 대해 드리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입니다.


  새봄의 벅찬 기운이 온 산과 들에 가득 차오르는 3월에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과 첫 인사를 나누니 금강 언덕에 와 부딪는 봄물처럼 설레는군요. 독자 여러분의 일상 또한 늘 봄빛처럼 환하고 따스하길 빕니다.


  국민의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다음 달이면 만 일 년이 되고, 제가 교육부를 맡은 지도 열 달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저는 잘못된 관행과 정책을 고치고, 뒤틀렸던 제도와 행정을 바로잡으면서 책임성과 공공성에 바탕을 둔 교육정책과 교육복지의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열 달이 되니 그 실체를 낳아, 아, 정말 교육이, 우리 삶이 바뀌고 있구나 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책이 국민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더 한층 힘을 내렵니다.


  취임 이후 각계각층의 분들을 만나고 국민 여론을 살펴보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씀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입니다. 이것은 제가 80년대 교육 민주화 운동을 할 때나 교육감 시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교육부의 지향도 국민의 바람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해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교실혁명,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육환경을 이뤄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곧 4월입니다. 충격과 슬픔, 분노를 안겨준 세월호의 비극을 또렷이 기억해야 하는 4월입니다. 기억은 살아남은 자의 윤리이며 살아갈 후세를 위한 기획의 청사진입니다. 여전히 우리를 일깨우는 등에와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역량을 키우고 재난에 대응하는 안전 리더십을 새로이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몇 가지 까닭으로 저는 <김상곤의 교육편지> 첫 번째 주제를 ‘안전’, 더 정확히는 ‘안전사고’로 정했습니다. 안전사고란 말 그대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입니다. 교육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란 뜻이지요. 그러므로 안전사고 대응 정책은 두 가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하나는 안전 역량을 키우는 것. 또 하나는 안전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그것입니다.


  안전 역량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우리는 평소에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 부딪히곤 합니다. 이때, 당황하지 않고 현장에서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안전 역량입니다. 사고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만 불가피한 사고 또한 발생하지요. 이때는 신속한 대응이 최선인데, 선생님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안전 역량을 키우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아이들은 하루 중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런 아이들과 지속적이고 돈독하게 교육적·인간적 관계를 쌓는 분들이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과 재난의 양상이 학교 밖의 그것과 꼭 같지는 않겠지만, 초기 대응 방법이나 처리 단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스스로 각종의 안전사고와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나 훈련을 할 때도 ‘설마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하는 형식적 치레로 여기는 때도 있지요. 그러나 막상 안전사고가 닥치면 당황하면서 문제를 최소화할 황금시간을 헛되이 놓치고 사후약방문식 종합 대책을 반복하거나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데 그쳤던 적도 많았습니다.


  안전 정책의 필요와 실행 방안이 현장과 충분히 공유되도록 교육부의 매뉴얼부터 새롭게 정비하겠습니다. 다양한 위기상황에서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고 수습은 물론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담은 매뉴얼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겠습니다. 행동 요령 또한 실행 중심으로 구체화하여 제시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안전 리더십을 세우는 일입니다. 막상 사고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일대에서는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수능 전날이었지요. 수험생들은 시험을 치를 학교를 살펴보고, 선생님들은 감독관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지진 발생 이후, 교육부는 관련 부처와 함께 지진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점검하면서 여진 가능성과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수능 하루 전에 수능 일주일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곧이어, 고사장 안전을 세심히 점검하여 고사장 4곳을 다른 고사장으로 대체하였고, 다른 고사장에서도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12곳의 임시 고사장을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22일부터 수능이 치러진 23일까지 포항교육지원청에 상주하며 수능이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하며, 수능 전 과정을 총괄·관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수능 도중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피를 결정한 교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혹 있을지도 모를 소송 비용과 법률 지원 등도 정부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현장의 교사가 신속한 결정을 내릴 여건을 만든 것이지요.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주로 학교 구성원에게 물어왔습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책임에서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형식적이고 방어적인 교육을 초래했습니다. 책임에 대한 압력이 신속한 대응을 막은 셈이지요. 이 일은 제게 안전 리더십을 익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습니다.


  혁신교육의 배움은 교실과 교과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만물이 기운생동하는 봄입니다.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텐데요, 모든 활동의 바탕에는 안전이 고려돼야 합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지요? 어떤 일에든 늘 있거나 빠짐없이 있어야 할 것을 말합니다. 안전이 그렇지 않을까요? 저 김상곤은 우리 아이들의 즐거운 배움이 있는 교육에 늘 함께하고, 그러한 우리 교육활동에 안전이 빠짐없이 작동하도록 더 세심히 살펴보고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안전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국민이 믿음을 주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월의 편지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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