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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 폐교에 둥지를 튼 청년들, 농촌에서 미래를 그리다

글 _ 편집실 / 사진제공 _ 청년이그린협동조합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마을 중심에는 한 폐교가 있었다. 2011년 3월에 문을 닫은 은척중학교 아산분교다. 2층짜리 빈 학교는 농촌살이 청년들의 베이스캠프이자, 마을 주민이 모이는 문화시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쓰임새를 잃어 과거에 멈춰진 공간은 마을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학교로 재탄생했다. 


  2017년 9월 결성된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이하, 청그협)’은 폐교를 중심으로 마을 이장 등 주민과 귀농한 청년들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백아름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대표는 귀농 5년 차다. 경상북도 사회적 기업 설명회에서 만난 아천1리 장동범 이장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2017년 7월 부산에서 상주로 귀농했다. 청그협 조합원은 총 11명, 그중에서 청년이 10명이다. 2017~2022년까지 청년 30명 이상이 청그협 활동에 참여했다. 청그협이 추구하는 가치는 ‘농락청’, 지속 가능한 농촌, 즐겁고 행복한 농촌, 청년이 있는 농촌이다. 



2층짜리 빈 학교는 청년들의  베이스캠프이자 마을 주민이 모이는  문화시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2층짜리 빈 학교는 청년들의 베이스캠프이자 마을 주민이 모이는 문화시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폐교 내에 마련된 작은도서관폐교 내에 마련된 작은도서관


농촌 학교에 청년들이 산다

  현재 청년 4명이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는 농촌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운 귀농·귀촌 청년들의 보금자리다. 청년들은 학교의 옛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청년과 마을 주민 모두가 머물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내려앉은 학교 바닥에 콘크리트를 붓고, 부서진 벽을 세웠다. 마을과 거리감이 있어 보이던 학교 담장을 철거하고 운동장에 버려진 물건을 치웠다. 백아름 대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학교를 도색했다. 그 외에 학교를 꾸미거나 정비하는 것은 청그협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운동장 한편은 어린이 놀이터, 쉼터 등으로 사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오래된 학교 건물에서 살기란 녹록지 않았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선풍기로, 한겨울의 추위를 온열기, 화목 난로로 해결해왔다. 백 대표는 “최근 학교 건물 내 교실 3곳에 냉난방 에어컨을 설치했다.”라면서도, “그 계절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화공간 달 두 개 학교

  이름이 사라진 폐교에는 ‘문화공간 달 두 개 학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백 대표는 “저희 마을은 아름다운 지평 저수지를 끼고 있는 곳”이며 “밤하늘에 뜨는 달과 저수지에 비치는 달, 이렇게 달이 두 개가 뜬다고 해서 달 두 개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


  2층짜리 학교에는 10칸의 교실이 있다. 각각의 교실은 카페, 사무실, 도서관, 공방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나스타시아>라는 책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붙인 ‘아나스타 마을 카페’는 학교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백 대표는 “이곳은 아나스타시아의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소통, 교류, 평화를 이루는 모습을 닮기 위해 만든 곳으로 청그협과 이러한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달 두 개 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곤충학교 벅스라이프’ 공간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구를 위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협업을 맺고 있는 마을의 자원을 토대로 곤충 체험, 식용곤충사업 등을 하는 공간이다. ‘목공방 제페토’는 가구 만들기, 재활용(리사이클링) 가구 만들기 등 목재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는 공간이다. ‘자연밥상 연구소’는 제철 농산물, 주변에서 자라는 야생초 등을 이용해 건강한 밥상을 차려서 먹는 원데이 클래스를 연구하는 곳이다. 도예 작가의 공방으로 도예 체험, 수업, 전시, 판매까지 하는 ‘도예공방 화’도 마련돼 있다. 학교에서는 자연농법, 우리의학, 관절염 태극권 등의 마을 교육이 이뤄진다. 문화공간 달 두 개 학교는 마을 주민에게 교류의 장이자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서 동거동락

  학교는 청년들에게 농촌에서 생활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청그협 청년들은 토지를 장기 임대해 2020년부터 농장을 조성하고, 주로 협업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백 대표는 “4~5월에는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리고, 땅도 만들고, 퇴비도 뿌리며, 심어 놓은 모종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라고 말했다. 고추 작물은 시설 하우스에서 400평, 참깨 들깨 작물은 1,200평, 쌀은 1,400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청그협은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 기계로 논과 밭을 갈아엎는 농사가 아닌 무경운농법을 이용해 탄소 배출량도 줄이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밭에는 비닐 대신 쌀농사를 짓고 남은 볏짚을 깔았다.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미생물과 유기농 퇴비를 주는 유기농 농사를 짓고 매년 토종 씨앗을 받아 텃밭 농사도 짓고 있다. 또한, 제주도 이엠(EM) 환경센터, 자닮 등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유기농 농사를 배우고 있다. 


  학교는 초보 농부의 학교가 되기도 한다. 청그협은 그 가운데서 초보 농부의 멘토가 되어줄 고수 농부를 이어주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협동조합은 폐교의 공간을 이용한 체험, 관광의 일과 청년들의 귀농·귀촌 플랫폼 역할로 사용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고, 영농조합은 유기농 농사와 농산물 판매의 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그협은 영농조합을 통해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 고령농, 소농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청그협이 직접 수확한 작물은 가공해서 온라인에서 팔거나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재배한 농산물의 판매 수익은 운영비, 유지비 등을 제외하고 농사와 판매에 함께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배분된다.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목공소청년이그린협동조합 목공소


귀농한 청년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귀농한 청년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마을청년으로 살아가는 법 

  학교에 둥지를 튼 청그협 청년들은 마을공동체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백 대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힘들거나 일손이 필요한 일에 도움을 요청하고 반대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시기도 한다.”라며 “스마트폰 사용법, 가전제품 사용법 등을 어르신들께서 어려워하시는 것들을 소소하게 알려 드리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청그협 또는 마을, 지역에 오고자 하는 청년들이 마음 편하게 방문하고 살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지역과 생태 환경에 조금이나마 이롭도록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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