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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여고 동아리 ‘가리사니’ “우리가 매체가 되어 사회와 타인을 연결~”

글 이순이 편집장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나 힘을 일컫는 ‘가리사니’의 뜻처럼 부안여고 ‘가리사니’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청소년이 모여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나아가 배운 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실천하는 학생동아리이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따스한 4월 중순, 가리사니를 취재하기 위해 부안여고를 찾았다. 

12명의 동아리원과 올해 졸업한 2명의 졸업생이 반갑게 취재진을 반겨준다.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이 모인 '가리사니'는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가리사니로 이어진  졸업생과 재학생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이 모인 '가리사니'는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가리사니로 이어진 졸업생과 재학생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청소년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소통

  가리사니 소개를 부탁하자 이라영(3학년) 학생은 “매체비평동아리로 알려졌지만, 사실 인권, 환경, 기후 위기 등 관심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라며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서 우리가 매체가 되어 사회와 타인을 연결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2013년에 결성된 ‘가리사니’는 독서토론, 영화감상토론 등 매체비평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정세청세 토론회를 통해 전국의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세청세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청소년 인문 토론의 장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부당함과 불편함, 해결방법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정의로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목표다.


  2013년 부산 정세청세 토론회 참석을 계기로 그동안 전주·광주·대전 정세청세에 참석했으며, 2018년부터는 정세청세 토론 기획·운영단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이슈를 발굴하여 토론을 이끌어 왔다. 코로나19로 대면 토론이 어려웠던 지난해에는 공생을 위한 삶의 기술, 민주시민의 정의로운 의무, 세계시민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 등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토론회를 진행, 학생들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김나영(2학년) 학생은 “자연과의 공생을 무시하는 현대인, 공생은 뒷전인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지 알게 됐으며 소통의 의미를 깊게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라영(3학년) 학생은 “정세청세를 통해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의문을 품고 용기를 가지고 행동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한다.


관심-전문가 만남-깨달음-공유·실천

  또한, 가리사니 학생들은 매년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최근 2년간 에너지슈퍼마켓 김소영 대표, 열정에 기름붓기 표시형 대표,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 기자, 카이스트 전치형 교수, 그레이프랩 김민양 대표, 세바시 조재형 PD, 류승연 작가 등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에 관심이 컸던 학생들은 에너지슈퍼마켓 김소영 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탄소 배출과 육식의 문제, 우리나라 전력시스템까지 생각하는 등 기후 위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김정안(20) 씨는 “당시 김 대표님으로부터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와 전기 생산자와 판매자 간의 소통결핍으로 발생한 불필요한 탄소 배출에 대해 듣고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에너지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 에너지공학과에 진학하게 됐다.”라고 했고 송지현(20) 씨는 “가정과 기업에서 자체생산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가상발전소에 관심이 생겼고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소통할 수 있는 IT 기반의 기업을 창업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소영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은 탄소 배출의 80%를 축산업이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탄소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육식을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 캠페인을 벌이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육식의 문제점을 친구들에게 알렸다. 같은 해 전 세계 청소년이 함께하는 ‘스쿨 스트라이크’에 동참하여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홍보했다. 그 밖에도 학생들과 많은 논의 끝에 학교에 건의해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으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미트 프리데이’를 진행해 왔다. 가리사니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만큼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한편, 가리사니는 매년 동아리 활동을 정리하여 잡지를 만들어 왔다. 총 8권의 잡지에는 매체비평을 비롯해 정세청세 토론회 소감, 그동안 인터뷰했던 전문가와의 대화 등 소통의 흔적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올해에는 ‘영화’를 주제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뤄볼 예정이며, 현재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Mini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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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영 3학년

지난해 공생을 주제로 정세청세 토론도 진행했고, 그레이프랩 김민양 대표님과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들과 함께 공존하는 회사의 모습을 보면서 지속 가능성과 공생에 대해 한 층 배운 것 같아요. 저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환경과 디자인을 연결해 어떻게 하면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디자인이 예쁘면 좋은 것이라는 틀이 있는데,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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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수 3학년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섭외와 인터뷰라는 것을 해봤어요. 에너지슈퍼마켓 김소영 대표님과 조재형 PD님을 인터뷰하면서 제 눈높이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조재형 PD님을 통해 ‘딴짓’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고 ‘나의 딴짓’에 대해 탐구해 보고 싶어요. 저는 세상에 이로운 영향력을 미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데,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다양한 활동이 도움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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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결 3학년

저는 정세청세 활동이 참 좋았어요. 선후배 간 ‘◯◯님’이란 호칭을 사용했는데,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어요. 새롭게 안 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실천해 나가는 과정도 좋았고요. 정세청세에서 공유무역에 대해 알게 됐고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해서 학교에서 캠페인을 했어요.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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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3학년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가짜뉴스를 접하며 믿어버리는 것 같아요.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활동하면서 가짜뉴스의 유형, 구별하는 방법 등을 알기 쉽도록 전시했고 가짜뉴스를 만드는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거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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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2학년

가리사니는 울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 인간에게는 울림을 공유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문구가 있어요. 정세청세 활동을 하면서 또래와 생각을 공유하고 나아가 나의 울림을 가리사니 잡지에 표현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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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2학년 

PD에 관심이 많아 은수님과 선한 영향을 주는 분을 찾다 세바시 조재형 PD님을 알게 됐어요. 연출가로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섭외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죠. 우리들의 꿈과 열정을 담아 메일을 드렸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어요. PD라는 직업은 물론이고 그분의 가치관, 총괄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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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강 2학년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없이 플라스틱 재활용과 플라스틱의 종류에 대해 알리는 환경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기후 위기 속에서 에어컨 없는 환경에 적응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작은 실천의 하나로 채식을 시작했어요. 채식을 실천하며 주변에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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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2학년

지난해 코로나19로 교외 정세청세 토론회가 교내활동으로 전환되면서 가리사니 부원이 아닌 저에게도 참여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라 전이되어 가면서 서로 배우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친구들과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공유하고 싶어 지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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